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 - 경험에서 적어보는 싱가폴에서 일하기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9)
ji***** 2019-07-18


이드 게시판을 읽다보면 싱가폴에서 일하는 언니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지난번에 게시판에 적었던 도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솔직한 후기에 이어서 싱가폴에서 일하는건 어떤지에 대해서 적어보려고해. 2년6개월 정도 일하면서 체재했던 곳이니까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경험담을 풀어낼 정도는 된다는 생각이 드네.

계속 동남아라는 곳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태국에서 취업을 할지 싱가폴에서 취업을 할지 회사한테 오퍼를 받은 것도 아닌데 고민을 했어. 지난 글에서도 밝혔지만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동남아에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거든.

이런 고민은 그 당시에 적어내린 일기장에도 잘 적혀있는데, 태국이라면 물가가 낮으니까 200만원을 벌더라도 질높은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싱가폴은 대학교 졸업생이 받는 초임에 비해서 물가가 너무 높아서 힘들겠지만, 영어를 공용어를 하고 있는만큼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동남아시아 헤드쿼터들이 모여있는 만큼 막연하지만 동남아시아를 관리하는 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젊을 때는 고생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들고 회사한테 오퍼를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관광비자로 싱가폴을 입국했어. 당시에 나는 한국의 일본계 회사에서 9개월 육아휴직 대체 계약직으로 일을 했었고, 그렇게 모은돈 300만원에 캐리어 1개 이민가방 1개에 살림살이를 챙겨다가 말 그대로 홀홀단신으로 도전을 했던거지.

미국의 대도시나 유럽처럼 싱가폴도 워낙 집세가 높다보니까 방 한칸 빌리는데 보통 80만원이나 드는 비싼 동네이다보니까, 수중에 돈도 별로 없는데 비싼 곳에 살 수는 없잖아? 그래서 국경도시인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체재했어. 거기는 방 한칸에 30만원에 빌리는게 가능한데, 싱가폴까지 가는데 길이 막히지 않는 평일이면 편도로 2시간 정도 걸리거든. 거기에서 살면서 면접이 잡힐 때만 싱가폴에 넘어가면 되겠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

보통 싱가폴에 취업해서 넘어오려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미리 한국에서 스카이프 면접을 통해서 오퍼를 받아서 오거나(그 가운데서는 에이전시에 돈주고 일자리 소개 받는 사람이거나 학교 연수 프로그램으로 호텔 취업으로 오는 사람도 참 많다),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영어 어학원 끊어놓고 싱가폴 생활도 안정화 시키면서 면접을 보러다니는 방법을 선택하더라고. 한국 경기가 안좋고 싱가폴에 구직자들에게 워낙 인기있는 나라이다 보니까 코리안 스피킹으로 일을 찾으려고 하면 경쟁률이 치열한게 사실이고, 일본어를 한다는 이유로 운좋게 한국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회사의 싱가폴 지사에 일할 기회를 잡았지. 싱가폴 일하면 동남아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잡았던 포지션도 일본에 있는 본사랑 태국에 있는 현지 공장을 연결하는 일을 잡아서, 되돌아 생각해보면 박봉이라서 괴로웠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

싱가폴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불평하는게 있는데 일단 사람들이 너무 못생겼다, 패션센스가 없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 많은 돈을 주고 집을 빌리지만 다른 사람과 쉐어를 해야한다, 쉽게 부자들을 만날 수 있는만큼 자신의 처우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는게 있을거야. 이런 이유들 때문에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지금 다른 나라로 옮겨와 있기도 한데, 사회초년생 때 고생을 했었기 때문에 얻는 것도 많았어.

일단 이 싱가폴이라는 나라는 대놓고 사람을 계급화하고 차별을 하는 나라야. 일단 내가 싱가폴국립대 4년제를 졸업했잖아? 그럼 외국인중에서 취업을 못하고 있어도 1년간은 머물면서 일을 찾을 수 있는 비자를 줘. 근데 2년제 폴리테크닉 이런거면 취업없으면 얄짤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이드 언니들 답변해줘요). 어느 대학교를 졸업했는가에 따라서 취업비자/영주권비자 심사에 영향을 줘.

그래서 오히려 좋았던 점이 뭐냐면 고학력의 인재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집쉐어 하면서 평생을 함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을만큼의 좋은 인연을 여럿 만났다고 생각하고 그 점에 있어서 감사함을 느껴. (이드 언니들 중에 부자 만나러 싱가폴 가겠다는 언니들 덧글 봤는데… 외모는 정말 노답이야. 서양남들은 한국은 미국/영어교사가 태반일건데, 전 아시아를 통틀어서 싱가폴, 홍콩 나와있는 서양남들이 제일 엘리트라고 생각해. 잘 교육받았다는 느낌.)

그리고 이 나라가 특유의 브로큰 잉글리쉬인 싱글리쉬로 유명한 나라잖아. 발음이 중국식 억양이 듬뿍 묻어 있어서 처음엔 다들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을 겪는. 그 왜에도 말레이어, 중국어 들을 섞어 쓰기 일쑤인. 그렇다고 해서 이 싱가포리언들이 절대 영어를 못하는게 아니라서 같이 업무 하면서 여러모로 많이 배웠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많이 주장하고 다니는건 흔히들 영어배운다고 워킹홀리데이 많이 가는데, 가면 몸쓰는 일 많이 하는걸로 알고 있다고. 그러지 말고 완벽한 영어실력이 아니더라도 취업을 할 수 있는 싱가폴에 도전해 보라고 주장을 해. 오피스 잡으로서 싱가폴에 일함으로써 말그대로 실전 비즈니스 영어를 배울 수 있고, 한국에 돌아와서든 아니면 다른나라로 거처를 옮겨서든 경력 사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플러스가 된다고 말이야.

그런데 한가지 맹점이 있다면 코리안 스피킹으로 일자리를 구하다보면 ‘커스터머 서비스’ 구인이 많으니까, 이 경우에는 경력개발을 어떻게 할지 의문이 되는 부분이니까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나는 누가 멘토역활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스스로 길을 개척한 케이스인데, 내가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한국/일본에서 취업해서 기초부터 일을 3년 정도 확실히 배운다음에 싱가폴에 나가는 식으로 도전을 할 것 같아. 회계며 마케팅이며 기초부터 탄탄히 가르쳐 주니까 말이야.

예전에 회계부문 경력자 한국분이랑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 여기는 동남아 헤드쿼터가 많으니까 회계쪽 구인이 많은데 AP(Accounts Receivable) AR(Accounts Payable) 이런식으로 회계 업무를 세세하게 나눠둬서 전체적인 흐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그리고 여기는 채용할 때 ‘너 일을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이런식의 철저한 실력 검증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채용을 해서 그런지 탄탄한 실력과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가진 인재를 찾기 힘든 것 같다는 코멘트를 해주셨어. 싱가폴 취업을 선택지에 넣고 있는 대학생 언니들, 사회 초년생 언니들이 참고를 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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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을 해서, 오늘 글에서는 크게 아래 두 가지 점에 대해서 적어봤어.


1. 워킹홀리데이 가서 몸 쓰는 일 하지 말고 싱가폴에서 오피스잡 잡아서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자
2. 싱가폴에는 커스터머서비스 직군이 많으니 한국에서 회계/마케팅/IT 직군을 확실하게 익힌 후에 싱가폴에 도전하는 것을 고려하자


그 외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덧글 남겨주면 아는 범위안에서 답변 하도록 할게!
그리고 싱가폴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이드 언니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코멘트 달아주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네.





> 보내주신 딸라는 글을 계속 써내리는데 큰 힘이 됩니다

달라 가진거 주고 간다. 언니 이커머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일단 영어 능통, 중국어 중급, 말레이어 중급인 이커머스 2년차거든. 근데 싱가폴에 가면 그런 사람 깔리고 깔렸잖아(일단 중국계애들은 영어 중국어 기본, 교육잘받은 말레이계 애들은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자유롭게 하던디.)
그래서 나만의 강점인 언어능력이 사라지는 느낌인데, 나는 너무 탈조선하고 싶거든. lazada같은데로 T_T . 그냥 한국에서 언어 우대받고 사는게 나을까?
so******** 2019-07-18
답글쓴이 돈주기   
so> 중국어 말레이어도 하다니 어렸을때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자랐나봐.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싱가폴/말레이 같은 나라에서 키우며 선택권을 넓혀주고 싶다. 말레이계 내가 만난 애도 영국 유학파인데 부모님이 중국어 교육까지 어렸을때 시켜놓으셨던데 대단하더라. 이카머스쪽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아이티관련한 포지션은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쪽 많으니까 언제든 탈조선 할수있다고 생각해. 나가면 오히려 코리안 스피커로써 대우받겠지, 말레이어 중국어 하는거는 현지직원들이랑 잘 어울릴수있다고 면접관에게 어필할수있을 것이고. 그냥 갈수록 드는 생각이 우리가 헬조선이라 생각했던 한국이 그렇게 나쁜 동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
ji***** 2019-07-18
답글쓴이 돈주기   
오 정보고마워 32살 해외취업희망하고있어
한국대학교나왔고 영어만할줄아는데 이것도완벽하진않아.중국어할줄 모르면 고생길각인가?? 물류/커스터머서비스/마케팅 경력 8년있고 그냥 짐싸서 일찾아보려고해
le****** 2019-07-18
답글쓴이 돈주기   
매번 좋은글 고마워 요즘 해외취업 다시 생각중인데 내가 왜 준비를 안하고 게을렀을까ㅠ 반성하고있음ㅠ
글 많이 올려줘!! 볼때마다 자극된다 언니
ka****** 2019-07-18
답글쓴이 돈주기   
le> 언니 여기는 중국어 가능자가 많이 도전하지만 오히려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시장이야. 왜냐하면 중국어는 싱가포리언들도 하니까, 싱가포리언들이 못하는 한국어 가능, 일본어 가능이 오히려 메리트가 있어. 한국어 스피킹으로 구인구직을 해보지 않아서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는데, 중요한 건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이니까, 싱가폴에서 어학연수 받으면서 여기가 나와 궁합이 맞냐도 살펴보고 같은 어학원 다니면서 취업 준비하는 한국 사람이랑도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네.
ji***** 2019-07-18
답글쓴이 돈주기   
ka> 칭찬 고마와 :) 일단 전화영어도 하고, 영어 이력서도 꾸준히 가다듬고, 괜찮은 포지션 보이면 지원해 보다보면 길이 보일거야.
ji***** 2019-07-18
답글쓴이 돈주기   
좋은글 고마워 이글은 딸러감이다..!
나는 영어 중국어 중간이상 하고 인도네시아어 공부하고있는데 메리트가 있을까
지금 하는업무는 중계무역 비슷한 업무이긴한데..
영어쓸일이 많아서 영어이메일은 잘씀
은월 2019-08-11
답글쓴이 돈주기   
하..젊을때 갈걸 ㅠㅠ
ch******* 2023-01-11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아직도 이드하나. 질문 해도 되?!

내년에 싱가폴 이직을 목표로 현재부터 계속 링크드인으로 틈틈히 jd 보고 있어. 추후 가고 싶은건 마케팅인데 일반 회사 가서 실무할만큼 내가 영어를 못할 것 같아서 처음엔 korean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서 영어 배우며 이직하려해. (토익은 950인데 컨텐츠 자막 없이 못보고 사람과 소통도 일상대화만 편하지 비즈니스 레벨이 안되)

추후 큰 대기업 가고 싶어서 cs직군를 가도 블룸버그, 링크드인 등 가려하는데 이런 큰 곳의 cs도 커리어 풀어나가기 좀 어려울까?
dj********* 2023-10-31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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