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3탄 토마시의 참맛(16)
진미오징어 2019-01-26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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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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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시는 인생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한번 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사실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바로 이 순간을 사는 것이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설사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지나간 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테레자와 만나면서 토마시는 선택의 기로에 빠졌다.

나 없이는 못산다는(내가 운명이라는)
이 여자와 결혼해서 살 것인가(무거움)

아니면

원래 추구했던 독신주의를 유지할 것인가(가벼움)


예전 이혼할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특별히 사이가 끔찍했던것도 아니었는데
토마시는 부인이고 아들이고 원부모고 간에
다 인연을 끊어버렸다.
몹시 홀가분했다.
더이상 도리(의무)따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런데 테레자는, 다른 문제였다.
본인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스스로 무거움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늘 가벼움(여자들과의 자유로운 관계)을
추구했던 토마시는
이때부터 테레자를 매순간 지옥에 빠뜨린다.

강한 토마시와 달리
테레자는 나약한 존재였기에
속절없이 상처받는다.

읽는 사람이 숨이 막힐 정도로 테레자는 망가지고
토마시는 '사랑하는 테레자가 나때문에 괴롭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래도 여자사냥은 포기할 수 없단다.

테레자는 그런 토마시의 가벼움을 이해 해 보려고
생판 모르는 기술자랑 섹스도 하고 똥도 싸고
(가벼운 육체의 극단까지 가보려는 몸부림)
하여간 오만 짓을 다 해보지만
마음은 더 괴로워졌다. 전혀 가벼워질 수 없었다.


테레자가 삽질하는 동안
토마시는 신문에 글 하나를 잘못 올려서 고꾸라진다.
토마시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공산주의자들을 모욕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쯤에서 잘 타협할 수도 있었을텐데
토마시는 끝까지 소신지키다가
잘나가던 외과의사 노릇을 더 하지 못하게 된다
(변방으로 쫓겨남)


그랬다.
토마시는 뭐든 끝까지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었다.
변방에서 아스피린이나 처방하고 있던 그에게
다시 한번 공산주의자들의 마수가 뻗친다.

이번만큼은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토마시는 아예 본인의 이용가치를 상실시켜 버린다.
절라 극단적인 방법을 썼다.
의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유리창닦는 노동자가 된거다

토마시는 이혼하고 부모랑도 연끊으면서 행복해 했듯
내면의 소명이라고 스스로 믿었던
의사라는 직업에서도 벗어나면
과연 삶에서 뭐가 남는지 보고 싶었다
(이런 남자랑 결혼하면 좆된다 남자새끼가 어디)

미친놈이 인생을 스스로 조지는구나 싶겠지만
삶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의사 시절, 수술이 맘에 딱 들게 되지 않으면
잠도 못자고 힘들어 했던 토마시였다.

반면 내면의 소명과는 아무 관계없는
유리창 닦는 삶은 평화 그 자체였다.
일단 하루 일과를 끝내면
모든 것을 잊고 잠들 수 있었다.

토마시는 이후에도 하나 둘씩,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다.

처음으로 토마시에게 아들이 찾아와,
탄원서에 서명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데
그는 천번쯤 고민하다 거절한다.
사랑하는 테레자를 위해서였다.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분명 비밀경찰들이
토마시와 그 주변사람을 괴롭힐 것이고,
그건 테레자에게 못할 짓이었기 때문이다
(여자사냥은 계속하면서 이런다ㅋㅋㅋㅋㅋ)

토마시에겐 세상에서 테레자가 제일 소중했다.
모든 es muss sein(의무,필연,당위)의
피안에 있던 그녀.
여섯 번의 우연, 그 결과 내게 온 그녀.

이쯤되니 왜 이렇게 토마시가
테레자에게 만큼은 애착을 가졌는지 알겠다.

토마시는 의무,필연,당위 이런 게 너무 싫었던 거고
그것과는 전혀 무관했던 테레자가 좋았던 거다.

그는 옳고 그름 따위는 확신 할 수 없었다.
그저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만
확신 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토마시는 여자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당위(나는 섹스를 통해 모든 여자들의 비밀을 알아야 쓰겄다!!! 그것이 나의 세계정복!!!)
그마저도 버린다.
테레자의 부탁에 따라,
더 이상 여자는 구경도 할 수 없는
깡시골로 떠난다.

심지어 꿈속에서 절대적 이상형이 나와서 꼬셔도
그는 꿈쩍하지 않는다.
이상적인, 그토록 기다려온 절대적인 사랑인데!!!
(정상적인 경우라면 그 이상형에 복종하는 게 당위)
테레자만큼은 버릴 수 없단다ㅋ
그런 천년의 사랑인지 내 미처 몰랐다.
진작 좀 그러지, 이제 깨달은 모양이다.


이제 토마시는 많이 늙었다.
메스 잡던 손가락이 막일로 잘 펴지지도 않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테레자는 문득 미안해진다.
가슴이 묵직해져서 그 초라한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즈음 테레자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키우던 반려견의 죽음 앞에서,
동물과의 사랑이
아무 이해 관계도 없고
서로 바라는 것도,
의심도, 저울질도 없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사랑'임을 깨닫는다.

토마시에게도 그럴걸...ㅠㅠ
그녀는 반려견이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토마시를 의심할 정도로 그를 괴롭혔다.

그녀는 회한에 몸부림친다.

왜 그랬을까.
그의 사랑을 확인하겠다고 멀쩡히 의사노릇 잘하고 있던 남자를 여기까지 끌고 오면서 얻은 것이
과연 뭐란 말인가.
(사실 모든 건 토마시가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임.
테레자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 고민을 사서 하는 타입이라 여기서도 제버릇 개못주고 자아비판 함)

놀랍게도,
미안하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용서를 구하는 그녀에게
토마시는 웃으며 말한다

"테레자, 내가 이 곳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모르겠어?"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거야ㅠㅠ"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그들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테레자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는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민음사,p506)

독자들에게 개뜬금없이
테레자와 토마시가 동시에 사고로 즉사(!)했다고
먼저 밝혀서 충격을 주었던 작가는,

소설 마지막에,
죽기 전 그들의 행복했던 시간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죽음이 그리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세상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비극적으로 생각하는 테레자와,
(가벼워지고 싶었던 무거움)

가벼움을 추구했지만 테레자를 사랑하게 되고
끊임없이 선택하고 또 선택한 결과
결국엔 본인이 원하던 진짜 자유를 얻게 된 토마시.
(그는 무거움과 가벼움 그 언저리 어디일까)


밀란 쿤데라는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 사이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고 했는데,

토마시와 테레자의 삶을 보면
그 모순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잼땅
br****** 2019-01-26
답글쓴이 돈주기   
오 재미있어... 이 책 사놓고 안읽어봤는데 읽어봐야지
tw**** 2019-01-26
답글쓴이 돈주기   
정리 너무 좋다
yu****** 2019-01-26
답글쓴이 돈주기   
ㅠㅠ 오...
tt******* 2019-01-26
답글쓴이 돈주기   
토마시한테 왜 테레자는 모든 필연 의무 등의 피안이었어? 어떤 면에서 우연이었어?
글을 보면 테레자가 토마시한테 운명적인 사랑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서 궁금!
ca******** 2019-01-26
답글쓴이 돈주기   
ㄴ토마시랑 테레자가 우연에 의해 만났거든.
여섯번의 우연이 합쳐져서 둘이 만났는데
테레자는 그게 너무너무 좋았던거야
운명적 사랑이라고

하지만 테레자는
'육체결합도 하나뿐인 사랑'을 온몸으로 원해.
자신의 나약함을 무기로,
토마시가 어쩔 줄 몰라하는 것도 잘 알지.

첨에는 이렇게 안맞는거
화끈하게 자기 갈 길 가지,
도대체 왜 사랑하고 앉았나 싶어서
답답해 죽을뻔 했는데
토마시의 삶자체가 그래.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
이 말에 몹시 흔들리기도 하고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하고
막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깨달은거지.

자기의 삶은
모든 es muss sein으로부터의 탈출이었고
(처음엔 전혀 몰랐지만)이 모든 것은
우연히 테레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아주 나중에 깨닫지 않았나 싶어.
얼마나 사랑스럽겠어.
자기 신념(당위,의무) 이 모든 것 너머에서
삶을 흔들어놓은 그 테레자가.
진미오징어 2019-01-26
답글쓴이 돈주기   
20살때 본 책 이렇게 다시 보니까 너무 좋다...
so****** 2019-01-27
답글쓴이 돈주기   
소설책 안 좋아하는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책 너무 좋아 ㅠㅠ
misong 2019-01-27
답글쓴이 돈주기   
좋당...ㅠㅠ
gk******** 2020-01-02
답글쓴이 돈주기   
오와 정리 감사합니다
이 책 읽던 당시에 등장인물들 죄다 염병들하네 생각했던 기억 어릴때읽어서 그런가 좆같이 재미없었음
언니가 정리해주니까 좀 이해가 가고 재밌다 ㅋㅋㅋㅋ
히읗 2020-01-02
답글쓴이 돈주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 인데..!
이렇게 해석을 읽으면서 다시 회상하니 너무 조쿠만
오랜만에 다시 읽어바야겟어
앞으로도 다른 좋은 책들도 해석해주셔요
gj******** 2020-01-02
답글쓴이 돈주기   
옛날 기억 나고 좋네.
난 내가 토마시 같은 사람이라 ..
테레자 같은 남자를 만났는데
이 사람의 무거움이 뭐랄까
항상 바닷물 먹다가 민물 만난 느낌이야
계속 마시다 보면 내 갈증도 채워주겠지
나도 내 테레자와 백년해로하다 동시에 죽었으면.
do****** 2020-05-01
답글쓴이 돈주기   
정리 굿굿
la****** 2020-05-01
답글쓴이 돈주기   
글을 쉽게 잘 쓰네요
최애소설이라 반갑구려~~
ch******* 2020-05-01
답글쓴이 돈주기   
글 진짜 쉽게 잘읽히고 감동적이다
ne****** 2020-06-07
답글쓴이 돈주기   
나이 들면 어렸을 때 읽을 때는 공감가던 것들도 안가고 내 맘이 바뀌었구나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너무나 아직도 와닿고 오늘의 고민이 들어있는 이야기임
mu*** 2020-06-10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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