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꿈

한 밤 중에 불을 끄고 누워 있다 문득, 네모난 잔상을 마주했다. 모서리에서 부터 시작된 어떤 검은 우주가 보이는 듯 했다. 점차적으로 흐릿해지는 경계선 까지도 말이다. 화면 앞에서는 어쩐지 더 이상 그 잔상이 또렷해지지는 않는다. 어릴 적에는 자주 이와 같은 잔상들을 마주치곤 하였다. 그림 같은 것들이 눈에 아른 거렸다. 자연으로 부터 그려지는 기묘한 잔상들이 있다. 요즘의 나날들에는 그것이 네모난 무언가로 정형화 되어 버렸지만, 보다 예전에는 사람의 표정까지도 읽어낼 수 있었다. 잔상은 사실 보편화의 일종이다. 대체로 그러한 모양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것을 패턴, pattern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것이 규격화 되어있지는 않았으며, 주로 혼자서 누워있거나, 집이 조용하거나, 벽을 마주보고 있다거나, 창틀 밖으로 비치는 나무의 그림자를 관찰한다거나 하는 정적인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발견되었던 어떤 지난 세월에 대한 흔적과도 같아서. 여름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들려왔던 것이 매미 소리 였는데, 예전에 살 던 집에는 뒷뜰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깨름직하기 까지 한 곳이었다. 나는 종종 매미가 우는 방법에 대하여, 소리로만 그것을 가늠해 내곤 하였다. 끝을 길게 내뱉는 음, 초반에 짧게 끊어가며 목놓아 우는 음, 과연 몇 번의 끝에 내뱉는 울음인지, 하나씩 세어가며 그것을 나열하는 순열의 규칙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어느날에는 뒷뜰에 아무렇지도 않게 발을 딛였다가 땅에 떨어진 솔방울 같기도 한것이 그러나 그런 식물의 덩어리라고 하기엔 너무 구체적으로 자신을 암시했던 것을 발 끝으로 채어가며 관찰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나는 그것에 흥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금방 집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보잘 것 없게 버려진 매미의 시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럴 줄 알고 미리 미리 걱정하며 목놓아 울었던 것이었을까. 언제 멈추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세어도 보고 들어도 보고 흉내도 내보았던 그 소리들은 언젠가부터 내 곁에서 사라졌다. 나중에서야 아주아주 나중에서야 이것이 내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알아차리는 패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너무 무디고, 담담하게 혹은 무심하게 너를 보내서 너를 바라봐서 너를 들어서. 누군가의 말처럼 읊조려본다. 죽지마라. 살아라. 제발 살아있어라. 

 

 

2025.7.21 

 

 

 

 

작품 등록일 : 2025-07-21
최종 수정일 : 2025-07-21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