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사후 제국 작살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feat. 월간이드 신뢰편)(8)
ra***** 2022-11-12
부하장군과 병사들이 훼까닥 돌아서 타락한 게 아니라
원래 저랬던 애들인데 알렉산더라는 거대한 지남철에 불가항력으로 묶여있었을 뿐이 아니었나 싶음.

알렉산더 사후 그가 이룩한 세계제국을 두고 다툰 부하 장군들의 시대를 디아도코이(후계자)라고 부름.

주군 죽자마자 후계자 선정부터 서로 합 안 맞고 삐걱거리더니 결국 나도 시대의 주인이 되겠다며 눈 벌개져서 서로의 머리채 잡기 시작, 제국은 거대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림. 다들 저 드글드글한 야망을 숨기고 어떻게 알렉산더 밑에서 종군했는지 신기할 따름임.

웃긴게 저중 상당수는 알렉산더 생전엔 진짜 목숨걸고 충성한 애들이라는 거. 전투 중 알렉산더에게 위기가 닥치면 기꺼이 자기 몸 날려서 막아섰고, 그 중 한명은 무슨 영화 장면처럼 주군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대신 맞고 죽다 살아난 애도 있음.

이상하게 국내에선 알렉산더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임. 대단한 정복군주인 건 알겠는데 그래봤자 아버지가 군제개혁으로 만들어놓은 군대로 편하게 날먹한 거 아니냐, 인도 정벌 때 부하들이 파업하니까 어쩌지 못하고 돌아가지 않았냐, 충성파인 줄 알았던 부하 장군들이 알렉산더 죽고 제국 다 갈라먹었으니 배신 당한거 아니냐, 젊은 나이에 의문사한 것도 사실 그 부하 장군들이 암살한 거 아니냐 등등.

요새 유튭에서 역사채널 같은거 난립하니까 어디서 줏어들은 수박 겉핥기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애들이 저런 소리 할 때마다 알렉스 처돌이는 매우 혈압이 오름. 저건 고대라는 시대적 특성과 그 당시 군대가 어떤 조직이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발언이기 때문.

현대의 우리가 당연시하는 민족국가라는 건 생각만큼 유구한 개념이 아님. 특히 고대 그리스 문명은 하나의 통일 민족국가가 아니라 여러 도시국가 및 왕국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동방원정을 다닌 알렉산더 휘하 군대 역시 본국인 마케도니아인 뿐 아니라 다른 도시국가에서 차출한 시민병, 그이외 지역에서 고용된 용병들까지 함께 싸웠음.

예를 들어 알렉산더 밑에서 종군한 용병 중 당대 최고의 궁수부대로 평가받는 크레타 궁병이라는 애들이 있었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크레타섬 출신 용병부대였음.(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크노소스 궁전과 미궁, 이카로스로 유명한 그 크레타 섬임) 반대로 알렉산더와 맞서 싸운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의 군대 중에선 스파르타 출신 용병들도 있었음.

고대에서 왕이 즉위하고 실질적인 왕권을 인정받는 절차가 대부분 군부의 승인이었을 정도로 다루기가 매우 까다로웠음. 단지 조국의 군 통수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병사들이 절대 충성을 바친다는 건 고대에서 오히려 생소한 개념임. 더군다나 알렉산더 휘하 군대처럼 출신성분도 다양하고, 당대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며, 각자 소속에 대한 자부심과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조직을 통솔하고 지휘한다는 건 웬만한 군재와 카리스마로 가능한 일이 아님.

그래서 결론은 뭐다? 저런 걸어다니는 인간흉기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신뢰를 독차지했던 알렉산더는 인간새끼가 아니다.

그 증거로 세계제국을 놓고 싸운 부하장군들이 알렉산더 밑에서 종군하며 당대 최강으로 단련된 군대를 휘어잡지 못하고 되려 지들이 끌려다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경우가 많음.

일단 군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감언이설이나 뇌물보다도 내가 알렉산더 폐하의 진정한 충신이었노라는 똥꼬쇼가 더 필수적이었음. 포섭에 성공해도 병사들 기본 마인드가 "대왕님도 아닌 늬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한테 일해라 절해라임? 우리 여차하면 반대편에 붙는다?" 딱 이랬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통수 맞아서 폭망한 경우가 대부분임.


https://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922513
알렉산더가 어떻게 부하들의 신뢰를 얻었는지는 이전편 참고

오... 군대의 승인을 받아야했구나 현대인의 상식이나 관점에서 보면 안 되는 부분들이 재밌다
알렉산더랑 태종 다음에 3순위로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야?
rocheld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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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유일하게 존경했던 단 하나의 존재 알렉산더♡
시대를 통틀어 세상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신 분

알렉산더도 넘사벽 상상초월 금빛미남이지만
저는 웃긴게 징기스칸이 또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당시 여진족 여자였으면 자발적으로 그짝 게르로 들어갔을듯
진미오징어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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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held
최차애는 부동이고 삼애부터는 박애주의로 여러 다리 걸치고 있습니다. 굳이 꼽자면 3차 십자군 원정의 주연이자 살라흐 앗 딘과의 라이벌로 유명한 사자심왕 리처드, 그리고 30년 전쟁의 미친 존재감 구스타프 2세 아돌프요. 특히 리처드 1세는 적진 한 가운데서 도끼 들고 무쌍 찍었다는 일화들이 너무 강렬해서 단순무식하게 완력만 센 이미지로 통하는 면이 있는데 지휘관으로서의 능력도 탁월했고 보급전, 공성전의 달인이기도 했습니다.

그외 애정까지는 아니지만 2차대전 명장들 얘기도 좋아해요 특히 올스타전을 방불케한 독일의 만슈타인, 구데리안, 롬멜, 모델, 클루게, 클라이스트 등등
ra*****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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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오징어
나폴레옹이 대왕님 격하게 덕질한 건 맞는데 나름 객관적인 덕질을 추구한다고 젊었을 땐 성군, 말년(...이라고 부르기엔 고작 30 초반에 급사했는데?)에 초심을 잃고 너무 자만했다는 식으로 평가했다가 아직까지도 알렉산더 열혈빠들에게 소소하게 까이고 계시기도 합니다. 본인 말년은 대왕님에 비해 훨씬 비참하지 않았냐는 식으로다가ㅎㅎㅠㅠ

대칸 역시 단 한 명의 지도자로 인해 세계 역사가 통째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 세기의 매력 또라이시죠. 13세기 초원에 홀연히 나타나 발길 닫는 족족 유에서 무로 되돌리며 급진적 환경운동을 전개하셨는데, 덕분에 기원전에는 알렉산더, 기원후에는 징기스칸 말발굽에 지근지근 밟힌 중동권에서는 둘 다 위인이 아니라 악마새끼로 통한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있기도 합니다
ra*****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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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악마새끼 ㅋㅋㅋ태종과 리처드 1세 시리즈
도 집필 구상하고 있는거야?!! 넘나 좋군

언니 우리의 광개토 대왕은 어때? 비빌 짬도 안되남? 반도의 남정네들이 소추소심해진게 대륙 정복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버려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fa****** 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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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꺅 이 재밌는 떡밥을 이제야 발견하다니ㅠㅠ
국뽕 한사발 거하게 들이키고 광개토대왕을 동방의 알렉산더로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둘은 은근 비슷한 면이 많답니다. 변방의 고대 왕국에서 전례없는 폭발적인 영토확장을 이뤄낸 정복군주라든가, 왕의 적자로 태어나 신분 능력에서 만렙을 찍고 잼민이때부터 미래의 패왕에 걸맞는 기운을 뿜어냈다든가, 부왕이 아들대의 정복전쟁 기반을 잘 닦아줬다든가, 즉위하자마자 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선에 나가 친정했다든가, 압도적 군세를 뽐내며 주변국 다 처패고 다닐때 나이가 이제 막 민증 나온 애새끼였다든가, 유목민을 토벌했다든가, 기병을 적극 운용한 전술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든가(마케도니아군 헤타이로이, 고구려군 개마무사), 30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한 것까지

다만 빠심을 제외하고서도 고대왕이 동방의 알대왕이라는 수식어는 동의하기가 좀 그런게.. 광개토대왕이 위대한 정복군주인 건 맞지만 당시 중국이 5호16국이라는 대환장시대 분열의 정점을 찍고 있던 덕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라서. 중국에 강력한 통일왕조가 자리잡고 있던 시기, 한반도 내부 정리 싹 마치고 요하와 황하를 건너 당대 최대 문명제국을 깨부수고 중원 전체를 장악하는 건 물론 원정기간 동안 보급 차질 없도록 행정 완비하고 거점마다 도시 세우고 내부소요가 반란으로 이어지지 않게 관리하고 민심 수습까지 해내면서 자국문화와 현지문화의 융합이라는 세계사의 거대한 족적까지 남겼다면 모를까 광개토대왕을 진지하게 알렉산더랑 동등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알렉산더가 세계구급인 건 단순히 땅따먹기 잘한 양놈이라서가 아니라 이 전쟁광인의 정복사업이 당대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거대한 문명세계를 뒤흔들고 향후 세계사의 흐름과 판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서
ra***** 20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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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민증나온 애새끼ㅋㅋ 캬 언니 동양사도 섭렵한거? 진짜 대단하다! 광개토대왕도 문학글로 더 써주면 안될까? 인생사와 전술법도 궁금해

새해 주간 역덕에 언니의 최애 탑5/ 극혐 탑5 인물시리즈도 써주라. 알 대왕 남은 이야기, 태종과 리처드1세도…글구 아버님이랑 유투브 진지하게 생각해봐 밀덕과 역덕 옥신각신하는 컨셉으로다가..넘 고퀄일듯.

성덕된 후기는 유료글로 써주면 어때? 유료글은 검색 안걸릴거 아냐. 어차피 그런 경험하고 풀 수 있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으니 매우 가치있는 콘텐츠라고 봐용
fa******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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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동양사를 섭렵..까지는 절대 아니고 그냥 관심있는 분야만 아는 정도. 전쟁사 파면서 동양쪽이 늘 아쉬운게 정치사의 디테일함에 비해 전쟁사 기록은 서양보다 훨씬 부실한 편입니다. 서양의 전쟁 기록을 보면 머나먼 고대부터 양측 병력규모부터 군의 편제, 지형지물, 사용된 무기, 진법, 전투의 진행과정에 따른 전술의 디테일까지 정말 상세하고 꼼꼼한 편이라면 동양의 전쟁기록은 양측 병력규모(그마저도 듕국식 과장이나 뻥튀기가 많음), 대략적인 전투양상, 결과 이외 기록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라서.

최애/극혐 탑5 좋네요 글감은 넘쳐나는데 정작 글쓴이가 한없이 퍼져있는 게 문제긴 하지만ㅎㅎ

유 유튭..이요? 저 그림이든 영상편집이든 손으로 하는 건 자리마다 폐허인 똥손이뎁쇼?ㅠㅠ 임박사님과의 팬미팅 후기는 문학관에 연재중인 시리즈 부록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유료글이라도 저것만 올리면 너무 티나니까 잡다한 일상 기록으로 적당히 양념 쳐볼까 하는데 밀덕역덕 부녀가 평상시 얼마나 덕내나는 대화를 나누는지도 그 때 간략히 언급해볼게요
ra***** 2022-12-19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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