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볼 수 없는 중국입국격리기

1월 8일부로 중국입국격리가 전면해제되었다.

나는 1월 6일부로 격리가 해제됐지롱.

시발 열흘만 늦게 나갈껄. 근데 뭐 어쩔 수 없다. 모두 벌어진 일인 것이다. 

 

지난 12월29일 나는 복잡한 경로를 통해 상해에 도착했다.

요기 한국출국기

https://m.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16258

 

어차피 중국말 1도 못하니까 그냥 화살표만 따라서 쭉쭉쭉 걸어가면, 입국심사도 하고, 입국 코로나 검사도 하고, 짐도 찾고, 입국 QR코드도 만들게 된다. 뭐? 또 QR코드라고? 

그렇다. 

짐찾는 곳에 QR코드 스캔하면 뭘 또 만들라고 뜨는데 전부 중국어라서 만들기 힘들다. 

 



QR이 넘나 많은 것 ㅠㅠ

중국의 불친절함은 저런 입국 QR코드를 중문으로 작성하게 한다는 데 있다. 근데 또, 중국인들이 되게 친절한게 헤메고 있음 방역요원들이 달라들어서 나 대신 다 해 준다. 

 

미국에 들어갈 때는 공항도 존나 무서웠는데

회색곰이나 버팔로 만한 보안요원들이 옆에 몽둥이 차고 존나 무섭게 삼백안 뜨고 꼬라보면서 완전 불쾌한 표정으로 명령조로 말하는데, 중국에 들어갈 때는 째그만한 동북아시안들이 쨍알쨍알 쏼라쏼라하믄서 다 도와줌.

 

입국심사할때도 미국은 막 고압적으로다가 이것저것 묻고 왜 왔냐고 따지고 하는데 중국은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입국심사받는 과정에 굉장히 CCTV가 많아서 사방에서 촬영하고 얼굴 구석구석 촬영해서 뭔가 개인정보가 샅샅이 털리는 기분이고 마이너리티리포트 영화가 떠오르고 기분이 이상했다.

 

어쨌든 화살표만 따라가다 짐을 찾고 나오면 자기가 가려는 지역의 푯말이 붙어있는 곳이 있다. 나는 상하이 창닝취라고,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갈 것이므로 창닝취라고 써 있는 데스크를 찾아갔다. 물론 영문안내판은 없고 나는 중국어를 모르므로 막 아무나 붙잡고 물어봄. 

 


 

이렇게 격리시설로 운송되기를 기다리는 지친 승객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중국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던데, 상하이 공항에는 그래도 영어 몇 마디가 되는 직원들이 꽤 있어서 좀 편했다. 

창닝취 데스크에 도착했더니 격리호텔을 두 군데 중 고르란다. 난 이미 지치고 피곤해서, 더럽고 좁은 호텔을 고를 용기가 없어서 외쳤다.

 

익스펜시브! 페뷸러스 원! 플리즈! 

아이 라이크 럭셔리 호텔!!

 






누가 자본주의의 꽃 아니랄까봐 호텔가격 적어놓고 고르라고 함 ㅋㅋㅋㅋㅋㅋㅋ 야이 돈미새들아~~~~~!!!

나도 나름 돈미새라고 생각했는데 상하이 대따거의 위용을 보고 에어좆잡고 반성함. 격리호텔도 가격으로 분류해서 비싼 호텔 고르는 놈한테 더 좋은 서비스로 격리하지롱?

 

후일 알게 된 사실은 저 8~900RMB라는 홍차오진쟝호텔은 원래 하루 400RMB정도의 격리비를 받던 곳인데, 곧 격리해제될 걸 알고 막판스퍼트 땡기려고 두 배 이상 가격올림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자들아!!!!!

 

고오급호텔과 중간급호텔 격리자들이 모두 한 차를 타고 이동해서 중간급 호텔이 어딘지 알게됐는데, 중간급 호텔은 그랜드머큐어 호텔이었다.

 

그랜드 머큐어 호텔 앞에 존나 공사중이어서 새벽부터 밤까지 쿵쾅거리고 지랄 중이니 훗날 상해 여행 계획이 있는 자들은 참고하도록 하자. 

 

공항에서 한참을 대기시키다가 이렇게 생긴 버스에 태워서







이렇게 생긴 고가도로를 지나서 25km 정도 달린 것 같다.

홍차오 진쟝 호텔에 드디어 도착했다.

 

여권꺼내고 서류쓰고 짐 소독하고 또 한참 걸려서 격리호텔 입성.......을  하려는데!!! 8~900RMB라던 호텔에 도착했더니 갑자기 좋은 방 쓰고 싶으면 1200RMB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본주의 맛 잘 봤습니다. 여기서는 왠지 마음이 작아져서 작은 방으로 고름.

 

근데 익스클루시브 호텔이래매 이새기들아!!

 


 

왠지 백년전에는 익스클루시브 호텔이었을 것만 같은 다크하고 낡은 방이었다. 왠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배경으로 쓰일 것만 같은 음산하고 고풍스런 느낌에 왠지 중국 귀신도 나와버릴 것 같은 무서운 느낌 ㅠㅠ




낡은 가구들은 전부 원목으로 된 아주 무거워보이는 것들이었는데, 한 때는 굉장히 고오급이었을 것만 같고, 색계 여주인공이 막 이런데서 머무르고 편지쓰고 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나는 상해의 이런 묘한 느낌이 좋더라. 굉장히 서구적인 문화를 굉장히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느낌.



큰 침대 한 개가 좋은지 세퍼레잇베드가 좋은지 묻길래 나뉜 걸로 달라고 했는데, 방은 후졌지만 매트리스는 제법 탄탄해서 편하게 잠들었다.



격리용품을 봉다리에 담아줬는데 수은체온계와, 알약으로 된 염소계소독제랑 알코올 솜, 마스크 석장 정도. 저 염소소독제는 되게 신기했는데 하얀 알약을 물에 넣으면 물이 락스로 변한다. 똥쌀 때도 변기에 넣고, 쓰레기에도 넣으라는데 귀찮아서 안 넣음. 

 

방에 들어서니까 오후 네 시인데 딴 데는 그래도 간식이라도 줬다는데 밥도 안 주고! 개개끼들!! 

 

다섯시에 와서 코 쑤시고 열 재더니 다섯시 반 쯤 첫 밥을 줬다. 새벽 다섯시에 일일어나서 열두시간 만에 첫끼 먹음.

중국음식의 맛을 판단할 객관적인 상태가 아니라서 그릇 핥았다. 꽤 맛있게 먹음.

 

 



배추볶음이랑 마파두부랑, 죽순버섯닭볶음이었던 거 같은데 맛있었음. 특히 배추볶음이 굉장히 맛있었음. 끼니마다 이런 식으로 탕 1개, 채소볶음 1~2개, 고기볶음 1개 이렇게 줬는데, 고기는 좀 냄새가 나고 뼈가 굵고 살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렇고 채소류 볶은 게 맛있었다.



양애취 아니노? 어떻게 이렇게 풀떼기만 주져?

근데 나는 좋아함. 맛났음. 아침에는 만두 2개랑 계란 2개, 죽 한 그릇이랑 짠지를 주는데 사진 찍어놓은 게 없다. 양이 너무 부족했음.



과일이며 음료를 일절 안 주고 저 허접한 도시락만 준다는 얘길 듣고 냄편이 구호식품을 보냄. 난징에서 격리할 때는 끼니마다 과일주스와 과일을 줬다나.. 

복숭아 주스 되게 맛있다. 사실 나는 여기서 먹는 거 어지간하면 다 맛있음. 주둥이가 어뜨케 된 것인지 모르것서.

 

뭐 꽤 좋은 호텔이니까 음식도 먹을만 했던걸까 싶지만 사실 여기 도착해서 열흘 내내 중국음식만 먹고 있음. 전생에 중꿔런이었던 걸까. 너무나도 맛있는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기름진 음식을 보기만해도 오바이트가 쏠리고 역겹다고 하더라.

 

방은 낡고 후졌지만 뷰가 너무나도 이뻤음.

 







해뜨는 모습도 예뻤음. 시차때문에 여기가 한 시간 늦어서 해돋이를 보는 영광도 누렸다. 



 

느끼한 음식을 먹다보니 지겨워서 프론트에 위챗으로 차를 갖다달라고 했더니 그딴 거 없대. 무심코 나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해? 했더니 내일 나가~~~~ 하길래 2일만에 격리가 끝났다. 

 

요렇게 생긴 방역버스에 태워서 집 앞까지 데려다 줌.





그래서 5일로 예정돼있던 격리시설 격리가 2일로 줄고 3일로 예정돼있던 자가격리가 6일로 늘어났음.

근데 진짜 후뚜루마뚜루인게,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호텔로 이동했던 사람들은 5일 격리 꽉 채우고 집에 보내진 사람들도 있더라. 

여기 와서 느낀 건데, 뭐든 오피셜로 크게 물어보면 공식적인 룰을 적용해서 굉장히 엄격하게 대하고, 비공식적으로 조용히 물으면 엄청난 규모의 "유도리"가 있음. 이 유도리에 잘걸리면 이익을 보기도 하지만, 잘못 걸리면 이 곳을 진짜 싫어하게 될 거 같음.

운전도 존나 유도리있게 좆같이들 함. 신호가 먼상관.

유도리가 우선임. 

왤케 강력제재를 하고 단속을 하나 했는데, 막상 있어보니 강력제재 안하면 말 존나 안 듣게 생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검열 오지고 지리고 남눈치보고 서로 경찰짓하잖아? 근데 여기는 초강력제재를 안하면 대충대충 자기맘대로 유도리 있게 사는 거 같음. 

 

이렇게 격리가 끝나고, 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는 아니고, 이제 거류비자를 만들어야합니다. 

 

또 봅시다 짜이찌엔

 

지난번글에 댓글달아주고 용돈준 시진핑사생팬언니랑 소댱님 넘나 감사해. 그 글 수정해서 감사인사드리려다가 실패해서 이글밑에 감사인사 붙입니다.

 

작품 등록일 : 2023-01-09
언니 글 너무 재밌다 ㅋㅋㅋ
격리풀린거 축하하고 상하이입성 축하합니다
앞으로의 생활기 기대합니다
도쿄물낙지   
중국 입국 ㄷㄷ 그 와중에 책상은 매우 좋아보임
아름다운 ...   
아휴 격리끝난거 축하드립니다 여윽시 돈미새에 자본주의보다 더 심한 '중국식 사회주의'답다^^ 진짜 대륙은 영어 안 통하는데 상해 공항엔 스타벅스에듀 영어할 줄 아는 직원 한 두명씩 상주하고 잇더라고요. 진짜 저놈들의 극단적인 유도리때문에 편하기도 빡치기도 했던 생각이 납니다. 이번 편도 재밌게 잘 읽었어요
시진핑 사생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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