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는 머나먼 땅에 와 있습니다.
그 누구도 저를 알지도 찾지도 않는 이곳의 공기는 달뜨게도 차갑습니다.
전화주셨을 때, 저는 오직 이곳을 생각하느라 어머니의 말을 채 잇지 못하였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고서야 배길 수 없는 하루여서, 어제의 저는 많이도 울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저를 주신 어머니께
고마워해야 할지 아리송할 때가 있습니다.
매 순간 진심일 필요가 없단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입니다.
주어진 고통들을 관통하느라 삶이 연장된 까닭입니다.
강하지 못한 사람은 강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저는 이제야 세상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얼굴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어머니를 보며,
가끔은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모르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살아갈 힘을 주시는 어머니, 당신 덕분에
제 연약함을 가득 안고 당신께서 그토록 그리워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어제처럼 살아갑니다.
아무도 없는 이 땅에 아무도 없지 않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 어머니께
2021. 02. 18.
파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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