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내내 슬픔으로 가득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신나는 날은 맘껏 신나하고
즐거운 날은 맘껏 즐거워하고
그래도 되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된 듯 하다
모든 날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느라
무기력했던 것이 아닐까
모든 날들이 슬프지 않기를, 행복으로만 가득하기를
절대적인 그런 날은 없는데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주 어릴 때 문득 깨달았던 것처럼
하루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섞여있어서
슬픔이 지나가면 곧 기쁨이 올거라
순수하게 믿었던 것처럼
오늘은 친구에게 쌓인 오해를 가벼이 털어내고
바람 불고 추웠지만 그보다 더 신났던 날
왕릉에 빼곡히 심어진 높은 나무들 사이로
세상 무해한 햇볕이 쏟아지던 날
나는 오늘 친구와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365일 중 하루의 한때가 참 즐거웠다
슬픔이 잠시 나를 비껴갔다
새로 만나게 된 이의 마음이 사라진걸까 염려하는
찰나의 생각도 순간이었고
날 소중히 여겨주는 이들의 마음은
너무도 확실한 모양으로 내 두 눈에 담겼다
진실을 앞에 두고 망상하지 말 것
이것이 내게 주어진 일
이제서야 행복으로 걸어들어가는 일이 가능해진 인간이 말하기를
더이상 태어난 것을 저주하지 않으리
저주와 독기가 생을 이어주는 유일한 힘이었으나
지나간 것은 곧 소멸되니
다가올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곱게 사랑하며 즐겁게 늙어가리라
아직 더 가야할 길에서 해야 할 일은 이것 뿐이었다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