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춘이라지 

봄이 오는 날에 봄이는 가고 없다 

지난 9개월간 나만 바라보던 바보같은 봄이가 입양을 갔다 

애니멀호더한테 잡혀살던 봄이는 심장사상충에 걸려

죽을고비를 넘기던 중 다온레스큐라는 단체가 구조했다 

그리고 서울의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던 중 내가 발견했다

임보처가 없어 3주를 병원 철장에서 웃고있는 봄이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우리집으로 데려왔고 

나는 그날부터 봄이의 임보엄마가 되었다 

알다시피 한번의 파양과 그 후 여러번의 면접이 있었다

정 안되면 걍 내가 키울 각오로 딱1년만 노력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봄이는 맘씨 좋아보이는 부부의 외동딸이 되었다 

봄이와의 지난 9개월을 회상하며 이글을 쓴다 

우리집 처음 왔을때 비쥬얼쇼크를 보라 

(임산부 및 노약자 봐도댐) 

못생긴 와중에도 넌 귀여웠다 

볼수록 귀엽고 명랑한 놈이었다 

우리집 화분과 꽃을 다 헤치우신분이시다 

지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몰르는 스타일…

털이 찌고나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놈… 생각보다 코가 컸다 코커인 코코커인 

방심했던 사이 하루만에 파양당했다 씨발

지 나름대로 시무룩한데 그와중에 토끼같았다 

유선종양 떼러온건데 놀이공원 온줄ㅋㅋㅋ

퇴원할때쯤 현타가 온 모냥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건 우리도 봄이에게 배우자 

얜 랍스터면 되는데 왜 난 샤넬백이 필요한걸까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특별히 똥꼬를 쳐들어보여줬다 

이뻐진 와중에도 참 못생겼다 

나랑 정이 많이 들었드랬다 

그래서 이쁘게 치장해서 보내버려야했다

펭귄이는 예나 지금이나 봄이의 풰이버릿이다 

입양신청이 줄을 이어 면접보고 왔는데 마음에 안드신단다 

그러더니 어느날 이 미소만 남긴채 나를 떠나갔다ㅋ

봄이 인스타 계정에 열정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던

50대의 어느 아줌마가 입양 신청을 해왔고 

그후로 밤낮으로 디엠을 보내며 애태우길래 

내가 입양기관에 아줌마를 추천했다 

‘저정도 집착이면… 되었다…’싶었다ㅋㅋㅋㅋ 

그래서 구정 연휴가 끝나던 엊그제 

소유욕이 불타는 눈빛으로 우리집에 온 아줌마가 봄이를 데려갔다

봄이는 산책 가방에 알아서 올라타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아줌마한테 들려 안겨 가버렸다 

오늘은 개모차를 타고 스타필드에 산책을 갔더라 

게으른 나는 아마 절대 데리고 가지 않았을 곳ㅋㅋㅋㅋ

언제 나랑 있었냐는듯 아줌마가 꽂아준 후라이핀 꽂고 

개모차에 개풍당당 올라탄 봄이 영상을 보고 웃다가

입양 보내던 날도 안흘린 눈물을 한바가지 흘린다 

조마조마 했던 내맘이 탁 놓이던 순간이었다 

잘가라 봄이야 

내가 품어주진 못했지만

아직도 습관처럼 감자연두 밥주면서 봄봄 머거머거 이지랄 하고, 잇츄를 세개 꺼냈다가 한개는 다시 박스에 넣고 자빠져있는 임보엄마는 싹 잊고 

이제 너네 엄마아빠랑 죽는날까지 잘 살아라 

우리 봄봄이 

많이 많이 행복해라 

널 받아안고 내가 행복했던 지난 시간은 나만 기억할게 

임보엄마라서 널 맘껏 사랑해주지 않은건 아니야 

정말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