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스러진다.

 

 

 

오늘도 아버지는 모든 죽은 것들을 향해 절을 한다.

제사상에는 새어미가 허리부러져 만든 음식들로 그득하다.

바람펴 얻은 새어미는 허리낫게 해달라고 조상에 빌고

늙은 아비는 조상에게 설 낯이 있게 해달라고 빌고

죽은 할미는 죽었으니 듣지 못한다.

 

 

 

 

눈으로 덮힌 과거에는 할미가 산다.

매일 새벽녘에 아침상 차리는 할미,

시장에 나가 소일거리 얻어오는 할미

손주자식 맡기는 아들내미 등짝을 바라보던 할미.

 

 

 

 

10년을 누워있던 병상에서

할미는 천자문만 읽었다.

마침내야 독서할시간을 얻었다는듯

누가 보러와도 책만 보았다.

 

 

 

곱던 할미는 일도 잘했고 시집살이도 잘시켰고

손주들도 이뻐했다.

문맹이여 서러웠던 평생이라

70넘어 한글 떼고

요양원가선 천자문을 땠다.

 

 

그리고 갈 때는 다 잊으리라

눈을 오래 감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리더라.

 

 

할미는 사나 죽으나 말이 없었다.

 

늙은 자식은 젊으나 늙으나 말이 많았다.

젊어서는 사느라 바쁜 변명

제사상 차리고는 사느라 푸념인 변명

 

 

못난 아들

지못난거 알고

지발져려 그 지랄인거슬

 

 

오늘도 할미가 꿈에서 쯧쯧거린다.

그 품에 안겨 나도 같이 쯧쯧거린다.

 

 

 

 



 

 

작품 등록일 : 2025-12-16
최종 수정일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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