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49







 


거울 저편의 겨울 2 - 한강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산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거나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거나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새벽에 들은 노래 3

한강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진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작품 등록일 : 2026-08-16
최종 수정일 : 2026-08-17
작가님 화이팅~
pi*****   
언니 먼가 음악+글+그림에 다 조예가 깊어서 애니메이션해도 잘할듯?? 픽사같은 상업 애니 말고 영화제 출품하는 인디 애니메이션 좀 찾아봐! 왓챠나 유튜브에 많이 있엉
크릿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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