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왕님, 퀸마귀

퀸마귀께서 언제 이 세상에 오셨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 2021년 봄, 강원도에서 태어나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지요.

 

사마귀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희집 아이가 

그때는 이 분이 어떤 분이신지도 모르고 그만,

목장갑을 낀 손으로 덥썩 잡아 데려왔습니다.

 

첫날은 화를 많이 내셨습니다.

 

미천한 것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난다며

팔로 한대 치셨을 뿐인데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났습니다.

 

독이라도 오른듯 손가락은 한동안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사마귀는 역시 만만한 곤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때가 되니 여왕께선 배가 고프시다며 채집통 벽을 탕탕 소리나게 치십니다.

 



소리가 정말 커서 밤에 자고 있던 인간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더 화가 나시기 전에 부랴부랴 배추 흰나비를 여덟마리 잡아와 바쳤습니다.



동영상으로도 찍어 놓았는데 다들 너무 무서워할거 같아 캡춰본만 올립니다.

 

저는 전혀 무섭지 않고 신기하기만 했는데 나비 입장에서는 쒯이었을 거 같습니다.

 

저 위에 흰 날개가 조금 보이는 것은 나비들이 무서워서 죄다 채집통 위에 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퀸마귀께서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었습니다.

 

한마리씩 천천히, 

한번 식사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되는데

눈앞에서 나비가 알짱거려도 언제나 현재에 충실하셔서 불확실한 미래의 것을 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 가장 즐겨드셨던 것은 귀뚜라미였습니다.



귀뚜라미는 오픈된 공간에선 그냥 드릴 수 없어서 집게로 집어 드리거나 

아니면 계시는 방에 넣어드립니다.(그러면 알아서 사냥함)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본래 사마귀는 수명이 일년 남짓으로 아이를 낳으면 힘이 빠져 돌아가시는게 보통인데

 

퀸마귀께서는 해를 넘겨 2년을 채우고 가셨습니다.

 

알도 글쎄 여덟번이나 낳았지요.

 

너무 놀라서 우리는 그분 앞에서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산의 신 퀸마귀.  번식의 여왕이셨습니다.

 

오늘은 뭐 특별한 거 없을까 돌아다니며 곤충을 잡아오던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비에 쫄딱 젖어 쓰러져있는 말벌을 데리고 왔습니다.

물에 빠져 익사직전이었다고 합니다.

 

"이새끼가! 돌았구나! 이걸 어디서!" 

깜짝 놀라 말벌에 혹시라도 쏘인 것은 아닌지 살폈으나 아이는 멀쩡했습니다.

 

말벌은 잠에서 깨지도 못하고 거의 빈사상태였기에 

옳다쿠나 싶어서 여왕님 방에 넣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말벌이 

정말 미친듯이 붕붕붕 소리를 내며 죽기살기로 저항하는것이 아니겠어요?

 

너무 놀라 이걸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사이

여왕님은 다시한번 죽음의 낫을 휘두르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순간이었지만, 

그 한차례의 낫질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은 벌대로

여왕님은 여왕님대로

서로를 갑자기 못본 척 하며 움직이지도 않고 각자의 공간에 머물러 꼼짝도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말벌을 꺼내고 

여왕님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쏘이신거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다친 부분을 스스로 먹어 치료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그날부터 그렇게 좋아하시던 귀뚜라미도 본체만체 하시는게 아니겠어요ㅠㅠ

 

저는 애가 타서 아이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얘!!!!! 빨리 밀웜 시키자 밀웜!!!!!!! 

껍데기 없는 연한거 있지 그거!!!!!!!!!! "

 

원래 밀웜같은건 시시해서 드시지 않는데 

그렇게라도 뭘 좀 잡숴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날은 밀웜을 꽤 드셔서 

그나마 안심이 조금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배고프다고 벽을 탕탕 치지도 않으시고, 

 

가끔씩 올라가시던 정글짐에도 안 올라 가십니다.

(사마귀는 높은 데 올라가서 거꾸로 매달려있는 것을 실제로 좋아함)

 

좀 기대서 쉬시라고 아이가 얼기설기 나무젓가락으로 엮은 걸 넣어드렸더니

거기서는 그래도 좀 기대서 쉬시는게 아니겠어요?

너무 다행이었습니다ㅠㅠ



그분의 의연했던 마지막 모습입니다ㅠㅠ 지금도 생각하면 슬픕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시더니

여왕님은 그 누구에게도 성질을 내시지 않고 

조용히, 정말 잠자는 것처럼 돌아가셨습니다ㅠㅠ

 

그날 

우리 집은 슬픔으로 가득하여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습니다.

 

눈물을 꾹 참고, 여왕님을 고향이었던 강원도에 묻어드리고, 

 

그분이 낳은 알집들은(하나는 아이 친구 줬는데 그만 부화해버렸음)

 

숲속 나무에 잘 붙여놓고 왔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아기 사마귀들이 깨어났을 것입니다.

 

그분의 유전자를 받았으니 용맹하기 그지없는 악동들로 자라날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는 우리 여왕님 덕에 그림 실력이 늘었습니다.

 

첫 시작은 미미했지만

이제는 안보고도 그분을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우리 가족은 아직도 여왕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가을의 전설에서 브래드 피트가 곰과 싸우다 최후를 맞은 것처럼,

여왕님도 끝까지 멋지게 싸우다 가셨습니다.

 

생존과 번식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그 먼 곳에서는

부디,

여왕님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작품 등록일 : 2023-04-24
ㅜㅜ그녀의 불꽃같은 삶을 찬양합니다
8번이나 알을 낳다니 다산의 여왕이기도 하시군요
그녀의 자손들은 필히 어마무시하게 번성할겁니다
mi****   
졸라 낄낄거리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찡하고 감동적이고 숙연해짐..
  
이게 문학이지
Mm   
언냐네 애기 그림 소질 있는 것 같아
미술로 진로 안 잡더라도 그림 그리는거 계속 했으면 좋겠단 생각 들 정도로...
애기 그림그린거 묶어서 책으로 내면 사고 싶을 정도임
토마토♥   
슬퍼ㅠㅠ
토마토♥   
생각나서 다시 읽으러 옴 슬프고 감동적이야 아기 그림 실력 느는것도 뭔가 마음이 찡해
ot*****   
이거 주기적으로 생각나서 찬찬히 읽고감. 알흠다워
INSID...   
고품격 그림동화책 한 편 뚝딱 본 것 같다 재밌고 감동적이야 미물이라도 퀸마귀님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고대로 느껴져서 좋아
그리고 애기 그림 뭐임 너무 잘그려 뺌!
ba****   
사마퀸
da**   
품위란 종을 초월해서 느껴지는 것인가.. 그저 퀸
fr****   
그림에서만이라도 말벌을 잡아먹는 아이의 염원..ㅠㅠ
레모나   
와우 퀸마귀님.....
래아   
와우 그림ㅁ 너무 멋지다
시애틀의 ...   
ㅠㅠ애기 그림 너무잘그려 언니 글좀많이써줘
밍밍   
사람은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거구나 아름답다 ㅠ
파리   
그림 무슨일임..
  
퀸마귀 너무 잘그렸다
zula   
가을의 전설 결말이 그렇게 되는구나….
sweg   
너무 멋진 글이야 ㅠㅠㅠㅠㅠ
벌꿀오소리   
아니 애기가 그림 왜이리도 잘 그린거야
su*****   
나는 첫 그림이 제일 조와
웃는 얼굴이 조와
시트러스   
글도 그림도 넘나 좋음ㅠㅠ
  
글 너무 감동적
아드님 사진은 없지만 그림도 너무 아름답다
ju******   
퀸마귀에게 애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이었읍니다
두비두밥   
퀸멘
Asher...   
사마퀸 ㅠㅠ
do****   
아.... 여왕님 역시 가실 때도 품위있게 가셨네요
초콜릿스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밍밍   
역시 예술은 사랑과 관찰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들이 그림 정말 잘 그리네. 멋져서 소름 돋았어

글도 읽다가 눈물남 ㅜㅜ 여왕님 ㅜㅜㅜ
LMS   
아기 그림 시켜요!!! 너무 재능있다..
Kng   
넘 잼잇어서 돈드림
닝구리   
와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
장코   
와 아드님 그림실력에 놀라고 훌륭하신 용안에 2차 충격! 글 졸라 잼쓤ㅋㅋ
꺼삐딴 리언년   
퀸마귀님…
솜솜   
그림 진짜 잘 그리게 됐네. 감동적.
Tap   
와 후루룩 다읽었다 글좀 더써주라 너무 재밌어
아배고팡   
대박 ㅋㅋㅋㅋ애기 그림도 멋지네
ku키   
그림 잘그린다
자몽   
이 글을 보고 사마귀공포증이 나았습니다
sh*******   
아들이 훈훈해서 사마귀 까먹음
떼잉   
아들이 엄마 닮았네.
관리자   
언니 아들 썰도 올려줘요 범상치 않아..!!!
언니의 임출육 이야기도 너모 궁금해!!!
텤마머니!!!!!!!!
부엉이   
공포물ㅠㅠㅠㅠㅠ재밌당
카레   
세상에 사마귀 존잼으로 읽고 았는에 언니아들 미모 무선일고
as******   
잼미니 잘생겼는데 그림도 잘그리넹
꼬모리   
쓰니언니 아래 도감링크보고 심장마비 얼뻔 ㅜㅜㅜㅠㅠㅠ 벌레무서워하면 보지마 ㄷ ㄷ ㄷ이러케 제대로 마주친거 첨이야
❤️   
언니 아드님 몇살이야??? 지렸다
ㅋㅋ   
아들이 그림을 잘그리네
ca47   
언니, 아드님 사마귀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료?!
Kelly   
헐 카레언니였어??
퀸마귀..... RIP
ia****   
다친 데 씹어먹는 거 너무 간지.. 죽음의 낫도 넘 멋있어
Asher...   
퀸..
id**   
최근에 사마귀만 다루는 도감 나왔는데 아들내미 사줬어?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SBN=K542832880&start=pm_naver
gl***   
ㅠㅠ RIP
783-81-000   
어머니는 필력이 오지고 아들은 그림실력이 오지네 멋진 모자야.
콩떡   
동화 말투 너무 흡입력 있다
기승전결 완벽 아들두 존잘이네
잼께 봤어 언니 ㅎㅎㅎ
5월 오후   
아가 그림을 너무 잘 그리는데???
note that   
아들 잘생겨떠!ㅋㅋ그림실력도 점점느는게 내가.다 뿌듯하다ㅋㅋ 퀸마귀 썰 너무 잼나요
an*******   
퀸마귀님은 하늘에서 당랑권을 전파하시고 계십니다.
  
동화책 같아. 와중에 그림실력도 미쳐
루루 짓던   
이거 뭔데 감동적이지..
Oo123   
세상에 그림 잘그리는거봐... 정말 사랑했구나 사랑하니까 저런 관찰이 나온다
슬리피캣   
짱재밌다 아들 차은우닮음....>.<
모찌   
사마귀 그림 점점 디테일 발전하는 거 보솤ㅋㅋㅋ
뵤뵤   
재밌다..
RMB 버...   
사마귀 무서워서 스크롤쫙쫙내리다
그림존잘 파브르미소년기 앙망합니다❤️
❤️   
쩐다...
아들이 찐이네 감동.
건강한 경험 축하해
el*****   
퀸 ㅠㅠ
최순실   
사마귀 오오 하다가
아드님 미모 보고 앞의 내용 다 까먹음ㅠㅠㅠ
블랙보리   
2년이나 살다니ㅎㄷㄷ 필력 무엇ㅎㄷㄷ
ee**   
헐… 찐이네! 멋지다 언니와 아들의 퀸에 대한 사랑..!
그녀에 관...   
세밀하게 퀸마귀 그린 거 보니까 찐사랑이었다고 느껴져.
물불바람물...   
멋진 엄마네 근데 아들까지 멋져 ㅋㅋㅋㅋ
tu**   
아름다운스토리야
โชติร...   
그림 퀄리티 무엇ㄷㄷㄷㄷㄷ 대다나다
1s****   
아들 잘생겼다!
푸드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아트다아트
ilove...   
헐 그림 뭐야 충격적으로 잘그리는데!!!!
nada   
진짜 너무 끔찍하고 아들 너무 잘생겻어
시트러스   
그림 기여어
뭉끼   
증말.. 애정어린 글과 그림이다... !! 그.. 문어 유투버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
1인 가구   
그림이 넘 이뿌다
사마귀는 무서웠는데
이 글을 보니까 이제는 안무서워
성능좋은찌...   
필력에 놀라고
퀸마귀 매력에 놀라고
아드님 그림 실력에 놀라고
아드님 미모애 놀라고 ㄷ ㄷ ㄷ ㄷ
문학관에 글 좀 자주 써주세요
부엉이   

사마귀 드로잉 미쳤다
as***   
카레님이셨어
Mauve   
사마귀 그림 발전하는 것에 놀라고 아드님 미모에 두 번 놀람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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