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성향 성인게임 오타쿠의 고찰
나는 로맨스 중독 오타쿠였다.
그것도 남성향 에로게(=야겜) 오타쿠였다.

꼭 이거여야만 했던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순정만화가 채워줄 수 없었던 다크한 로맨스를 남성향 야겜이 채워준 거 같기도 하고. 이때 딱 일본 에로게 시장이 리즈시절을 맞이했던 때라서 걸출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왔었음. 

무엇보다 플탐이 길고 주인공의 짝이 결국 한명인 만화 등에 비해 게임은 짝이 5명도 되고 10명도 되고 어떤 루트냐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져서 이게 너무 좋았던 거 같다. 골라먹는 재미..

휴..10대 시절부터 카운트해서 자빠뜨린 여자..여캐가 몇 명인지 알 수 없고. 순애 능욕 최루계 루프물 안 가리고 플레이 했다. 신작은 시나리오 라이터, 작화가, 음악은 어디에서 담당했는지 체크하고 했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김ㅋㅋㅋㅋ)

중학교 때 접한 야겜 중에서 '섹스 프렌드'란 작품이 있는데, 여기서 고딩(일본 심의 문제상 고등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일컬어짐) 남주가 같은 반에서 걸레로 유명한 일진녀와 섹파가 된다. 

그러다 나중에 정말 썸을 타게 되는데... 온갖 대담한 플레이를 즐기던 그들이 공략이 진행되며 마음을 나누더니 손을 잡는 등 하찮은 스킨십에 설레 하는 시나리오를 보며 '사랑은 뭘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어떤 작품은 주인공이랑 여캐들이 이능력을 갖고 있어서 특수학교에 다닌다는 내용. 근데 주인공의 소꿉친구 여자애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음. 이 둘이 사랑에 빠지는데 소꿉친구가 "세상이 이 날 멸망할 거야"라고 예언을 하고,, 

절망한 둘,, 이 둘은 어차피 세상 망할 거 둘이 사랑의 도피를 하자고 해서 도망쳐버림. 

그리고 세상이 멸망한다고 예언됐던 당일. 소꿉친구와 남주는 바다를 보고 여관에 묵는데 소꿉친구가 남주의 어깨에 기대서 평안한 얼굴로 혼자 죽는다. 

그리고 끝. 엄청난 반전을 기대했던 것치곤 생각보다 평범한 결말이었는데 여러 생각이 들긴 했다.

이 밖에도 남주가 약속시간에 늦어서 애인인 여자 A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식물인간이 된다.

이 두 사람의 고딩동창이자 절친인 다른 여자 B의 육탄공격에 남주가 넘어갸 둘이 사귀며 열심히 섹스하다가, 여자 A가 입원한 병원 간호사인 C의 유혹에 넘어가 병원에서도 섹스를 한다.

그러다 이 간호사에게 조교되어 감금당하고, 도망치게 되지만 결국 이 간호사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벽히 지배된 자신을 깨닫고 돌아와서 조련당한다능... 결말. 

대체 남자의 성욕이란 뭘까,,, 라고 생각했던 중3 시절.

기타 등등... 다 생각도 안 남. 재밌는 것은 여성향은 남자의 '집착'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면(집착광공) 남성향에서는 여자의 '헌신'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가 쌍놈이어서 그 어떤 개짓과 능욕을 해도, 그녀는 웃으면서 "기다렸어 뫄뫄 군..!" 이라며 받아 주는 것이다(그리고 사정도 꼭 안에 하라고 함). 감동최루계 야겜의 아주아주 단골 캐릭터고 시나리오다. 90년대 00년대 히트작 뜯어보면(뭐 최근도 마찬가지) 죄다 이 모양. 

남자들이 이런 헌신녀 히로인 나오는 최루계 시나리오에 펑펑 우는 걸 많이 봤는데 현실에서 헌신녀가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짐. 야겜 수요층이 도태남이어서 더 그런 것일까?

또한 남자의 성욕은 본질이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질질짜게 만드는 순애물이라도 일단 괴롭히고 상처주고 히로인을 울게 만들면 더 꼴리는 것이다. 

오히려 일진과 왕따라든지 폭력에서 시작된 관계일수록 더. 때리고 침 뱉고 능욕하고 지배하면 할수록 더, 더. 

다들 하는 말처럼 좋아하면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은 게 아니었나? 난 이때 테스토스테론과 성욕과 폭력성의 관련성 따위는 전혀 몰랐는데. 여튼 그랬다.

야겜 장르 특성상 미래도시에서 적과 싸우든 여름방학에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가서 쉬든 세상이 멸망해서 똗같은 지점만 루프하든 여튼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히로인과 섹스각을 세우게되는데 거기서도 경이? 를 느꼈던 거 같다..

야겜이라는 게 포르노가 게임이라는 형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르다보니, 히로인의 기분만큼 남자의 성적 판타지나 서열 메커니즘 등을 주인공과 함께 느껴볼 수 있음. 

사실 야겜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뭔 여자의 마음을 알겠어 조또 모르고 또 그딴건 야겜에서 중요하지도 않음. 그것보단 남자의 심리를 훨씬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게 재밌었던 거 같다.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적당히 자극하고 또 적당히 메꿔주다가 현실 관계에서 단호하게 서열을 정리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봤었다.

물론 야겜 속 히로인들은 전자만 실행하고 공략 과정에선 츤츤대며 튕기다가 공략을 달성(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나는 당신의 충실한 암캐년이라는 서열 ㅎㅌㅊ를 자처한다. 

하지만 남주와 히로인의 눈물겨운 사랑으로 늘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현실과는 다른 도태 오타쿠들의 팬터지인 거 같고.

그러고보니 현실 연애를 하면서도 생각했는데 남자들은 참 웃기다. 사귀기 전, 섹스하기 전에도 내 생각하면서 딸치고(이 여자랑 하면 어떨까?) 사귀면서, 나랑 섹스하고 돌아가서도 내 생각하면서 딸치고(아 저번에 그거 존나 죠았는데 다음엔 이런거 해 보자고 하고 싶다), 나한테 혼나고 용서받은 뒤에도 혼자 팬티 적시고 집 가서 딸치고(노 맥락), 차여서 헤어진 뒤에도 내 생각하면서 하루 3번 딸치고.

여러모로 남자의 성욕은 놀라울만큼 넓고 깊고 어두운 심해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품 등록일 : 2022-03-25
ㅋㅋㅋㅋㅋ 재밌다
fu   
그대가 바라는 영원을 아시는구려 ㅋㅋ 난 여성향 남성향 관계없이 그림이쁘면 다 섭렵했음

순정만화가 채워줄 수 없는 다크한 영역 < 이 파트 매우 공감 ㅋㅋㅋ
m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   
글 너무 재밌다.
어릴때 프린세스 메이커 열심히 했는데 이 글 보니 미연시도 해보고싶어짐ㅎㅎ
sp******   
어디에도 야겜짤이 없어서 보무룩...
야짤 있을줄 알고 봊래벌떡 들어왔눈뎅
잀다보니 글도 재밌네효 ㅎㅎ
덕분에 야겜 야짤보려고 족보(?) 찾아서 공략했던게 생각났닼ㅋㅋ
im*******   
그대가 바라는 영원 졸라 추억이네 ㅋㅋㅋㅋ 너무 반가워서 돈드림
Skuld   
흥미롭습니다 돈드림
카단서버   
ㅇㅇ 나도 남성향 야망가 봤을때 똑같이 생각함
ii   
글 존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겨울   
꼴리.네요
성능좋은찌...   
재밌다
야겜 한번도 안해봤는데 한번쯤 해보고 싶어진다
ya****   
재밌다
야겜을 하며 이 정도의 고찰을 할 수 있다니 ㅎㅎ
벌꿀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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