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39

 

 











 

 



 

 

 

 

바라본다는 것 - 신달자

 

아파트 일 층인 내 방 창에는

녹음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사월부터 연둣빛 땡땡이 무늬가 어른거리더니

서너 달 지나며 창은 짙푸른 비단으로 출렁거렸다 

누가 저걸 기르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너무 질겨 오래 씹느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저 초록 잎새들 생의 고초를 다 넘어 

이젠 거칠게 퍼붓는 빗줄기 안아 얼러 대기도 하고 

낙뢰 한 줄기 기민하게 붙들어 분질러 버리기도 하는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 있는 벽화처럼 

시간의 무늬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햇살이 초록 건반을 두들겨 

아침을 알리기도 하는데 

나는 그저 바라보았을 뿐이다 

바라보면서 나는 그 안에 서서히 들고 있었던 것 간격을 허물고 

내 안에 그것이 들어와 있었던 것 

내가 안인지 녹음이 밖인지 금이 지워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저건 또 얼마나 내 옆에 있을 것인가 

너무 많이 바라보았다.

 



 

 

 

 

작품 등록일 : 2026-05-24
최종 수정일 : 2026-05-24
귀엽다
treasure   
주인이 ㄸ치우느라 고생 많구만 ㅋㅋ
Tap   
그림의 감성 좋다
O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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