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드 51호 추천 : 사람을 '사람'(자연) 으로 대하기(72)
hs****** 2020-12-22

해를 마무리 하며 그간 느낀 것들을 글로 정리하다, 올 해 가장 노력했던 것은 미움(나에 관한 것, 남에 관한 것 모두)을 버리는 거란게 눈에 들어왔다. 겸사겸사 월간이드 51호를 다시 복습했다. 처음에 강철멘탈 파트만 봤을 때는 두루뭉술 하게 느껴져서 그냥 그랬는데 이번 호는 문학관찰기까지 같이 봐야 확실히, 몇 배로 와닿았다. 그래서 지금 추천글 쓴다. 같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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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자연)으로 대하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1.
먼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은 '사람답다' 라는 정의가 무엇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으로 변한다. 사람을 '문명인으로써 최소한의 도덕의식이 있는 인간' 정도로 해석하자면 그 범위가 아주 좁아진다. (월간이드에서 말하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마라'라는 구절과 같은 맥락) 우리는 사람을 동물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 사람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봐야 한다. 인간이라는 그 단어가 정말로 무엇인지 알아가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한국에서 인문학 타령을 그렇게 하지만, 그걸 왜 배우는지 조차 모르고 교오오양거리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인문학은 '좋은 사람, 인간의 도리' 따위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떤 사고와 행동방식을 취하는지, 폭 넓은 인간의 행태를 동물학자의 심정으로 알아가는 학문이다. 그러니 '더 나은 사람' 되기 위해 인문학을 배운다는 것은 퍽 웃기다.


2.
흑백논리(좋은 사람/나쁜 사람, 고귀한 사람/질 낮은 사람, 성인/악인...)에서 벗어나 사람을 본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사람이야" 라고 단정해 버리는 순간, 그가 악행을 저지르면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라고 회로가 꼬여버린다. 상식적인 언변과 합리적인 정책, 호감가는 외모로 인기를 몰던 정치인 A가 성추문으로 사회가 들썩였을 때, 많은 이들이 '그럴 사람으로 안보인다'며 놀라며 심한 배신감과 혐오를 느꼈다.


3.
어쨌건 우리는 다 개똥밭 이승에서 구정물 뒤짚어 쓰고 사는 면면들이다. 저기 오만 사하라 벌판의 코뿔소, 토끼, 기린들이나 다름 없단 뜻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암컷 사마귀는 교미가 끝나고 새로 태어날 새끼를 위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수컷 사마귀를 잡아 먹는다. 돈이 없는 어떤 어린 인간 여성은 종종 돈 많고 도태된 남성을 만나 지갑주머니를 털어간다. 나무늘보의 위는 소화에 한 달 이상이 걸릴 정도로 아주 느리므로, 많은 에너지를 섭취할 필요가 없다. 게임기만 있으면 대충 살 만큼만 벌면 되는 어떤 남성은 지방 조그만 회사에서 월급을 타 쓰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런 유치한 대유법을 사람을 볼 때마다 생각해 보는 것은 나름 즐거운 일이 되겠다.


4.
사람도 결국 진화의 일부고, 신체유전 메커니즘과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생명체다. 그러니 병신을 보고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안해." 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성격파탄자, 쓰레기같은 인간이 내게 해를 끼쳤다면 그것은 '나' 라는 개별 개체의 인간에게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그에게 주어진 환경, 그러면서 만들어진 행동패턴이 '나'같은 부류의 인간에게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그는 굳이 '나'가 아니어도 주어진 환경에 비슷한 인간이라면 내게 했던 짓을 똑같이 할거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그래서 "왜 나에게" "어떻게 나에게" 라는 말은 유효하지 않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또 했을 짓이니까. 그러니 내가 그의 타겟이 되지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런 인간이 있는 곳을 피하거나/그가 타겟삼은 부류에서 탈피하거나 둘 중 하나다. 결국엔 미움도 자의식 문제의 일부다. 지구 상 77억의 인구에서 굳이 '나'에게만 특별히 해를 끼친 것이 아니다. 사자가 달려가는 얼룩말 중 하나를 골라 잡았는데 그게 그 얼룩말이 특별해서인가? 그 얼룩말이 아니면 안되는 건가? 그게 아닌 것처럼, 내가 단지 그의 눈에 띄는 얼룩말이었을 뿐.


5.
개인적으로 가치판단에는 좋은 사람/개새끼 에서 개새끼에 대한 혐오를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좋은/높은/대단한 사람에 대한 환상을 없애는 것 또한 포함한다 생각한다. 잘 생긴 남자에게 연락하기 주저하는 마음/중년의 면접관에게 떠는 마음/연예인을 신처럼 보는 마음. 모두 그를 나보다 가치가 높은 사람이라고,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아 생기는 마음이다. 까고보면 다들 밥 먹고 똥 싸고 차이면 슬프고 늙으면 죽고 맞으면 아프고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그를 체화하면 트럼프 앞에 서도 별 감정이 안 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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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깨졌다 붙었다를 반복해아며, 금년 가장 극복하고자 한 것은 미워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였다. 그래서 이번 호가 출시 되었을 때 많이 놀랐다. 들들 볶는 인간들이랑 개처럼 싸우고 화내서 이기는 법도 배웠고, 매력있다는 소리도 꽤 듣고, 힘들 때 닥치고 이겨내는 법도 대충 익히고 있는데 이건 진짜 극복이 힘들다. 그럼에도 나도 어렴풋이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느꼈던 지점이 있다.


아직도 날 괴롭히고 자살하라고 종용했던 인간을 줘패는 꿈을 꾼다. 아는 것과 체화한 것은 1과 100의 차이다. 그럼에도 이 마음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영원히 바뀌지 않은 1과 0의 차이다.


+내가 하는 미워하는 습관을 버리는 실질적인 방법 중 하나는 곁에 건강한 사람만 두는 것. 강철멘탈 시리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즐거운 사람은 머릿 속이 밝고 즐거운 것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 이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둬야한다. 숨 쉬고 팔다리 제대로 달려있기만 하면 나름 나쁘지 않은 사람. 울다가도 금방 웃고, 쓸데없는 혐오 자기방어 자의식 제로인 사람. 착하다라는 납작한 단어로 표현이 안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세상 근심걱정미움이 사라진다. 세상탓/남혐/연예인욕/나노단위로얼평 이런 사람들 다 정리하길

좋은 글.
관리자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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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na****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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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cr*****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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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10달라를 드렸읍니다. 선물같은 글입니다.
5s*****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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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오늘따라 와닿네
메리 크리스마스~
Nana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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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은 글 고마워
pa********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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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언니 글잘쓴다 정리왕♡
씩씩하게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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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재밌네..
su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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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 좋은 글을 부르는 듯. 51호도 좋았지만 이 글도 만만치 않다.
백씨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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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드림
근데 자기혐오 줄이는 법
이 글 못찾겠음 지운거야?
r*********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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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사람이다' 는 것도 가치판단. 그냥 자연의 일부일뿐.. 가치판단을 말아야. 멋진글이다.
am*****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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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글 왤케 잘써
la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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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인 좋은 글이다
쟌나*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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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se*****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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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글
gu******* 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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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야
dl******* 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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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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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굿
ch********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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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 아름답다
Sa****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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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 아름답다
mi*******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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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돈오..
ch********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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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쓴다
a-*****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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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뼈를 때린다..
ch********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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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g2*****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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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좀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서
좀만 착하게 생기거나 순해보이면 방심함ㅠ 시발
김철*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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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글 좋다 사건에는 이유가 없지. 나라서 그런게 아니라 나에게만이 아니라 그저 내가 그사람에게 눈에띄는 얼룩말이였을뿐이라는거
gi********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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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고 좋은 글이다..
su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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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js*******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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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am*********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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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라 스크랩 누르려고 했는데 스크랩해제…ㅋㅋㅋㅋ 범죄나 몰상식한 환경에 계속 노출이 되다보니 20대까지는 왜???를 항상 달고 살다가 어느순간 돈오하게 되는 지점이 오더라. 응 인간들간의 상호작용도 결국 자연현상인거구나. 그리고 같은 환경이 주어지면 나도 모르게 남들보고 손가락질하던 짓을 하고 있더라고. 이걸 알면 뭘 걷어내고 추구해야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아.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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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자연으로 대하기
di********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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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너무좋다
pj******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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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으로
ji******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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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에 모든 두려움과 공포 미움 고통이 발생함.

모든 원인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임.

월간이드 51호에서 말하는 건 절대로 그렇지 말라는 거임.
관리자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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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관계에도 해당됨 짝 찾을때 특히
yo*******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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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글이다 고마워
am*****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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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너무 좋다
Crystal*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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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생명체 동물
ch********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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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롤지랄하는 녀인들이 이글을 봣으면
88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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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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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Juliaaaaa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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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운 글.
mi*******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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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는 진짜 반복해서 읽어야해. 무거운 짐덩이 내려놓은 기분임
ci**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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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웃~~~
ch********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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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lj*****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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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언니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어
섹스킹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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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머니보고쌈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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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so******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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ㄲㅇ
ci**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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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스쿠랩
As*****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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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굿
mj****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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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pa*******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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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글을 읽고 마음을 정화함니다
88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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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랩
su*********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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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다는 납작한 단어래
언니 표현력 미쳤다
an*******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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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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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죠아
As*****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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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자연으로
ji******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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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
tk********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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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해 가치판단 x 동물로 보기.
즐겁고 긍정적인 사람만 주변에 두기.
bo**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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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r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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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읽어도 좋은글
cs*****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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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웃
az******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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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람은 머릿속이 밝고 즐거운 것들로 가득차있다
어차피 다들 이승밭을 구르는 우주먼지들인 것을
즐거운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지
10*****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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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필요한 시기가 와서 끌올.
e*********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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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복숩 ㄱㅅㄱㅅ
As*****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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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도 미쳤지만 감상문도 미쳤네요.. 와우ㅋㅋ
ee**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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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 속에 전남친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가득하다..51호 사면 좀 도움이 될까?
me*******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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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qo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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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ㅋㄹ
As*****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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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좋다
qk********** 2024-03-13
답글쓴이 돈주기   
또 이렇게 진리를 얻아가고……
hs*** 2024-03-13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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