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크로키 한 보따리

스압주의,후방주의 

 


처음엔 겨우겨우 이렇게밖에 못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시간이 남아서 발만 따로 그렸다. 



*컴퓨터 싸인펜으로 선은 한 줄만 명확히 쓰면서 그린 것. 















*이런 체형이 그릴 때 참 재밌다. 



*포즈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얼굴 위주로 그렸다. 













*붓펜으로 그렸다. 























*표정이 전사처럼 멋있어서 따로 그렸다. 









*모델 몸의 문신까지 다 그렸다. 



























*연필로 그렸다.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 함께 그렸다. 




*내가 제일 열과 성을 다 해서 그렸던 모델. 



















*친분 있는 사람을 그린 날. 얼굴 너무 미화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 





*이 분을 그린 날은 꼭 맘에 드는 걸 많이 건졌다. 




2015년, 누드크로키 모임에 주1회 출석해서 최소2시간~최대 4시간 그림을 그렸다. 1년 좀 안 되는 시간. 거동을 못 하도록 아프거나 빠질 수 없는 경조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일요일마다 꼭 나갔다.  

 

나를 빼곤 작가, 전공자가 대부분이었다. 깍두기 같은 포지션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리는 방식과 도구들을 훔쳐보고 흉내냈다. 첫달엔 5분 미만의 포즈는 시간내에 제대로 다 그리지도 못 했다. 너무 못 그려서 단 한 장도 건질 것이 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뭐 근데 대부분의 세상 일이 그러하듯, 잘 하는 사람들 걸 지켜보면서 계~~속 하다보니 굼벵이처럼 조금씩 나아졌다. 

 

그리고 1년 좀 안 되는 어느 날. 

갑자기 그리기 싫어져서 그만뒀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이제 그만 일요일에 놀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갑자기 그리고 싶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그만두고 싶어진 것이다. 

 

산더미같이 모아둔 그림들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때마침 1-2년 주기로 찾아오는 ‘버리기 병’이 도졌을 시기였다. 그림 중 쓸만한 것만 골라 스캔을 떠 놓고 컴퓨터에 저장해뒀다. 그러고 몽땅 버렸다. 

 

훗날 그 컴퓨터가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포맷을 하고 말았다. 스캔한 파일은 모두 잃어버렸다. 남들이 미쳤구나 할 정도로 오만 것을 다 버렸지만 아무렇지 않았는데, 살면서 유일하게 아 버리지 말 걸 하고 후회하는 것이 그 그림들이다. 

 

작년인가 한 번 오랜만에 그리러 나가봤는데 더는 즐겁지가 않았다. 오래전에 탈덕한 남자 아이돌을 거리에서 마주쳤지만 하나도 설레지 않는 느낌? 대강대강 그리고 돌아왔다. 마음에 드는 그림은 한 장도 없었기에 그날치 그림 역시 모두 버렸다. 

그렇게 나는 누드크로키를 영영 그만두었다. 

 

-끝-

 

*모든 사진은 아이폰4로 촬영. 

 

작품 등록일 : 2019-12-08
언니 뭐하는 사람이야? 못하는 게 있긴 함?
연건   
우와
as***   
와 모델이 진짜 다양해서 신기하다
se*****   
마지막 그림 좋아..
정만보기   
잘그렸다 그림 사고싶다 ㅋㅋ
vi*****   
손재주가 많으면 요리고 그림이고 다 잘하는구나
R2**   
할아보지 포즈 진짜 와...금강역사다
로빈훗ㅌ   
할배 진짜 잘그렸네
물방울떡   
할아버지 존나 잘그림
개비개비   
진짜 궁금한 사람이네
ki**********   
지우개는 안 쓰고 그린거지? 보통 몇 분짜리 크로키야?
he****   
보패언니는 정말 못하는게없구나 짱이야
일탈과 안...   
할아버지 ㅋㅋㅋㅋ왤케웃김?씌발 존나잘그렸엌ㅋㅋㅋㅋㅋ
희원이   
빨간펜으로 그린 노인 잘그렸다
유후   
너무 멋져
피크민   
너무 잘 그림
ye****   
와우
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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