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본다는 것 - 신달자
아파트 일 층인 내 방 창에는
녹음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사월부터 연둣빛 땡땡이 무늬가 어른거리더니
서너 달 지나며 창은 짙푸른 비단으로 출렁거렸다
누가 저걸 기르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너무 질겨 오래 씹느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저 초록 잎새들 생의 고초를 다 넘어
이젠 거칠게 퍼붓는 빗줄기 안아 얼러 대기도 하고
낙뢰 한 줄기 기민하게 붙들어 분질러 버리기도 하는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 있는 벽화처럼
시간의 무늬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햇살이 초록 건반을 두들겨
아침을 알리기도 하는데
나는 그저 바라보았을 뿐이다
바라보면서 나는 그 안에 서서히 들고 있었던 것 간격을 허물고
내 안에 그것이 들어와 있었던 것
내가 안인지 녹음이 밖인지 금이 지워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저건 또 얼마나 내 옆에 있을 것인가
너무 많이 바라보았다.

작가 돈주기
|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