담배를 취미로 피우기(24)
아이셔원샷 2018-10-11
세상에는 여러 가지 취미가 있다.
나는 20대 초반 한때 담배를 취미로 피웠다.
담배가 너무 좋았다.
그 따스하고 풍부한 죽음의 연기가 황혼을 맞이하는 고목의 향기처럼 조왔던 거시다.

여느 취미처럼 담배의 세계도 음지에 깊숙하게 형성 되어 있다.
길게 쓰긴 귀찮고 추억회상 겸
간략히 어떤 담배가 있는지 써보겠다.

※비흡연자나 금연을 바라는 사람들이 보면 한심해보일수 있으니 주의※




1. 궐련 담배
그냥 동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수십 종의 담배다.
궐련을 피울 때 나는 멘솔을 너무 싫어했다.
종착지는 다비도프 블루였다.
다비도프는 이병헌이 피우는 담배다.
어떤 영화를 봐도 이병헌은 다비도프 레드를 피운다.
레드는 나한테 좀 독했다. 말보로 미디엄을 피우곤 했지만
다비도프 레드는 국산 담배 특유의 신내와 따가움이 강했다.

영화를 볼 때마다 배우가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주목하곤 했다.
내가 본 가장 멋있는 담배 장면은 아저씨에서 원빈이 황야에서 한 대 무는 디스였고
가장 우아한 장면은 모텔에서 미성년자 아다를 따먹고 버지니아 한 대 꺼내무는 이영애였다.

궐련 담배도 종류가 아주 많은데 담배 오래 피운 사람들은 에쎄 수로 간다.
궁금해서 에쎄 수 한 번 피워봤는데 왜 그걸 피우는지 알겠더라.
부드럽고 강하지도 않고 가장 담배에 충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도 종류가 참 많다.
일본에 가면 세븐스타가 에쎄 같은 위치다.
마쎄(메비우스)도 한가닥 한다.
일본에서는 멘솔=여성용담배라는 이미지가 확고하고
5미리 이하를 남자가 물면 고자새끼라는 말을 한다.
일본 담배 중에 18미리짜리를 피워봤는데 지옥이었다.
한때 미군 해병을 알았는데 말보로 13미리짜리도 독했는데 18미리는 말 다 했다.

궐련형 담배를 이것저것 피워봤다.
중국 담배는 확실히 썩은 맛이고 독하기만 하다.
북한 담배는 그야말로 똥담배다.
의외로 동남아 담배가 괜찮다.
프랑스 담배도 나름 괜찮았다. 담배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유럽 담배들이 가장 맛있다.
일본 담배는 뭔지 모르게 달달한 맛이 있다.

국내에서는 담뱃잎의 인터넷 판매가 불가하다.
그래서 외국 담배를 구하려면 직접 외국에 가거나
국내 음지에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때 부산에 살았는데 부산에서 구하려면 국제시장~깡통시장 바닥을 훑으면 된다.
국제시장은 어느 땐가부터 담배 잘 안 팔고 깡통시장을 가야 잘 구할 수 있다.
별게 다 있다.
서울에서는 어디서 구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태원 돌아다니다가 터키사람한테 얻어서 터키 담배도 피워보고 그랬다.

발품 팔아서 맛난 담배 하나 구하면 그 날 하루가 참 좋았다.



2. 시가
당시 돈 없고 가난하던 20대 초반이라 시가는 많이 못 피워봤다.
친구랑 깡통시장 뒤지면서 아지매들한테 차비 한다고 삼천원씩 깎았던 기억이 난다.
시가는 확실히 쿠바산이 맛있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깊게 빨아들였다가 토할 뻔한 기억이 난다.
초코향 캬라멜향 체리향 등등 향이 다양하다.
담배는 향이구나 느낀게 시가가 처음이었다.
담배는 무식하게 빨아들이고 침 뱉는 게 아니고
향을 은은하게 느끼는 것이구나 알았다.

한때 편의점에서도 간혹 시가를 구할 수 있었다.
아주 작게, 궐련 담배처럼 만들어서 팔곤 했는데
그건 맛이 없다.
진짜 시가를 3개씩 사서 피우고 가위로 끊어서 보관하는 맛이 있다.

시가를 잘 알지는 못한다.
돈이 없어서 많이 사보질 못했다.
아지매한테 추천 받거나 가게 주인 아저씨한테 추천 받아 피웠다.



3. 파이프
파이프까지 갔을 때 담배가 뭔지 확실히 알았던 것 같다.
담배는 똥내가 아니고, 숨이 가빠지는 게 아니고
여유롭게 앉아서 온천물에 몸 담가 놓듯이 생각하면서 피우는 것이었다.
괜히 아인슈타인이 파이프 물고 다녔던게 아닌 것 같았다.

파이프를 피우려면 파이프도 사야하고 관리 도구, 거치대, 담뱃잎을 사야 한다.
또 피우고 났을 때 살살 긁어내주고 가끔 닦아주고 해야 한다.
그 귀찮은 과정이 뭔가 멋이라고들 하더라.
아이코스가 한 갑 피우고 닦아주는데 그거랑 비슷하다.
그러나 그게 너무 귀찮다.
왜 파이프가 사장되고 궐련을 피우는지 알게 됐다.

파이프는 숨쉬듯이 그냥 물고 숨 쉬면 된다.
그러면 호흡기로 담배 향이 은은히 퍼지고
코끝에 향이 감돈다.
나는 버지니아에서 나온 체리향 담뱃잎을 좋아했다.
가벼운 파이프를 사서 물고 공부하면 아주 좋았다.

옛날에 대금 배울 때 선생님이 집 안에 가마를 마련해서 항상 소나무를 태웠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향이 퍼지는 것이다.

궐련 담배만 피울 때 항상 궁금했던게
누가 왜 언제부터 담배 태우는걸 들이마시고 그럴 생각을 했을까 했는데
땔깜 태우다가 담배를 태웠는데 그 향이 좋아서
그걸 조그맣게 모아서 태우고 입안에 머금어 숨을 쉬었구나
하면서 유추가 됐다.

파이프도 나무별로 종류가 많고 흔히는 맥아더가 피웠던 옥수수줄기를 이용해서 피운다.
파이프는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천정부지로 솟기도 한다.
담뱃잎은 가격이 크게 비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계적으로 보면 궐련 하루 한 갑 피우는 것보다 싸더라.

근데 궐련 담배보다는 훨씬 약하다.
입담만 하다보니 니코틴 흡수가 구강으로밖에 안 돼서
피워도 담배 피운 기분은 아니다.
또 프로이트가 그랬듯이 구강암에 직빵이라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필터가 상당히 부실해보인다.
필터를 좋은 걸 끼우면 담배 향이 부족해지고
안 끼우면 훨씬 불안하고 그렇다.

파이프를 그만둔 건 향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이유였다.
방에서 피우면 며칠 동안 향이 남아있다.
담배는 담배인게 피울 때는 향이 좋아도 결국 담배쩐내가 남는다.
또 파이프는 오래 피울수록 잘 피우는 거다.
난 1시간 반은 물고 있었다.
불이 꺼지지 않게 조절해주는게 스킬이다.
맥아더는 개고수였던 것이다

파이프에 재워넣는 담배는 궐련에 들어가는 담배랑 다르다.
궐련에 들어가는 담배는 화학적 처리가 많이 된다.
쉽게 불을 붙이고, 쉽게 꺼지지 않고, 특유의 맛을 증폭하기 위해
바짝 말려서 암모니아 등 여러 화학 물질에 절인다.
그러나 파이프 담뱃잎은 화학물질에 거의 절이지 않는다.
체리 초코 캬라멜 과일 등등의 향이 나게 하기 위해
그것들에 살짝 절이거나 해서 살짝 말린다.
이것 때문에 파이프가 궐련보다 덜 해롭다고 주장도 하기도 하는데 헛소리 같다.

그래도 파이프 담배가 본연의 담배향을 알게 하는 길이었던 것 같다.
이걸 피우면 연초 담배가 더 텁텁하고 맛 없게 느껴진다.

파이프를 피우다 곰방대도 궁금해졌는데 구하기도 어렵고
그냥 멋도 안 나고 그래서 포기했다.

국내에는 파이프 담배 커뮤니티가 있긴 하지만 거의 없다.
미국 유럽인들이 여전히 꽤 피우곤 하더라.



4. 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
이건 진짜 가난할 때 했는데 금세 포기했다.
단가로 치면 훨씬 저렴하긴 한데
맛도 없고 귀찮고 그래서 몇 번 하다가 포기했다.
정성이니 뭐니 해도 개똥이다. 없어보이고 구리다.



5. 전자담배
전자담배도 그 세계가 깊다.
그리고 상당히 geek스럽다.
과학의 세계다.
아이코스나 글로, 릴 같은 게 아니다.
액상을 가열해서 수증기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액상 종류가 수백 가지가 되고
자기가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니코틴을 첨가한다.
니코틴이 인터넷에서 판매가 금지라
각종 액상을 사서 직접 섞어보곤 했는데
이게 다 화학물질이라 할 때마다 찝찝했다.
식용이고 무슨무슨 인증을 받았다고는 해도
가열할 때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그런데 전자담배의 묘미는 사실 기기에 있다.
베이핑 한다라고 표현한다. 증기를 만든다는 뜻이다.
증기기관이 담배에까지!

그 기기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모양에 따라 다르고 연량을 조절할 수 있다.
모양은 막대기 모양도 있고 수통모양도 있다.
요새 청소년들이 usb처럼 생긴 조그마한 것을 피워 문제라카더라.

geek스럽다고 했는데
전류 전압을 조절할 수 있고 개조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연기를 구름처럼 뭉게뭉게 마실 수도 있다.

내 아는 선배가 이걸 피우는데
어느 순간 그 구름 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그 속에서 신선처럼 등장하는데 그 꼴이 우스워 보여서
그 길로 바로 부숴버렸다.

유럽권에서 전자담배가 상당히 인기를 끈다.
실제로 얼마 전에 갔을 때
할머니~아줌마~아저씨~청년들이 이걸 물고 다니는 걸 보고 놀랐다.
정말 많이 피운다.

이 전자담배는 정말 냄새도 안 나고 나도 과일향 같은 게 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일본 등 아시아권 인식과 다르게
담배를 정말 향으로 피우곤 해서 전자담배가 최고의 선택지인 것이다.
향을 느끼는데 그 향 종류가 다양하고 상큼하고 쩐내도 안 나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아시아권 담배 인식은 내 생각에는 정말 중독 돼서, 가오로, 그냥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느껴진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일부 해소되긴 하나 금세 원래대로 되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것도 귀찮다.
액상 넣어줘야 하고 가끔 씻어줘야 하고 부품을 바꿔줘야 한다.
그러나 그 세계가 깊어서
부품 종류가 엄청 많고 그 종류마다 가격도 다양하다.
가열부위가 섬유냐 유리섬유냐 금속이냐,
전압을 얼마나 조절 가능하느냐 등으로 나뉜다.

결정적으로 이건 담배랑 전혀 다르다.
전자담배로 완전히 넘어가기는 금연이랑 똑같고
백에 아흔아홉은 전자담배랑 궐련 담배랑 같이 피우게 되더라.



6. 아이코스, 글로, 릴
난 이제 아이코스를 피운다.
이것들은 찐담배다.
담배를 끼우고 가열해서 나오는 수증기를 마시는 거다.
냄새도 확실히 덜 나고 금세 사라진다.
간편하고 재도 안 나온다.
그리고 숱한 보고서가 덜 유해하다고 말해준다.
국내 보건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똑같은 유해물질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치를 보면 11개였나, 항목 중에 9개가 90%이상 감소됐고
2개도 확연히 줄었으며, 둘 중 하나는 니코틴이라
니코친 패치를 보건소에서도 나눠주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낫다.
어차피 한심한 중독자 신세에 피울거면 아이코스가 낫다고 본다.
글로랑 릴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담배에 딱히 취미도 없고
그냥 아이코스 글로 릴도 추억으로 한번씩 사봤다.
그리고 가장 괜찮은게 아이코스여서 아이코스를 피운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담배에도 취미를 들일 수가 있다.
그 세계가 아주 깊고 정말 피우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요새는 방구석에서 인터넷으로 사면 다 살 수가 있는데
담배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나름의 독특함이 있는 것 같다.

몸을 해하는 취미였고, 담배가 취미예요 하면 눈총 받는 시대.
어디 가서 말하기도 뭐해서 그냥 여기에 배설해본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금연하고 아니면 아이코스 피웁시다.

우오 파이프 피워보고 싶다

좋은 글

옜다
복숭아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시가릴로 피워봤는데
흙냄새 나무냄새 초컬릿향.. 나더라 좋더라구 ^ㅠ^
ri*******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싱기하다 나도 시가랑 파이프 피워보고싶다
정의는나의것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따
$!%*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다
so******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다
ww***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다!!
ti***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공부 잘하지
mi*******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글 맛깔나게 잘 쓰네 ㅎㅎㅎ
벌꿀오소리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최고의 정보글이다 삼달러 줌
담배핀지 5년됐는데도 궐련이랑 전자담배만 피웠지 새로운 시도를 못해봤어
영화 속 담배글도 참 흥미롭다 ㅋㅋ 넘 잘읽었어 언니
hi******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밋다ㅜㅜㅜㅜ
이렇게 한가지 깊게 파는 사람 멋있다
dl********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전자담배는 그럼 시샤랑 비슷한거야?
ta*****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재미따
al*******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전담 6미리로넣어서 피우면 니코틴 완전 완전 충족됨
특히 3미리 액상으로 피우다가 6미리 마구 빨았을때ㅋㅋㅋㅋ
버거씨가 올것같이 발끝과 뇌 약간 저림
응기잇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내가 바로 그 usb타입 액상전자담배 피우고 있음
너무 가볍고 이쁘고 좋다ㅎㅎ
아이코스ㆍ글로도 피워 봤지만 역시 이상한 쩐내가 나서(금연초 같은 냄새ㅡㅡ) 지인들 줘 버림ㅜㅜ
한달 전 까지는 액상 피우면서 가끔 연초도 한두대 태웠는데 이젠 완전히 액상만 피운다. 도서관 다니다보니 담배 쩐내가 어떤건지 확실히 알게 됐기에~~
il****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돈 줌.
연욱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이 글 너무 좋다. 내가 남자면 언니 같은 여자랑 사랑하고 싶을 것 같아.
ma******* 2018-10-11
답글쓴이 돈주기   
오 다큐멘터리 하나 본 기분
잘 읽었다
ba*** 2018-10-12
답글쓴이 돈주기   
재밌다 금연 겨우 해냈는데 이거읽고 아이코스 뽐뿌 옴
보패 2018-10-12
답글쓴이 돈주기   
딱 세줄 읽고 글 내렸따
이유는.......금연 10년차인데 도로 흡연 1년차 될까봐.....요즘 너무 담배가 피고싶다
스트레스해소엔 끽연이 최고......
ja***** 2018-10-13
답글쓴이 돈주기   
맞아 담배도 취미임 ㅋㅋ 요즘은 릴 피는중 ㅎㅎ
2018-10-13
답글쓴이 돈주기   
우리엄마가 유일한 취미가 담배였어 끊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sw******** 2018-10-13
답글쓴이 돈주기   
우와!! 담배 전문가!! 잘 읽었어
je****** 2018-10-15
답글쓴이 돈주기   
담배 참 다양하구나 난 간접흡연ㅜㅜ충분히 하고있음
kj****** 2018-10-15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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