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 잘생긴 청년을 만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해 만날 일이 없었다. 우리는 일적으로 만난 사이고 따로 만난 적도 없다.
만나지 못했다는 표현은 왠지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젊고 잘생긴 그가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자유가 내겐 없으니까.
그를 만나지 못했는데도 이상하게 아무렇지 않았다.
그를 만나지 못했다는 좌절감도 없었다. 그런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게 나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라면,
마땅히 누려도 되는 것을 박탈당한 기분, 삶의 낙 하나를 빼앗긴 기분이 들 것 같았으나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다.
어제 단체 톡방에서 "토요일 시험은 어떻게 됐어요?" 물었을 때 그는 세 줄로 길게 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괜히 친한 척한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붙어야 억울하지 않겠네요"라고 적당히 답했다. 그렇게 답한 건 나였는데도 휘발된 대화에 아쉬워했다.
사적인 톡방에서 호들갑 떠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핑퐁 핑퐁 대화를 주고받다가 한껏 달아오르는 상상. 그와 내가 같은 몸, 같은 마음이 되는 상상.
하지만 그와 잔다고 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의 이름으로 쓰인 카톡에 자극받아 아주 잠깐 동안 그와의 잠자리까지 상상해버렸다.
그는 침대에서 어떤 모습일까.
한동안 그의 눈을 떠올리면 나는 흥분되었다. 단정하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예쁜 쌍꺼풀, 커다란 눈동자, 몽환적인 눈빛. 나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전 연인의 흐리멍덩한 눈빛과는 다른 종류였다. 그가 가진 것은 나를 홀리기 딱 좋은 형태였다. 어느 날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안개보다 깊고 낮은 음색으로 한 문장을 내뱉은 순간 알았다. 이 사람에겐 나를 건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의 매력에 빠지기로 작정한다면 나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거란 걸. 그만큼 그의 눈은, 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마주 보던 한순간에 나는 꽤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다.
살면서 이런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지난날의 나는 사랑이라 생각했고 그를 너라고 칭했지만
지나보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고 허락받지도 않은 호칭을 내 마음대로 붙인 것이었다.
그냥 눈을 마주친 것
낮은 음성이 귀에 들어왔던 것
달콤하다고 믿고 싶었던 것
그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이 멈추기를 정지하기를 영원하기를 바란 건
말 그대로 말이 되지 않는 바람이었다는 것
어떤 욕망은 나를 파괴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환상만이 남아있다.
그러니 욕망을 욕망으로 볼 것
사랑은 환상이니
원래 없는 것이니
욕망하는 사람이 욕망하는 대상을 욕망하기 위해 단지 이름 붙인 것이니
욕망만이 실존하고
사랑은 실존하지 않는다.
불려지고,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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