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면 아무 생각이 없어져서 좋고, 그게 좋아서 그렸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그림 의뢰를 받게 되었어! 

 예전에 프리크리로 그려서 미니 엽서 같은 거 만들어서 판매해 본 경험은 있는데 

 원화를 부탁받은 건 처음이라서 진짜 설랬다. 힣. 

 내 기념비적인 첫 의뢰작을 올려볼게. 

 쥐띠 아이를 위해서 과일이나 곡식에 둘러싸인 쥐를 그려달라는 주문이었는데  

 과일과 곡식 둘 다 놓칠 수 없어서 전부 다 그리기로 하고 디지털 스케치부터 시작함. 

 여백의 미를 모르는 편... 

 산수유랑 오디도 꼭 그려야겠고 보리이삭도 그려야겠고  

 과일이랑 채소들 의미 찾아보니 다 좋아서 빼놓을 수가 없더라고.

 이 스케치를 보내서 이걸 토대로 그릴 것이라고 컨펌 받고 수채화나 아크릴화 중에 그리기로 함. 

 채색도 했다. 

 그런데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종이에는 크로키 같은 거 밖에 안 해봤거든.

 집에 n년 전에 사둔 캔버스 (흰칠만 해둔 것)이랑 아크릴 물감이 있어서 

 수채화 물감 주문하고 배송기다리면서 일단 캔버스에 뭔갈 그려보기로 함 

 의뢰하신 테마랑 상관없이 그냥 함 그려봄 

 책가도? 에서 모티프를 따와서  쥐띠 남자아이의 방을 그렸어 

 가을에 태어난 아이라서 꽃은 코스모스, 과일은 감, 간식은 양갱 ㅋㅋㅋ 

 그리고 책처럼 쌓인 치즈 그리고 싶었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난감으로 책가도 아닌 책가도 

 색감을 보니  

 의뢰작은 역시 수채화가 낫겠다고 생각함

 그리고 수채 용지와 그림 도구가 도착해서 

 디지털 그림 토대로 스케치 다시 하고 라인 따고 수채물감과 색연필 조금 써서 완성했다. 

 그리면서 느꼈는데 이 작업이 나랑 잘 맞더라고. 

 쥐띠 아이한테 의미있을만한 거 생각하면서 이런 것도 그려볼까 이건 어떨까 궁리해보는 것도 재밌고 

다양한 것들 모티프로 사용해서 내 상상력 가미해서 그리는 과정이 즐거움...

 원화에는 프리크리랑 비교하면 토마토, 용과, 호두랑 앵두 한 알씩, 귤, 당근, 자색 고구마, 땅콩 등이 추가됨 ㅋㅋㅋㅋ 

 요래 돼씀다~

 풍성한 과실과 곡식 채소에 둘러싸인 행복한 쥐. 

 서툰 티가 나지? 

 근데 그림 그리면서 행복했음 

 그리고 나는 반복 작업을 힘들어하는 편이어서 같은 그림을 두장 그리는 동안 

 뭐 하나를 더 그림 

 아이가 10월에 태어났는데 10월의 탄생석이 오팔이거든,  

 오팔의 바다를 항해하는 쥐...

 10월에 태어난 쥐띠 아이가 오팔처럼 다채로운 삶을 항해해 나가길 바라며...

 엽서도 한 장 그렸다. 

 흰 색을 많이 섞어서 불투명한 수채화가 됨. 색연필도 씀. 

 삽화?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 

 어떻게 그릴까 상상하면서 그거 구도 잡아보는 게 넘넘 재밌음. 

 내 맘처럼은 잘 안 됐지만 보완해가고 또 이렇게 저렇게 방법 써 가면서 완성을 향해 나아감... 

 그리고 잘 받았다고 마음에 든다고 사진 보내주셔서 마음이 좋아졌다. 사진이 환하게 나와서 내가 찍은 것보다 더 잘 나온 거 같아. 

 이렇게 그림도 의뢰받아 그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뭐든 해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믿고 맏겨주신 분께도 감사하고, 못 잊을 오월의 첫주를 보냈어. 

 지금도 예전에 그렸던 테마로 원화 작업 하고 있는데 완성되면 올려볼게! 

 다들 환상적이고 풍성한 오월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