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원 - 가네고 미스즈
이슬의 초원
맨발로 가면,
발이 푸릇푸릇 물들 거야.
풀 향기도 옮아올 거야.
풀이 될 때까지
걸어서 가면,
내 얼굴은 아름다운
꽃이 되어, 피어날 거야.

별과 민들레 - 가네고 미스즈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 도
영하 이십 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 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불. - 주디 브라운
불을 타오르게 하는 것은
장작 사이의 공간
숨 쉴 공간이다
너무 많은 좋은 것
너무 많은 장작을
바싹 붙여 쌓는 것은
오히려 불을 꺼뜨릴 수도 있다
한 바가지의 물이
거의 틀림없이
불을 꺼뜨리는 것처럼 그렇게
그러므로 불을 피울 때는
나무뿐 아니라
나무 사이의 공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작 쌓는 법을 배웠듯이
빈 공간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어떻게 땔감과 땔감의 부재가
함께
불이 일어나게 하는지
알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따끔씩 장작 하나를 가볍게
올려놓는 일
불은
단순히 빈 공간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커지고
스스로 어떻게 타오를지를 아는 불꽃은
그 빈 공간과 함께
제 길을 찾아간다

흙과 풀 - 가네고 미스즈
엄마가 모르는
풀 아기들을,
몇 천만의
풀 아기들을,
흙은 혼자서
키웁니다.
풀이 푸릇푸릇
무성해지면,
흙을 숨겨
버리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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