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미술사 - 사실주의(17)
범일좌천부산진초량 2018-06-10
서론이 길다. 읽기 싫으면 아래 별표로 직행.

미술을 말하다 보면 꼭 듣는 말이 있다. '미술을 잘 몰라서요','볼줄을 몰라서요,,','안목이 없어서요..','현대미술은 넘 어려워용.. 르느와르는 조와해용..' 대체 뭘 모른다는 것일까 궁금했다. 알고보니 미술사를 잘 모르는 것이고 작가도 모르고 그림도 모르고 본적도 없다. 그래서 보러 가도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술을 안 가르쳐준다. 미술은 배울 필요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미술을 하는 방법도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도 미술사도 미술 자체도 안 가르쳐준다. 돈 벌고 취미가 생기면 그때서야 조금씩 즐기는게 미술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미술은 그런 것이 아니다. 걸출한 명작 시리즈, 월간이드 문학관찰기를 읽으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미술을 잘 모른다 느끼는 경우가 있다. 안목이 부족하고 태생이 센스가 없고 고리타분에 노잼인 인간들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을 셀프추천한다.
앞으로 쓸 글은 가볍게 읽는 미술사다. 온통 내 뇌피셜과 그간 내가 알아온 것들을 바탕으로 쓰는 것. 읽고 어디 가서 잘난척 한 마디 또는 전시회 가서 '이건 이런 생각으로 그렸겠구나','이건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구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다. 월간 이드를 보는 것이 최선이다. 내 글은 보조격으로 읽히면 좋겠다. 아무리 봐도 거짓으로 그린 그림이 구별 안 되는 사람들은 머리로라도 시화 보듯이 연결짓는 거다. 이 글은 안목이나 미술감상이랑은 사실 거리가 멀다.
작가 이름, 작품명 같은 것은 최소화 한다. 미술사가 재미없는건 미술사가들의 저작이 온통 잘난척으로 도배돼있고 관심도 없는 화가들이 잔뜩 나와서 그렇다. 쉽게 쓴 미술사라도 재미도 없고 잘난척을 너무 많이 한다. 난 그런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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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Re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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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 구스타프 쿠르베 라는 작가는 '오르낭의 매장'이란 작품을 발표한다. 작가 이름 안 쓴다면서 얘는 왜 쓰냐. 얘만 알면 사실주의 맥락은 모두 아는 거거든.
이 그림은 엄청나게 크다. 파리 가면 있는데 가로세로 몇미터씩 된다. 거기에 그냥 시골마을 촌구석 장례식 중 관 묻는 장면을 그려놨다. 아무도 누군지 알아볼수 없는 그림이다. 왜 이게 유명하냐면 이때까지는 아무도 이런 짓을 안 했다.

가로세로 몇메다씩 되는 그림은 나폴레옹 즉위식이나 왕, 위대한 신들을 그릴 때 쓰는 것이었다. 그런 화폭에 쿠르베는 시골촌동네 사람들을 잔뜩 그려놓고 칙칙한 색으로 도배를 했다. 그 장면 또한 볼거 없는 장례식. 마치 그들이 뭐라도 되는양 그려놓은 것이다.

이게 중요했다. 거렁뱅이농부들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그려놨으니, 그동안 그림에 등장하던 왕부터 귀족들, 부자들은 엿같았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그림에 일반 농민들이 등장하니 불쾌했던 것이다. 쿠르베는 그러면 왜 이걸 그렸을까.

사실 당시 현실이라는 것이 농부들의 비참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99%의 사람들은 딱딱한 빵쪼가리에 고기가루 넣은 죽을 먹고 사는데 정작 우리가 배우고 주목하는 건 1%의 왕과 귀족들의 삶이었던 것이다.
르네상그 이후 원근법도 개발되고 인간, 이성이 대두되면서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또 모든 사물을 이성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림의 장면들은 귀족이나 왕밖에 없던 건지. 그 사람들은 현실을 비슷하게 그릴줄은 알지만 그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쿠르베는 그게 불만이었다. 1800년대의 낭만주의 화가들은 개인의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극한 감성충들이라 색도 화려하기도 하고 형태도 흐트러지거나 구성이 역동적이고. 근데 어쩌라고. 쿠르베는 불만으로 가득찬 반골종자였다.

사실 이건 별 대단한게 아닌 당연한 흐름이었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로 일반 민중의 힘이 대단해졌다. 사회운동가들은 민중을 보기 시작했다. 고되고 힘겨운 하층민들의 삶이다. 인간 대부분이 겪는 배고픔과 지저분한 모습이 바로 인류라는 거지. 인류애가 드디어 피어오르는 위대한 시대였다. 쿠르베는 그 끝에 있는 사람으로 당연한 생각을 한 것.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나 레 미제라블,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모두 이 맥락과 통한다. 밑바닥을 보고 동정을 느끼는 거다. 사랑하는 것. 구질구질한 감성이지만 인류애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결론이 나왔다. 사실주의란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린다'가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넘어온거라 그럼. 현실주의가 더 맞을 수도 있지.

쿠르베 트리비아 하나를 말해주자면 '봉쥬 무슈 쿠르베'라는 작품이 있다. 자기 모습을 넣어두고 삐딱하게 짝다리 짚고 서서 턱을 치켜든 그림인데 그 앞에 자기 그림 사주는 후원자를 세워놨다. 나는 능력도 있고 생각도 깊고 세상을 곧이 볼줄 아는 사람인데 니는 씨발 가진건 돈밖에 없잖아 하는 그림. 이 그림을 본 화가들은 쿠르베 모습에 이입하고 부자들은 부자 모습에 이입했다. 근본이 싹수가 대단한 인물이었지. 뿐만 아니라 세상의 기원이라는 그림에서 보지만 묘사해놓기도 했다. 배짱 두둑한 또라이였지.

근데
이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은 옛날에 없었나요? 옛날 그림들에도 농민이나 하층민 그림 그리고 그랬잖아요. 하는데
맞다. 17세기 네덜란드에도 있었고 풍경화가 등장하면서 목가적인 장면이나 일반 사람들도 그림에 넣곤 했다. 이래서 미술사가 좀 어거지라는 건데, 그래도 변을 한 번 해본다.

첫째로 유명도를 따지는 거다. 쿠르베가 존나게 유명하거든. 또 밀레도 유명하거든.
둘째로 당시 시대사상의 흐름을 봤을 때 그에 가장 맞기 때문이다. 문학도 그렇고 사상가들도 그렇고. 분류하기 나름이지만 그렇게 많이 분류하니까.
셋째로 존나 배짱 두둑했다는 거다. 옛날의 화가들이 단순히 아름답고 예쁘고 감성에 젖어서 그린 반면 쿠르베는 명백한 의도를 가졌다. 실제 언동도 그러했다. 명백하게 '이 씹새끼들아. 니들 배부르게 쳐먹으면서 세상을 논하지. 나는 세상을 바로 본다. 좆같은븅신들. 쳐먹고 섹스밖에 못하잖아.' 라는 의도를 가지고 거대한 캔버스를 준비해서 몇년간 이름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나 그린 것. 근데 얘도 사실 그림 잘 팔아막고 살았다 ㅋ 인기 많았음.

미술사조는 사실주의를 기점으로 작가의 의도가 명백해진다. 이전까지는 그냥 예쁘거나 웅장하면 장땡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주의라고 따로 분류한다.

쿠르베 말고 위에 밀레를 언급했다. 밀레는 자연주의가 아니냐고? 맞다. 자연주의이면서 사실주의. 밀레가 그린 장면들은 농부들 추수하는 게 가장 유명하고 씨뿌리는게 다음이다. 그런데 빵굽는아지매나 헛간 같은 것도 그림. 전문적으로. 자연주의라는 건 들판 같은 걸 그렸기 때문에 그런 거고, 사실주의로 분류해도 되는 사람. 이 밀레는 빈센트 반 고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영향? 사실주의적 영향. 고흐는 밀레의 그림에서 들판이 아닌 농부를 봤다. 그리고 농부와 빈곤한 거지들의 처절한 삶을 그려냈다. 물론 자연에 대한 영감도 받았지 ㅋ 그래서 해를 그렇게 그린 거고.

아무튼간에 185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의 그림이다,
그리고 그려진 것들이 시골이나 공장, 광산, 항구의 어부나 농민이다,
그러면 그것은 사실주의이고
위의 쿠르베와 같은 생각으로 그린 것이다.
안타까운 인류의 현실을 그려내기로 작정한 사람들.
그것이 바로 보는 길임을 알았던 사람들이다.
참으로 좌빨같은 마냥 아름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이 후대에 준 영향은 끝이 없다.

사실주의 화가들은 이렇게 현실을 그림 뿐만 아니라
색체에 대한 연구도 함께 했거든.
쿠르베는 고전적인 기법으로 그린다. 물론 보면 잘그리긴 했음. 흰 들판의 사냥개 같은거 실제로 보면 별장 지어서 모셔놓고 싶음. 근데 밀레를 보자.
밀레류의 사실주의 화가들은 자연을 그리면서 노을도 그려보고 햇살도 그려본다. 화덕의 불도 그려보고 어스름한 헛간 내부도 그린다.
저 옛날 빛의 화가들, 렘브란트나 루벤스(전혀 몰라도됨)은
인공적으로 과한 빛을 만들어냈다. 요새 아이폰에 있는 스튜디오 조명 필터효과 같은 거다.
그러나 이때의 사실주의 화가들은 빛을 보이는대로 그리려고 나름 노력했거든. 이게 어거지 같아도 나중의 인상주의에 닿는다.

그래서 진짜 결론은
사실주의는 현실을 본 사조다.
귀족 왕에서 벗어나 현실 그 자체를 웅장하게 화폭 전체에 담아낸 그림들과 작가들을 가리켜 사실주의라 한다.
이들은 후대에 사상 생각으로도 그림 기술로도 영향을 미쳤다.







****잡소리****

얼마전에 돈 받은 기념으로 써보는 시리즈글이다.
가볍게 읽는 미술사로 1850년대 사실주의부터 2000년대까지
미술사적인 해석을 쉽고 가볍게 써볼 건데
사실 이 글 말고도 써놓은 게 좀 더 있다.
반응이 좋으면 더 올리고 아니면 묵혀두려고.

그동안 미술에 관한 글을 몇 개 써놨다.
유화와 아크릴을 그리는 방법을 썼다.
아이패드로 그리는 방법도 썼다.
또 폰/태블릿/컴으로 미술 작품을 쉽게 감상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이게 모자라면 직접 가서 보라고 도쿄/파리 미술관 추천도 해놨다.

나중에 내 글을 이용해서 안목 키우는 방법도 써보려 하는데
어디까지나 월간 이드 서브격인 글.


아래 글쓴이 다른 글을 눌러서 미술글 둘러보고 마음에 들면 $$

요새 좋은 컨텐츠 너무 많다 돈!!!
ca******** 2018-06-11
답글쓴이 돈주기   
좋다!
co****** 2018-06-11
답글쓴이 돈주기   
온니 더더 써주라 내가 돈 줄게
ca******** 2018-06-11
답글쓴이 돈주기   
이 언니 내 돈 다 빼먹을라고 작정을 했고만
옛다!!
su*** 2018-06-13
답글쓴이 돈주기   
소장! 여기 천재 글쟁이 딸 한 명 더 있네 빨리온나~!
evo** 2018-06-14
답글쓴이 돈주기   
소장 여기야 여기
la**** 2018-06-14
답글쓴이 돈주기   
좋다
co****** 2018-06-14
답글쓴이 돈주기   
와 나 이 언니 짱좋아!
이런거 어디가서 배우고 싶어도 이렇게 쉽게 가르쳐주는데 있냐
텍마딸라♥
au***** 2018-06-28
답글쓴이 돈주기   
옜다!
la****** 2018-06-28
답글쓴이 돈주기   
와 이언니 지대로군
알기쉽게써놨네!
al******* 2018-06-28
답글쓴이 돈주기   
초량님 돈받으세여
jh**** 2018-06-28
답글쓴이 돈주기   
계속 써주세요 선생님
진미오징어 2018-07-19
답글쓴이 돈주기   
내가 가진 딸라 다 드림
se**** 2018-07-29
답글쓴이 돈주기   
옜다! 약소하지만 받아랏ㅋㅋㅋㅋㅋㅋ알기 쉽게 써놔서 잘 읽었음 딴 것도 더 써주라~!!!
nu****** 2019-06-03
답글쓴이 돈주기   
너무 멋있다
ov******* 2019-06-08
답글쓴이 돈주기   
넘나멋있어요
hs****** 2020-02-15
답글쓴이 돈주기   
넘 재밌어!! 이해하기도 쉽고
el*** 2023-05-26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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