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팔] 히말라야에서 숨질뻔한 일기 (8일차)

전날 내가 하도 절뚝대며 다녀서

중국 여자 두명이랑 다니는 국적불명의 서양인이

Are you okay? 라고 물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내 무릎 상태를 알면서도

얼른 하산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부디 조심히 올라가라는 말만을 했다

괌 뉴욕 다낭 놔두고 여기에 온 사람들은 알만하잖음?

 

아무튼 이제 abc에 가는날 드디어~ 4130m~

 

 

 



사치를 좀 부려볼까 해서 구룽빵에 달걀도 추가했다

내 몸뚱아리 하나 끌고오기도 힘든데 대체 달걀을 어떻게 가져오냔 말임

 

 


 

 

미국 고딩 원정대도 출발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얘네는 고산병도 없는건지 다들 튼튼하게 잘도 올라간다

존나 체력 차이 보면서 현타도 좀 오고

 

난 안나푸르나 오기전에 하루에 달리기 5킬로씩 일부러 했는데 ㅠ

그래도 이모양 이꼴

 

 

 

날씨가 영 좋지 않다

네팔 사람들은 산이 허락해야만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이드에게 재차 물었지만

날씨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계속 들었다

 

중국인이 안나푸르나 일기예보 사이트 보여주는데

그 사이트 기가 막히게 잘 맞는 것이었다

폭풍 온다더니 진짜 폭풍 오기 시작함

그런데 뭐 여기까지 온 이상 안나푸르나 안보인다고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며

안나푸르나는 못봐도 abc에 서야지

 

 


 

안나푸르나의 지도 (그와중에 한국어 한 바가지)

3박을 하는 동안 정말 많은 곳들을 거쳐왔다

포카라 마큐 지누단다 촘룽 로우시누와 어퍼시누와 뱀부 도반 뉴도반 히말라야호텔 데우랄리

이제 MBC랑 ABC 두군데 남았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찍으러 왔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찍게 되었다

 


 

암벽에는 석청이 가득 흐르고 있다

저게 다 얼마고.. 담금주통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안나푸르나가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매우 무겁고 발걸음도 무거웠다 흑

 


 

여기저기 돌탑이 쌓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련가수 이름 씀 КИНО

 

근데 등산스틱으로 벅벅 긁어도 잘 쓰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더이상 저것은 눈이 아니다

이미 광광 얼어버린 얼음이다

푹푹 파여야 할 눈이 파이지도 않는다

 

 

 

얼음 동굴

동굴이라기 하기엔 다리같지만 가이드가 동굴이래

아주 신기한 지형을 다 보겠다

 

 

 

이쯤부터는 폭포는 완전히 얼어버렸다

기온은 영하 20도에 육박했지만

패딩 하나 안입고 있어도 땀나고 뒤질것 같더라

제발 빨리 샤워하고싶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길을 지나왔다

2주일 전만 해도 귤 먹으며 전기장판 위에 누워있었는데 ㅠ

한번도 써본적도 없는 등산스틱과 아이젠은

이제 내 한심한 진짜 다리보다 도움이 되는 중

 

 

 

겨울의 히말라야에서 유일하게 자랄 수 있는 식물

이름을 물어본다는 것을 잊었다

다 죽어가는 나무만 보다가 이런거 보면 예뻐보임

과장해서 눈앞에 보이는게 죄다 흑백인데

초록색 한 줌

 


 

가이드 아저씨



 

MBC (해발 4천미터)

 

여기 와서 울었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게 ABC에 도달했을 때보다 MBC에 도달했을 때의 기억이 충격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구름때문에 안나푸르나는 커녕

마차푸차레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ㅠ

원래 MBC에서만 해도 안나푸르나가 거의

코앞에 있다고 느낀다고들 한다

 


 

베이스캠프 내부로 들어와서 보는 바깥 풍경


 

 

세계 각국에서 안나푸르나를 오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네팔으로 모였다

어느 누구도 쉽게 올라온 사람이 없을거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사진들은 스카치테이프가 아니라 파스나 밴드로 고정되어 있었다

 

나도 하나 붙였음

 

가이드 아재가 '나랑 전에 온 사람은 이 사람들이야' 하면서 보여줬다

그리고 다음에 같이 올라오는 사람이 생기면

걔네한테도 내 사진 보여줄 거라고 한다 ㅋㅋ

 


 

변화무쌍한 산의 날씨...

는 무슨 그냥 지랄맞기만 할 뿐

 

저 풍경 겨우 3초 봄

3초 후에 다시 구름속으로 사라짐

 

이쯤되면 변화무쌍이 아니고 안좋은 쪽에 고정된 수준이다

 



 

존나 험해보이는 산길


아 좀 심금을 울린다는 말이다

급식때 오래달리기 뒤에서 2등하던 내가 여기까지 옴 ㅠ

것두 혜*여행사도 없이 혼자 ㅠ

 

 

 

 

고산병으로 죽든 말든

이 광경을 보면서 담배를 안 피울 수가 있으랴

(담배피면 고산병 빨리 옴)

 

사실 고산병 걸리든 말든 내려가면 금방 낫긴 한데

 

헬기 타고 포카라 가는 비용 100만원 ^^

앞으로 몇달 넘게 여행 계속 할건데 그러면 탕진해버린다는 것이다

 

 

 

 

 

 

 

으으으으윽 MBC 롯지 밥 너무 맛없어 우웩

다른 롯지에 비해 양도 터무니없이 적고

케첩 맛으로 겨우겨우 먹어치움

MBC 롯지 불매합니다

 

 

 

MBC에서 ABC로 가는 길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 무엇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이었다

 

 

 

이제는 뭔가가 살짝 보이기만 해도

사진부터 찍고 보았다

그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씨였다는 것

 


 

설국열차나 투머로우에서도 이거보단 앞이 잘 보였던 것 같은데

 


 

 

4천미터를 육박하면서부턴 산소도 점점 부족해지고 (산소농도 50%였나?)

한발짝 한발짝 조금만 옮겨도

전력질주를 한 것 마냥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ABC를 안내하는 랜드마크

보고 소리지름 ㅠ

 

체력병신인데 무릎까지 다쳤는데 여길 기어올라오네 ㅠ

포기하는게 나을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나는 해낸 것이다

 

 

다른 사람들 여행기 봐도 그렇고 나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달하면

뭔가를 깨닫거나 무언가 다른 인간이 될 것 같았다

등반 전과 등반 후에 큰 변화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없었읍니다.

 


 

여기에도 돌탑이 있었다

무엇을 소원하면서 쌓은 것일까

 


 

4130m

 

그와중에 태극기 존나 2개나 있음 네팔 국기가 2개인데




 

박영석


안나푸르나에서 운명한 사람인데

사실 안나푸르나가 세계 10위봉 중에서 제일 사망률 높음

오들오들..



 

안나푸르나는 무슨 씨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저 개들은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해발 4130미터에서 피우는 담배

버킷리스트 완

 

사실 배경에 안나푸르나까지 있어야 하지만 시발~



 

 

한국에서 서울쥐 친구가 나름 고열량으로 챙겨준다고

챙겨줬던 스니커즈

배경을 ABC로 해서 인증샷을 찍어달라고 해서 보냈다

 

미안하다 ABC 없다 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롯지

1년 전에 여기 눈폭풍때문에 개박살 났다고 한다

 


 

 

ABC 메뉴판에 정식으로 신라면 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산을 사랑하면 여기서도 신라면 파냐는 말

상징성때문에 6500원이지만 사먹음.. ^^

 

어디 있는지도 모를 사람이 많은 국가 네팔에서 신라면 먹기 기분 굿

 

다 불어터진 신라면은 존나 맛있었다

(한국 아재들이 '마 이렇게 끓이는거 아니다' 존나 시전했을듯)

 

 

자주 만나던 한국사람 3명도 여기서 다시 만났는데

고산병 어떤느낌인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다이아목스 안먹고 ABC에서 거의 널부러져 있었음

 

 

그리고 3천원 내고 와이파이 사용했고

3천원 내고 핸드폰 충전 맡겼음..... 내 돈....

보조배터리 2만 다씀....

 




 

영하 30도

난방 없음

 

핫팩 7개 터뜨려서 침낭에 붙이고

내복 2겹 패딩 2겹 입고 이불 3겹 덮고 잤다


그러니까 영하 30도에서도 더워서 자다가 이불 걷어차고 잠 ;

 

 



안나푸르나는 구경도 못한 상태로 날이 저문다

 

 

그리고 드디어 나도 고산병이 시작되었다

내일 내려가는 날이라 상관은 없다만

 

자다가 중간에 숨이 진짜로 안 쉬어져서 다이아목스를

반알정도 조금 먹고 잠들었다

고산병 맛보기로 끝나서 다행이겠지

 

 

자다가 중간중간 쏟아지는 별무더기를 보고 싶어서

문을 열고 슬금슬금 나가봤지만

안나푸르나도 별도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어쩌랴

작품 등록일 : 2020-08-02
원주 명산클럽도 저기 갔노
ki**********   
내가 다 숨이 차네
대단하다 멋있어
기린   
산악회 싫지만 나도 가고 싶다
프랑스 호랑이   
제발 다음 화 주세요 너무 재미있다
안녕뇽   
언니 진짜 존경스러워
겨미인   
우왕 아껴서 읽었다
대단하다!
과일뿌셔   
재밌다ㅎㅎ

담배피고싶다
di******   
언니 정말 대단하다
손도 이쁘다
bu*****   
아이코스 아이언맨 버젼이네 ㅋㅋㅋㅋㅋ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읍니다 ㅋㅋㅋㅋ 맘에듬
ku키   
흥미진진
L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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