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어릿광대


30년 넘은 그림책 같이 보자

옛날에 이탈리아의 룬트에...


죠반니라는 어린 남자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죠반니에게는 아빠도 엄마도 없었어요. 언제나 넝마 같은 옷을 걸치고 이곳 저곳에서 빵을 얻어 먹고, 밤에는 그 부근집 문전에서 잠을 자곤 했지요. 그런데도 죠반니는 행복했어요. 왜냐하면 죠반니에게는 기막힌 재주가 있었으니까요.

 

죠반니는 무엇이든지 공중에 던져놓고 공기 놀이를 하듯이 빙빙- 돌려 받는 재주가 있었어요. 어느 날 죠반니는 채소와 과일을 파는 파프치스타씨의 가게로 와서 그의 자랑인 그 재주를 보여 주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죠반니의 재주를 구경하러 모였다가 그것이 끝나면 파프치스타 씨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갑니다. 그래서 파프치스타 씨의 마누라는 죠반니에게 뜨거운 수프를 대접해주곤 했어요. 즉 이것은 죠반니에게도 파프치스타 씨에게도 서로 손해가 없는 일이 되었지요.


어느 날 광대들의 일행이 마을에 왔어요. 아름다운 의상을 걸치고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그들을 보면서 죠반니는 남몰래 살짝 입을 열어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저거야말로 나에게 꼭 알맞는 생활이야."

그래서 연극이 끝나자 죠반니는 단장에게로 갔지요. 

"저를 단원으로 써 주세요."

"안돼 안돼, 내게는 부랑아는 필요 없다.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밥이나 얻어 먹어라."

"그러지 마세요. 나는 아주 멋진 단원이 될 수 있어요. 짐을 푸는 일도 할 수 있어요. 당나귀를 돌볼 줄도 알구요."

"그런 건 네가 하지 않아도 돼."


"게다가 나는 뭐든지 공중에 던져서 빙빙-돌릴 수가 있어요. 자, 보세요."

"음, 꽤 잘하는군. 조금만 더 연습을 하고 무대 위에 많이 서 본다면... 됐어, 합격!"

"감사합니다, 단장님!"

"하지만 돈은 주지 않겠다. 잠자리와 이탈리아 최고의 배우들 틈에 끼게 해주는 것과 밥, 너에게 주는 것은 그것뿐이야."

"네, 좋습니다. 단장님."

"그럼 짐을 챙겨가지고 오너라, 1시간 후면 우리는 떠난다."

 

그리하여 죠반니는 파프치스타 부부와 작별을 하고 광대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얼마 후, 죠반니는 단장으로부터 무대에 나설 의상을 받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주를 보이게 되었어요. 죠반니는 어릿광대 마술사의 화장을 하고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뒤에 숨어 있다가 무대로 뛰어 나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머리를 살짝 숙여 보이고서는 화려한 빛깔의 보자기를 펴놓고 필요한 도구를 꺼냈지요. 그리고 자랑하는 그의 재주를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죠반니는 먼저 막대기를 몇 개나 공중으로 던져서 빙빙-돌려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접시입니다.

 

그것이 끝나면 막대기 위에 접시를 얹고 솜씨 좋게 그것을 빙빙- 돌려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막대기와 둥근 테, 불타는 횃불도 공중에 던져서 빙빙- 돌렸습니다. 구경꾼들은 죠반니에게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죠반니는 빨강색, 녹색, 청색, 보라색 등 구슬을 빙빙- 돌리면 그것은 마치 무지개의 테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아, 다음은 <하늘에 빛나는 햇님>"

 

죠반니는 여기서 금빛으로 빛나는 구슬 하나를 더 꺼내어 그것을 훨씬 높고 빠르게 던져 보이는 것이었어요.

"야-아-와-아"

구경꾼들이 함성과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죠반니는 점점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마침내 광대들의 일행을 떠나 혼자서 떠돌아 다니는 생활을 시작했어요. 이탈리아의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동안에 죠반니의 의상은 전보다 좋은 것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어릿광대 마술사의 화장만은 언제나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공작님 앞에서, 또 어떤 날은 왕자님 앞에서도 죠반니는 자랑스런 그의 재주를 보였어요. 아무리 높은 사람 앞에서도 죠반니의 재주는 평소와 달라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먼저 막대기를 던지고 다음에는 접시, 그리고 둥근 테, 불타는 횃불... 그렇게 변해 가다가 마지막에는 가지가지 빛깔의 구슬을 던져서 무지개를 만들어 보이는 것이었지요.

"자아, 다음에는 <하늘에 빛나는 햇님>"

구경꾼들의 함성과 박수소리는 갈수록 더 높아갔습니다.

 

어느 날 나그네길에서 죠반니는 나무그늘에 주저앉아 빵과 치즈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마침 수도원을 나선 수도사 두 사람이 지나가다가 죠반니 옆으로 와서 말했습니다.

"이봐요, 마술사님. 하나님의 사랑과 성프란시스코님의 자애로 우리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시지 않겠소?"

"어서 앉으시오. 당신들이 잡수실 것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우리들의 교회를 만들어 주신 성프란시스코님은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의 재주도 그런 것이지요."

"당신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나는 이제 다음 마을로 가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수도사님들, 행운이 있으시길 빌겠습니다."


죠반니가 가는 곳은 어디서든지 공중으로 던져서 빙빙- 돌리는 막대기와 접시, 작대기, 그리고 둥근 테, 불타는 횃불, 잇달아 바뀌어져 솟아오르는 온갖 빛깔의 구슬이 하늘로 올라가서 자아내는 무지개와 <하늘에 빛나는 햇님>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죠반니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퍼졌고, 웃음소리가 마을에 메아리쳤어요.


그리고 세월은 흘러갔습니다. 죠반니는 점점 나이를 먹었고, 마침내 괴로운 날들이 찾아왔어요. 사람들은 이제 죠반니의 재주를 보려고 발을 멈추는 일이 없게 되었어요.

 

"저 늙은 광대가 지금도 여러 가지 것들을 공중에 던져서 돌리고 있군. 저건 이제 싫증이 났다니까."

"맨날 그게 그거지, 정말 싫증이 났어!"

 

죠반니는 비참한 기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재주를 계속하며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죠반니는 <하늘에 빛나는 햇님>을 땅에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에-에-, 집어치워라, 광대야!"

"이 썩은 달걀이나 받아라!"


개울가로 도망쳐온 죠반니는 어릿광대 마술사의 화장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막대기와 접시, 작대기, 둥근 테, 일곱 가지 빛깔의 구슬을 모두 보자기에 쌌습니다. 항상 꺼내 입던 무대의상도 집어치우고, 이제는 어릿광대 짓을 깨끗이 단념하기로 했어요.

 

얼마 되지 않던 돈은 곧 바닥이 났고, 죠반니의 보자기는 넝마처럼 되었어요. 죠반니는 그가 어렸을 때처럼 다시 빵을 빌어먹고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잠을 자게 되었어요.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볼까 보다."

죠반니가 가까스로 솔렌트에 도착한 것은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바람이 무섭게 불었고, 우박을 섞은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만큼 성프란시스코 교회의 수도원 건물이 희마하게 보였습니다. 창문은 불이 꺼져서 까맣게 보였습니다. 흠뻑 비에 젖어 추위를 이기지 못한 늙은 죠반니는 부들부들 떨면서 건물 속으로 숨어들어 어떤 방의 구석에 웅크렸습니다. 그리고 곧 잠에 빠져 버렸습니다.

 

멀리서 카톨릭 성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잠에 빠진 죠반니는 퍼뜩 노래를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교회 안에 온통 촛불에 번쩍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어요.

 

수도사와 신부, 수녀님들, 온 마을 사람들이 남김없이 모여서 제각기 하나님께 바칠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긴 행렬을 짓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하나의 상 앞에 와서 자기들이 가져온 것을 바쳤습니다. 그 상은 어린이를 안고 있는 여자의 상이었어요.

 

"여보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원 세상에! 당신은 오늘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인 줄도 모르시나요?"

"그래서 모두들 이렇게 하나님께 바칠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겁니다요."


죠반니는 노랫소리가 그칠 때까지 그 광경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 버렸고, 교회는 휑하니 어두워졌습니다. 다만 마리아님과 예수님 상의 둘레에만 촛불이 훤히 빛나고 있었어요. 죠반니는 그 상의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마리아님의 팔에 안긴 어린 예수님은 차분하면서도 엄숙하신 표정이었습니다.


"마리아님, 저도 뭔가 바칠 것을 가졌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당신 아드님은 저렇게 좋은 선물을 잔뜩 받아놓고도 아직도 슬픈 듯한 얼굴이군요. 옳아! 잠깐만 기다리시라구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로 말하자면... 에헴, 나만큼 가진 사람이 또 어디 있을라고요."

 

죠반니는 어깨에 맸던 자루를 열고 낡은 의상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어릿광대 마술사의 화장을 마치자 머리를 끄덕해 보이고서는 꾀죄죄한 깔 것을 깔아놓고 재주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먼저 시작한 막대기 던지기에 이어 접시를 공중에서 돌려 보였습니다. 그리고 둥근 테...


거기에 수도사 섹스톤이 문에 자물쇠를 채우러 왔다가 죠반니가 재주 부리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오, 맙소사! 저런 무엄한 짓을 하다니, 신부님! 신부님!"

 

그러나 죠반니의 귀에는 그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수도사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구요.

"보시라구요, 예수님, 맨 먼저 붉은 구슬, 다음에는 오렌지빛, 그리고 노랑, 녹색, 청색, 게다가 자줏빛..."

가지가지 빛깔의 구슬이 솟아올라 빙빙- 돌면서 무지개를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에 빛나는 햇님>."


금빛 공은 한결 더 높이 솟아 빙빙- 돌고 있습니다. 그것은 죠반니의 일생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더욱 더 높이, 갈수록 빠르게, 일곱 색의 무지개는 휘황하게 번쩍거렸습니다. 그 얼마나 멋진 광경이었겠습니까!

 

죠반니의 심장은 두근두근 계속 두근거렸습니다. 마치 큰 북이 울리듯이 말이에요.

 

"당신께,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 이것을 바칩니다."

죠반니는 온 힘을 다하여 소리질렀어요.


그때 별안간 죠반니의 늙은 심장은 딱 멈췄습니다. 그리고 죠반니는 마루바닥에 쓰러져 죽어 버렸습니다.

신부님과 섹스톤 수도사가 급히 달려왔습니다. 신부님은 죠반니의 옆으로 가서 굽어보았습니다.

"가엷게 이 어릿광대 영감은 이미 죽었구려. 아무쪼록 영혼이 편하기를!"

 

그때였습니다. 섹스톤 수도사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습니다. 수도사는 마리아 상과 어린 예수님의 상을 똑바로 보고 있었습니다. 수도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뒷걸음질 하였습니다.

"앗, 신부님. 보세요, 보세요. 신부님!"


어린 예수님은 방긋 웃으시면서 그 손에는 죠반니가 재주를 부리던 금빛 공을 쥐고 계셨던 것이죠. 죠반니야말로 예수님이 가장 흐뭇해 하신 선물을 드렸던 것이지요.

 

+이거 아는 언니들 있어서 반갑다!!

어릴 때 네 권을 누가 갖다줬는데 이거 딱 하나 남았어 ㅠ ㅠ

 

노나 할머니의 마법수프

별도둑

연을 타고 날으는 소년

 

얼마나 상상력 자극하는지 어릴 때 이거 보면 두근두근했어

나도 연타고 날아가서 다른 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싶다;;이런 공상 했음

삽화와 내용이 다 다르고 진짜 걸작이야!!

이 시리즈 지금이라도 구하고 싶어

 

+ 미안해ㅜㅜ 바빠서 집중해서 쓸 엄두를 못내고잇땅 ㅜㅜ 

작품 등록일 : 2024-05-05
최종 수정일 : 2024-05-18
감동적이야 ㅜㅜ
wi******   
ㅠㅠ너머 좋다
근데 언니 핱시2 언제 나와? ㅋㅋㅋㅋㅋㅋㅋ
Heave...   
♡♡
밍밍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ㅠㅠ
나야   
고마워. 예수님은 왜 웃으셨을까
늙은 광대의 선물은 뭐가 달랐을까
복슬   
너무 감동적인데
신부님 이름이 섹스톤(이준석별명;;)이라서 이준석이 생각났어...
집사   
너무좋다
포카리 스...   
아름다운 동화야 눈물찔끔 ㅠㅜ 고마워
Assal   
파트라슈 생각난다 ㅠ
Cisse   
좋다
ag****   
미쳤어 어릴때 나도 이거 읽었어 언니가 올려준거 진짜 정독했어 올려줘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ㅜㅜㅜㅜ
ej********   
헐 언니? 이거 나도 어릴때 세트로 가지고 있었어 ㅠ 진짜 좋아하던 동화책 세트였어. 테이프도 있었고.
Tap   
아침부터 울었다
김말이앙투아네트   
너무 좋다 글 올려줘서 고마움 약소하지만 달라드림
aj****   
현대 세계 걸작 시리즈... 어릴때 닳도롯 봤어 ㅜㅜㅜ 와 휴일 아침레 보니까 너무 힐링이다ㅜ 이거 테이프도 있잖아ㅠㅠㅠ 나는 늪의 괴물 보드니크 제일 조아했어... 올려줘서 너뮤너무 고마워 읽능 동안 행복햇음 ㅜㅜ 다른 시리즈도 올려주면 좋겠어 ㅜㅜ 나도 이거 구하고 싶다 약소하지만 돈줬어ㅠ
  
아 너무 슬퍼서 울었다 언니 다른책도 올려줄수있어?
rh*****   
와 나도 이거 초딩 때 봤었는데 엔딩보고 기분 이상했던 기억이…
sweg   
너무 재밌다. 올려줘서 고마워 언니 ㅠㅠㅠ 왜 마지막 장면보는데 행복한 왕자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Blondie   
어렸을 때 친구네 집에 가서 본 기억난다. 전집이었는데 각 책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다 다른거 같았음. 벌로 스파게티 엄청 먹는 내용 나오는 책 기억난다.
ka***   
gl언니 어떻게 알아? 혹시 작가 이름 스펠링 알아?

어머 언니 진짜 고마워 저 그림 정말 다시보고싶었거든 너무 예쁘다~~!!
프랑스 호랑이   
어어엉 ㅠㅠ

밑에 언니 [수정의 상자 / 아젤라 투우린 지음] 이거 아닌가

스펠링은 모르는데 나도 이 책 수집하느라 찾다가 알게됨. 이 출판사 전집 26권중에 10번째책이 저 이름이랑 작가명으로 출판됨

찾아보니까 이건듯
참조 https://brunch.co.kr/@flatb201/171
작가 아델라 튜린 Adela Turin
[아솔리나의 모험 Las Aventuras de Asolina] 시리즈 중
[수정의 상자 Las cajas de Cristal]
gl***   
저작권 개나주던 시절에 국내 출판사에서 해외 동화 내용이랑 그림 조은것만 모아 한질 만들어 출판해버린 문선사 그림동화.. 세트로 나온 낭독 테이프 브금도 편집자가 저작권 무시히고 지꼴리는대로 좋은 것만 넣어서 대박인데 그렇기때문에 다시는 저 컬렉션으로 출판이 안됨 ㅋㅋ 잘 보이지도 않고 설령 있어도 프리미엄 붙어서 겁나 비쌈

(수도사 이름이 섹스톤이고;;)

언니 혹시 재봉사 에드위나랑 수정궁 나오는 편도 있어? 나 그걸 다른 버전으로라도 구하고 싶은데 제목도 작가도 몰라서 찾지를 못함
프랑스 호랑이   
이 그림책 갖고 싶다...너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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