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니까 강아지 하나가 방문 앞에서 자고 있다
한참 자고 있는데 개새끼들끼리 왈왈대면서
새벽에 죽어라 싸우는 것이 아닌가?
뱀부에서의 밤에는 다이아목스 반알을 먹고 잤다.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함이었는데
약간의 손 저림과 부자연스러운 심장박동을 제외하면
전혀 거슬릴 만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 약이 고산병을 막아주기만을 기원한다
게다가 화장실도 너무 자주 가고 싶어서
간밤에 두번이나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
다이아목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추위가 너무 강해서 화장실도 가기 싫었다

날씨가 맑아서 안나푸르나가 보였다
뱀부에서 보이는 안나푸르나
아름답지만 일단 나는 너무나 춥다네
아침에 삶은 감자와 꿀을 넣은 핫밀크를 먹었다
감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동향사람들한테
하나씩 나눠주고도 두 알을 남겼다
감자를 나눠준 대가로 팬케익을 나눔받았다
소금이 소금통에서 잘 나오지 않아서
아예 뚜껑을 따고 들이부었는데
이상한 노란 길쭉한게 여럿 있었다
아마도 구더기같은 뭐 그런것 같았다
무슨상관이랴... 그냥 걷어내고 찍어 먹음.
해발 3천미터이다. 산소가 상당히 부족하다.
산소가 부족하면 단순히 숨만 쉬기 힘든 것이 아니고
지능이나 판단력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다시 설산 산행을 하자.
추위를 대비해서 아주 단단히 껴입고 가자.
한국에서도 해보지 못한 설산 산행.
스패츠와 아이젠같은것도 신어볼 일이 없었다.
메이플스토리에서나 볼 물건들이다.
아이젠을 신으면 평지를 걷는 것이 아주 불편하다.
하지만 아이젠을 신고 눈밭을 걸으면
기분이 아주 좋다. 폭신폭신하다.
눈밭을 걸으면 뭔가 무릎도 덜 아픈듯한
착각마저 든다.
저 멀리 보이는 마차푸차레가 아름답다.
뾰족하게 솟은 아름다운 산
저런 곳이야 말로 ‘오르는 곳’이 아니고 ‘보는 곳’이다
3천미터 찍는데도 죽을 지경인데
저런 곳을 오르는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
물론 누군가는 마차푸차레를 겨우 6천미터급이라고
우습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참고로 마차푸차레는 한번도 인간이 등정한 적이 없다
시바신한테 헌정된 산이기 때문
아주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 누가 마차푸차레 정상에 올라갔다고 자랑하고 다니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저지대에서는 히말라야임이 잘 인지가 되지 않았었다.
그저 집 뒷산인데 조금 높은 뒷산같은 기분
초록초록한 히말라야는 잘 상상하지 못하긴 하지
미디어의 각인 때문에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3천미터 이상에서야
나는 진짜 내가 히말라야에 왔다는 것을 느꼈다
1분마다 변하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설산, 그리고
점점 드물어지는 바닥의 흙
대신에 보이는 돌로 된 단단한 바닥들
날씨가 맑아지면 맑아지는대로 무서웠다
눈이 오면 눈보라가 두렵고
날이 맑아지면 눈이 녹으면서 눈사태를 걱정해야 한다
걱정할 것이 정말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볼 가치가 있기도 하다
뱀부를 지나 도반에 왔다
뱀부에서 도반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다
도반도 올드 도반과 뉴 도반으로 나뉘는데
어퍼 시누와와 로우 시누와처럼
개념없이 멀리 떨어져있지는 않다
지붕에 쌓인 어마어마한 눈의 양
히말라야에 집을 지으려면 지붕만큼은 존나 튼튼해야지
제작년에는 ABC가 눈보라에 의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한다.
사실 집을 짓는 자재들을 옮기기 너무 힘든 위치니까
얄팍하게 지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높이에 건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세계의 후진국에 속하는 네팔
네팔 안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히말라야
히말라야 안에서도 깊숙한 3천미터 지점의 롯지
뒤에 보이는 대자연 마차푸차레
+
<와이파이 됩니다> 팻말
2020년이다

도반에서는 간단하게 설탕을 한 6스푼 넣은 블랙티
슬슬 차 한잔에 1천원이 넘어가니 좆같음
얼어붙은 암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보기만 해도 차갑기 그지없을 것 같다
무슨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참고로 이 근방에서 노상방뇨 함.
(화장실이 없는데 어덕해요?)
아름답다 근데 막상 올라갈 때에는 존나 힘들어서 풍경 제대로 보이지도 않음 그냥 땅만 존나 보임
히말라야 호텔에 도착했다
슬슬 정상적인 마을 이름이 아니고 롯지 자체가 지역의 이름이 된다. 진짜 사람살만한 곳 아니라는 소리
히말라야에서 마지막으로 샤워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롯지이다
이 이상의 위치에서는 샤워가 불가능하다
고산병으로 죽어가는 관광객을 막기 위한 조치겠지
참고로 나는 트레킹 하루 전날이
마지막 샤워일이었다
2020년에 나는 겨우 2번의 샤워를 했다
으 더러워라~ 더러워~ 웩
물가가 너무너무 비싸졌다
강제로 채식을 하고 있다
고기가 들어가면 가격이 폭등한다
야채 볶음국수를 시켰는데
색깔은 짭잘하니 맛있어 보이지만
기적적으로 밍밍한 맛이라 케찹을 범벅해서 먹었다
맛있으면 비싼 물가도 아깝지가 않겠지만
맛 없 음
그리고 여기서는 엄청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그 한국남자 3명도 잠깐 다시 만났고
하산하시는 분들도 만났다
하산하시는 분 하나가 피자를 나눠주었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는게 아닌가
히말라야에서 한국분들한테 너무 많은 것을
얻어먹고 다녔다
원래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을 만나는걸 싫어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싫지가 않았다
아마 상황 속에서 느끼는 동질감같은 걸지도
나도 여기까지 혼저 올라온 젊은사람 있다면... 피자 사줬을듯...
그리고 히말라야 호텔 피자 맛집임
데우랄리를 향해서 가자
무릎이 형언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아팠다
불구가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면서 올랐음
오래된 버킷리스트였으니까
아이젠을 찬 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왠지 전문 산악인같은 기분이 드니까..
어쩌다가 보석. 목걸이. 구두 같은 것으로 멋을 내는 게 아니고
아이젠으로 간지를 찾는 인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것이 좋아요.
이 모든 것은 먼 과거 한때 바닷속에 있던 것들이다
현실감이 없는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계속 머릿속에 주입해야만 했다
그정도로 현실감이 없는 풍경이었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면 믿기지 않는 광경의 연속

폭포가 떨어져야 할 자리인데
물이 완전히 얼어버려서인지 물 대신 눈이 흐른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아니냐
저 눈이 가득 차면 눈사태로 이어져서
또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르지
그 자리에는 또 명복을 비는 메모리얼 사이트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 근방에서 내 동년배 한국인 한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당연히 그분만이 아닐테고 앞으로도 늘어갈테지
내가 이런 길을 걷는 것이 가능하리라곤 나도 몰랐다
페이스가 느려서 나의 용기를 키워줬던
아메리카 고딩 원정대 (진짜 고딩 맞음)
겨울 히말라야는 너무 추운 관계로 비수기
사람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다
걷는 와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풍경을 감상할
여유같은 것이 거의 없다
죽어라 죽어라 걷다가 겨우 숨을 가다듬으면
비로소 망각하고 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겨우겨우 무릎을 질질 끌고 도착한 데우랄리
스틱과 한 다리, 도합 3다리로 도착했다.
데우랄리 롯지의 다이닝 룸
곧 이곳은 미국 고딩 원정대와 혜*여행사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한국 남성 3명도 여기서 다시 만났다
코스가 같으니까 안면도 트이고 반가웠다

카페 뷰 굿
와이파이 3천원 내고 결제해서 폰질 함
근데 그마저 저녁 7시 지나면 못씀 (자러가라고 보냄)

구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구름이 지면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는 중

한국 남성 3명과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달밧, 오믈렛, 볶음국수, 피자를 시켜 먹었다
그런데 한국 여행사인 혜*여행사는
포터를 시켜 엄청난 재료를 가져와서는
쿡을 불렀는지 어쨌는지
해발 3200미터에서 잡채를 해먹고 있었다
김치도 종류별로 있었다
솔직히 대체 여기서 뭘 해먹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뭐가 나오남? 하고 보려고 기다렸다
노인부터 어린애 별 사람이 다 있었다
여행사를 끼면 좋기는 좋구나.
한데 나중에 여행사 끼고 패키지 등산하는 비용 보고 까무러침ㅋㅋㅋ
그리고 또 고산병약을 반알 먹고 잠들었다.
이젠 시발 자고 깨서 눈 뜨기가 싫다
일어나면 또 등산 해야하잖아 시이이이이이이이발
저 한국인 3명은 기어코 “난 약따위에 의존하지 않아” 시전하면서 어제 내 약 먹을때 안먹더니 고산병 시작되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함
참고로 나야 와식생활인이지만 저들은 한국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임... 본인의 평소 체력과 고산병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
언제 올지 모르니까 예방을 하자.....
3천미터만 되어도 대기중 산소 농도는 60퍼인가 뭐 그정도밖에 안된다.
작가 돈주기
|
|
나 다음달에 혜초로 abc가는데…재밌다…ㅋㅋㅋ
|
||
2
|
||
|
대박이여진짜 이런글을 또 어디서보나
|
||
| pi******* | ||
|
아이젠 간지ㅋㅋㅋㅋㅋ
|
||
| ki********** | ||
|
혜초 ㅋㅋㅋㅋㅋ
|
||
| me******* | ||
|
와식생활인ㅋㅋㅋㅋㅋㅋㅋ
|
||
;D
|
||
|
언니 멋지다!
|
||
| 가지 | ||
|
글 너무 잼써
|
||
| sw***** | ||
|
멋져
|
||
| ar**** | ||
|
8탄을 빨리달라 무릎은 이제괜찮아?ㅠㅠ
|
||
도쿄쿄
|
||
|
문학이야 문학
|
||
| sophia | ||
|
무릎 괜찮아? 풍경사진 너무 멋있는데 걱정된다
|
||
| 기린 | ||
|
소금에 넣어 놓는 거 쌀 넣어 놓는 거
소금 눅지지 말라고 아 너무 좋다 눈 온 히말라야 |
||
복숭아
|
||
|
언니야 너무 대단해,,, 무릎 이제는 괜찮은거지??
|
||
겨미인
|
||
|
잘 봤어~ 이거 보고 급 꽂혀서 블로그에 히말라야 트래킹 하는거 죄다 찾아보는 중 ㅋㅋㅋ
|
||
| pa******* | ||
과일뿌셔
|
||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