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이게 맞냐 싶을 때, 스카이스캐너에서 당장 2주 내로 떠날 수 있는 에브리웨어 항공권을 검색한다. 정신줄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말이 안 통하는 다른 나라에 가서 ‘밥.. 주세요.. 나는 배고프다.. 커피 주세요.. 비쏴요.. 감솹니다..’ 같은 말을 하며 어버버 암것도 모르는 털어먹기 좋은 병신 호구 외국인 관광객이 되어야 한다.
당장의 즉각적 욕구인 똥밥잠을 위한 며칠간의 여행이야말로 쓸데없는 무거움에 취한 삶을 환기할 수있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니까. 그래서 사실 어디로 떠나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싸고, 너무 멀지 않으며, 백신을 맞다 말았으니 방역지침이 없는 나라면 됐다.
후보는 일본과 사이판, 나트랑 세 군데였는데 일본은 pcr을 해야했고, 사이판은 비행 시간이 매우 애매했으며, 나트랑은 물가가 저렴하고 따뜻하다고 했다. 추운건 싫다. 그래서 왕복 23만원짜리 수화물 포함 에어부산행 땡처리 티켓을 구매했다.
나의 첫 베트남 여행이었다.
나트랑이라고 쓰고 냐짱이라고 읽는 이 도시는 이름부터 이상한 면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일본이 점령하며 자기네 발음대로 적어서 이름이 다르게 적힌 거라고 했다. 나트랑이라고 말하면 현지사람은 못 알아 듣는댄다. 암튼 냐짱은 베트남의 호이안, 다낭, 하노이같은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제법 휴양지로 이름이 높은 도시다. 유독 러시아인들이 많이 오는 휴양지 중 하나라고도 했는데 아마 가깝고 싸고 따뜻해서 그런 게 아닐까.
특이한 건 바다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동남아의 바다 느낌은 아니라는 거. 해운대랑 비슷하게 길고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아주 조구만 도시다. 그냥 바다쪽이나 섬에 딸린 리조트에 며칠동안 처박혀서 가성비있게 놀고먹기 좋은 정도의 여행지란 느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좋은 최고급 리조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선탠을 하며 모래사장을 즐길만큼 천국같이 온화한 기후도 아니고(바람 존나 붐), 시내를 돌면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놀만큼 아기자기한 동네도 아니고, 대단한 맛집이나 인스타 카페가 있는 곳도 아니고, 여행객들이 가기에 좋은 관광지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주변에 추천하기엔 아주 애매한 곳이었다. 아마 소장님이 가면 극대노하며 이드에 제목 두줄짜리 후기가 올라올만한 장소라고나 할까.
내가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그렇지 실물을 본 입장으로는 미감으로만 따지면 해운대가 차라리 나을 정도. 실제로 여행 내내 찍은 사진 중 위의 사진들 외에 대단히 예쁜 사진은 더 이상 없다…
같은 값의 해외여행이라면 방콕과 홍콩이 무족권 낫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예쁘게 꾸미려 했지만 어딘지 조악하고 엉성한 베트남산 관광지 기념품같은 느낌의 이 도시는 다행히 내 취향에 잘 맞았다. 묘하게 동남아 관광지에서 느껴지는 ‘외국인호구 잘 잡아서 인생 피고 만다’는 느낌보다, ‘관광지고 염병이고 나는 나대로 살테니 와서 보고가든지 말든지 귀찮게나 하지 마라’ 하는 바이브가 느껴져서 그런가. 아무튼 나는 냐짱이 참 맘에 들었다.
만원짜리 호텔에서 숙박하며 해안 산책을 하고, 쌀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요가를 하고, 피자를 먹고, 마사지를 받고, 따뜻한 날씨를 즐겼다. 별 거 없는 4박 5일의 여행기를 한 번 써볼테니 읽어달라. 달라 주면 좋고ㅎ
원래 바로 쓸려고 했는데 자꾸 미루길래 일단 소개글부터 이드에 올리고 본다… 나를 재촉해달라…
+모든 사진은 아이폰 11pro로 촬영하였다. 실물보다 아마 사진이 예쁠 것이니 이거 보고 나트랑 갔다가 사기꾼으로 몰기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