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중 대학원/유학 Part 4-2 해외취업의 원리(25)
wh****** 2019-10-19
지난 글에 이어서 해외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오늘 마침 한국인들이 해외취업을 안 하고 못 하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온 걸 보고
뭐라 탁 꼬집을 수 없을만큼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제일 먼저 들었음

그래도 내가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드에서 조용하게 글 읽으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도움되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글을 씀

내가 해외취업 관련 담론들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를 먼저 말하겠음
사실 짜증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음

2030세대가 586(구 386) 세대를 극혐하는 이유가 뭐임
시대적으로 현 세대보다 운이 크게 따랐던 부분마저도
전부 개인(=자기들 세대)의 의지와 노력 덕분이라 말하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구조를 물려주는 대신
본인들이 이미 올라탄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며
(심지어 본인 세대 내의 소외된 자들에게도 무관심)
너희들도 우리처럼 헝그리 정신으로 악착같이 해봐라 하는
그런 위선적인 태도 때문이잖아

풀어 말해서
거시 환경 요소와 미시 환경 요소의 구분은 죄다 뭉뚱그리고
1) 정작 본인들은 지금까지 그리 안 해왔고 지금 안 하고 있고 앞으로도 안 할 거면서
2) 우리 나라 젊은이들 뭐 하는지, 뭐 안 하고있는지는 관심 많고 평가 내리기 좋아하며
3)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말도 많고 다른 나라 보고 배워야 한다고 함
선진국(특히 미국, 프랑스, 북유럽 성애)은 이렇게 다르다더라,
옆나라 중국 일본은 뭐 한다더라 하면서 ㅋㅋㅋ

유학이나 해외취업 이야기하는 2030 이드녀들 담론이 이거랑 다르지 않음
1) “내”가 지금 당장 뭘 구체적으로 할 건 아닌데
2) “남들”은 왜 하는지, 왜 안 하는지는 되게 궁금해
3) “내 주변을 보니” 이렇다던데? 저렇다던데?

그리고 여기에 해당 국가가 어디인지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요소는 다 간과한 채
그냥 “해외”라는 말로 퉁쳐서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오가게 됨

오늘 올라온 그 글에 인용된 해외취업 장려 칼럼도
다섯 줄로 요약된 내용만 가지고 판단하는 한계는 있지만
칼럼을 쓴 사람이 취업 컨설턴트나 뭐 그 쪽 부류라면 사기꾼이고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교수나 고위공무원이라면 더욱 답 없음

내가 재직자들을 위한 대학원 및 유학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임
인생에 보장된 길이랄 것도 없고
오로지 내 손발 부지런히 놀려서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갈 이드녀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임

먼저 그 칼럼 요약본을 출발점 삼아
해외취업에 관한 거시환경 이야기를 하겠음

이야기가 길어져 스크롤 압박이 심할 수 있으니
요약 문단별로
문제가 되는 핵심을 한꺼번에 나열한 후 새 글로 이어쓰겠음


1. 한국은 이미 성장동력을 잃었다?
>>> 네 이기도 하고 아니오 이기도 함
성장동력은 일종의 유기체같은 것임
탄생했다 발전하고 궤도에 올라 성장 후 쇠락하는
주기적이고도 반복적 싸이클을 거치며
성장 싸이클 때 미리 쇠락 싸이클에 대비하는 것이 성장동력발굴임


2.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
>>> 586세대야 내로남불 꼰대질 좋아하니 제끼고서라도
나라의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마저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기함할 노릇
(이번 정권에서는 전 경제보좌관 김현철 교수가 대표적)
본인 자식들부터, 아니 본인들부터 해외로 나가고 이런 말 해야 함


3. 외국회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 앞뒤 다 자르고 "외국회사"라 하면 한국에도 외국회사 많음
그리고 이 "외국회사"들이 어떻게 사람 뽑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 타령함

4. 외국어 딸려서 못 나간다?
>>> 3번이랑 이어지는데
기본이 되는 채용 프로세스부터 모르니 외국어 탓함
그리고 국가별로, 심지어 외국인이면, 이 채용 프로세스가 또 달라짐
해외취업 생각하고 알아보는 사람이면 외국어는 기본적으로 다 함


5. 전공과 외국어를 파서 뜰 생각을 해라?
>>> 3번 4번의 연장 개소리임
모국어로 정보 얻고 시험 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취업도
최종적으로 전공과 외국어 상관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하물며 해외에서, 전공과 외국어 열심히 하면 취업이 잘도 가능하겠다


해외취업이라는 개념을
글로벌 스태핑(staffing)이라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상술하자면
1) 본사가 소재한 국가에서 근무하는 해당 국적 직원을 해외 사업장으로 파견
(삼성전자가 한국인 직원을 베트남 공장으로 파견발령, 즉 주재원이라 불리는 내부전보)
2) 본사의 해외 사업장이 소재한 국가에서 해당 국적 직원을 직접 채용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베트남 직원을 채용, 즉 현지채용인이라 불리는 직원들)
3) 본사 소재국도, 해외 사업장 소재국 출신도 아닌 제 3국 국적 직원을 채용
(사우디 플랜트 사업 현장에서 사우디 국적 외 인근 중동 국가 출신 엔지니어 채용)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음
더 파고들면 머리 아파지니까 세 개로 요약하였음

그리고 기업의 글로벌 전략,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라는 개념은
각 기업의 비교 우위 및 국가별 산업 싸이클의 변동 차를 이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주는 핵심적 사업부터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 하는 것임
역시 더 파고들면 머리 아파지니까 직관적으로 이렇게 설명햐겠음

이 두 개 개념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가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명제를 다시 들여다보자

586 세대가 청년기였던 때
세계경기 싸이클은 호황이었고 (중산층 증가, 구매력 상승)
우리나라는 관치금융을 통한 중화학 제조업으로의 변신을 하던 시기임
제조업은 고용 창출효과가 가장 큰 산업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건 산업(고도)화 및 경제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함

제조업이 고도화되는 싸이클은
단순임가공이나 조립같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에서
대규모 자본 투자 및 원천기술이 중요해지는 중화학공업으로 고도화 됨

즉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기업의 활발한 R&D가 시너지를 내야하는 과정임

현재 미국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나 EU 내 독일 프랑스의 패권다툼 이유 중 하나는
세계경기 싸이클 장기 침체에 따른 국내 제조업 성장률 하락을 막고
이를 다시 살려서 고용률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제 주도권 싸움이기도 함

이미 오래 전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을 마친 이런 국가들에서마저도
제조업 불황 – 대규모 실업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인 것임

한편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산업 모델을 채택했기에
중화학 제조업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임
그리고 이 제조업을 사업 형태로 좀 더 설명하면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발주처의 주문을 미리 받은 후에야 제작을 하고
일정 기한 내에 납품하는 “수주산업”과 (대표적으로 조선, 건설, 기계 등)
시장상황에 따라 계획생산을 하는 “시황산업”이 압도적임 (대표적으로 반도체)
세부 공정은 다르나
막대한 설비투자와 안정적인 원자재 수입이 선행되어야 하는 사업임

지금처럼 세계 경기 싸이클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 나라 저 나라 한 군데도 조용한 날이 없는 시기에
이러한 산업구조와 사업형태를 가진 우리나라가 그나마 선방하는 건
많은 제조기업들이 프로세스 최적화 및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과정에서
아웃소싱(outsourcing)을 담당하는 공급망들의 안정성과 품질을 관리하고
오프쇼어링(offshoring; 해외이전)을 통한 원가관리를 동시에 잡았기 때문임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기는 것임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이상
586 세대가 보았던 국가 주도의 금융 지원, 대규모 투자, 제조업 활황은
이미 산업이 고도화되고 글로벌화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요원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들의 서비스 산업 기반 경제는
세계 제조경쟁력에서 압도적 상위권을 차지하는 한국이
그렇게 잘하는 걸 굳이 버려가면서 후발주자로 따라갈 모델도 아니고
(다시 언급하지만 글로벌 경쟁의 기본은 비교우위인 것임)

국가 규제가 이렇게나 많은 산업 환경에서
선발주자가 되어 세계표준을 개발하거나
플랫폼 독식이 중요한 IT산업같은 것들이
글로벌 플레이어 수준으로 커질 것 같지도 않으며

달러같은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도 아닌데
금융산업같은 걸 키우는 것도 말이 안 되니
결국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또다른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적 서비스” 일자리 정도가 될 거야

실제로 스타트업의 천국이며 금융산업의 메카인 나라들에서
한편으로는 이런 단순 서비스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가 이슈가 되고 있음

이드녀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우리나라 대표산업인 제조업을 기준으로 설명했는데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것(해외채용) 역시
이 비교우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시환경에서 생각해야 함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상세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쓰겠음

스크랩하고 기다림
so******* 2019-10-20
답글쓴이 돈주기   
ㄴ so 고마워 완결하려면 더 써야하는데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봤어
wh****** 2019-10-20
답글쓴이 돈주기   
훌륭한 글 감사요 잘 읽었음
pj****** 2019-10-20
답글쓴이 돈주기   
좀 어렵지만 좋네 기다리고 있을게!
la****** 2019-10-20
답글쓴이 돈주기   
스크랩!
ga**** 2019-10-20
답글쓴이 돈주기   
넘 좋다! 다음 글 기대합니다!
Darian 2019-10-21
답글쓴이 돈주기   
사랑해요
복숭아 2019-10-21
답글쓴이 돈주기   
멋진언니 후속편 기다려요
fa******** 2019-10-21
답글쓴이 돈주기   
갓갓
먹는사치 2019-10-21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글이 너무 좋아요 친하게지내고싶음..
이렇게 쉽게 풀어서 현재 사회 돌아가는 판 설명해주는 책 있으면 추천해죠요 경제경영쪽 지식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전제에
색서필 2019-10-28
답글쓴이 돈주기   
글이 명쾌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s0*** 2019-10-28
답글쓴이 돈주기   
ㄴ 색서필

꼭 경영경제 아니더라도 모르는 분야를 알고 싶으면
이론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나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 같은 개론서로
주요 개념이랑 용어만 먼저 눈에 익힌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경영경제는 내 삶과 관련있고 즉시 영향을 미치는
산업환경 및 실물경제를 잘 읽어낼 줄 알면 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일 잘 하면서
우리 회사 산업군은 무엇이며 주요 경쟁사들은 어디인가,
이 업의 핵심경쟁력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국내외 밸류체인과 공급망은 어떻게 얽혀있는가 등을 아는 게 젤 좋은데

업무에서 이런 걸 할 수 없다면
산업관련뉴스 + 국제뉴스 지면만이라도 6개월 간 꾸준히 읽어봐
wh****** 2019-10-28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저 여기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복숭아 2019-10-29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나도 계속 기다리는 중 ㅠㅠ
am***** 2019-12-01
답글쓴이 돈주기   
나도 기다리고 있어여 ㅜㅜ 돌아와요
ye**** 2019-12-13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나도 기다리는 중 둑흔둑흔
Darian 2019-12-17
답글쓴이 돈주기   
나도 다음글 기다린다
vi***** 2019-12-17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나 여기 서서 기다리고 있어
복숭아 2020-01-10
답글쓴이 돈주기   
저도 여기 줄서요....언니 알아듣기 쉽게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시구만요
hy******** 2020-01-10
답글쓴이 돈주기   
언니 더 써줘염
ta******** 2020-05-19
답글쓴이 돈주기   
난 코로나덕에 울 나라가 제조업중심이라는 것을 인지함;;
일본촌놈 2020-05-20
답글쓴이 돈주기   
자고 일어났냐?
ha***** 2020-07-12
답글쓴이 돈주기   
줄섰는데 이 뭐지,, 더 안써줄거야?
ta******** 2020-07-12
답글쓴이 돈주기   
[다음 편]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548574&rurlList=https%3A%2F%2Fidpaper.co.kr%2Fuser%2Fmy%2Fmy_writing_list.html%3Ftype%3D1

[완결]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585579&rurlList=https%3A%2F%2Fidpaper.co.kr%2Fuser%2Fmy%2Fmy_writing_list.html%3Ftype%3D1
wh****** 2020-07-12
답글쓴이 돈주기   
난 이런 글 좋더라

좋으니 끌올
ha***** 2022-09-10
답글쓴이 돈주기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