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으로 고통 받는 유부녀의 수기

좋아하는 마음은 어째서 숨겨지지 않는 걸까. 말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 올라 현생 친구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게 될까봐, 친구들에게 너절한 카톡을 보내는 대신 월간 이드를 지른다.

 

퇴근하고 나서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 나는 내가 팀장님과 친해지고 싶은 줄 알았다. 집에 와서도 생각나고, 자기 전에도 떠오르고, 아침 출근 길이 그렇게 싫지 않고. 친해지고 싶으니까 자꾸 생각하는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까 동기들이랑 친해질 땐 안 이랬잖아. 애들이랑 한 대화 이렇게 곱씹지 않았잖아. 뭐야, 이거. 

 

우리 회사는 3층짜리 작은 회사. 나는 3층, 팀장님은 1층. 실오라기 같은 업무 접점을 구실로 나는 뻔질나게 1층으로 내려간다. 어, 대리님. 1층 가세요? 저 갈 일 있는데, 제가 갈게요. 이런 거. 갈 일 같은 건 없다. 대신, 애플워치에 평균 걸음수가 좀 늘었다. 1층에 가면 대리님의 일을 대신 하면서, 눈이 바쁘다. 팀장님은 어디 있지. 그의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이 조금 버틸만 해진다.

 

친해지고 싶은 남자가 생길 때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생각을 한다. 내가 남자였다면, 더 빨리 더 깊게 친해졌을텐데. 병신 같다는 걸 안다. 내가 남자였으면 이런 생각은 안 했을테니.

 

어쩌고 싶은 건 아니다. 아니, 아닌가. 그저 안 좋아하던 회식을 좋아하게 된 정도다. 우리 회사는 회식이 너무 없다. 술자리라도 함께 하려면 구실은 이것 뿐인데. 동료들이 무더기로 함께여도 괜찮다. 거기선 이름도 불러본다. 취했으니까. 가벼운 장난인데도 심장이 출렁인다. 다함께 3차로 가기 전, 먼저 빠져야 하는 내가 인사를 할 때 팀장님이 내 머리를 슥슥 헝클어 뜨리는 게 좋다. 팀장님이 말한다. 다음에 같이 가요. 그는 기억도 못할 이 순간을 나는 가슴 깊이 간직한다.

 

흔한 플러팅도, 스킨십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어쩌다 하는 대화는 모두 회사 이야기다. 그가 업무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프로젝트를 나아가게 하고 사람을 다루는 모습들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행운 같은 날은 어쩌다 찾아온다. 불 끈 회의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 같은 것. 거래처와 통화를 하려고 빈 회의실에 들어갔다가 구석에 있는 그를 발견한다. 죄송해요, 나가려는데 그가 말한다. 어디가 일로 와. 이 여섯 글자가, 이 병신 같은 여섯 글자가 내 마음을 온통 뒤흔든다. 내가 개가 아니어서 다행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수치심도 모르고 정신 없이 꼬리가 흔들렸을테니. 꼬리는 없어도 후다닥 그 앞으로 튀어간다. 나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다. 팀장님이 오늘 화가 났던 일, 힘들었던 일.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좋아진다니, 좋아하는 마음은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잘 생겼다. 키가 크다. 어깨가 단단하다. 잘 웃는다. 일을 잘 한다. 혼자만 간직할 마음. 이런 것들은 꾹꾹 눌러놓고,  나는 동료들에게 업무 이야기를 하는 척 그 팀장님 이야기를 꺼낸다. 분석해보진 않았지만 키워드 점유율은 90%. 이러다 티 날텐데.

 

내가 좋아한다고 썼나. 그렇지, 이 흐뭇한 마음은 좋아해서겠지. 목적도 없이 마음이 커진다. 휴일에 이런 글을 적을 만큼. 언제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앞에서 초라해진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나의 못생긴 얼굴과 별로인 몸매가, 누구도 나에게서 '이성적 관계'를 기대하진 않을테니까. 나는 이렇게나 '나'를 의식하면서, 하루종일 들뜬 마음을 거울을 보며 가라 앉힌다. 와, 진짜 못생겼다. 누가 이런 걸 좋아해.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돌아본다. 그 평온한 얼굴을 쓰다듬을 때면 어쩐지 울기 직전의 마음이 된다. 분명히 이 사람을 사랑한다. 옆 자리 베개에 얼굴을 묻으면 다시 생각난다. 팀장님이. 

 

뭘 하고 싶어서, 자꾸 생각이 날까. 혼자 좋아하고, 이 설렘을 즐기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친해지고 싶을 땐, 아니 아니 더 친해진다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충분히 업무 수다를 떨고 있잖아. 이게 서른 여섯살의 나라니. 스물 여섯살의 내가 들으면 끌탕칠 고민만 하며, 나는 지금도 골몰한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 

 

 

 

 

 

작품 등록일 : 2023-04-15
또 써줘요
괜히 설레네 오랜만에
느낌아니까 ㅋㅋ
망고**   
재밌당
jungruirui   
존잼
ca****   
잘생이라니. ㅋㅋ
ㅅㅂ다배나온아저씨들뿐!
di******   
삼십대중반직원 머리를 헝클었다고

팀장이 끼부리네22
mybaby   
작가의 머리를 헝큰 팀장님이 잘못했다고 본다
R2**   
아 잘생겼구나ㅜㅜ 이해합니다 쓰니언니ㅎㅎ
no********   
하지마 마음접어. 진짜 괜히 사고쳐서 심각해지면 빠져나올때 개힘들어. 시작을 말아야대
우주먼지로...   
내 맘이 넘 메마른건가
쟤도 그냥 부랄달린 동물일텐데.. 생각하며 읽음
지구하트설   
재밌다 이런 기분이 들게하는 사람이 회사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즐거운거니 그냥 즐겨 언니..
하로즌   
머가 위험해 그러다 사그라드니 걱정안해도될듯
bo   
회사다닐맛 나겠네... 나는 늙탱이들만 ㅠ 쩝 ㅠ
go*******   
언니 글 너무잘쓴다
us*****   
ㅎㅏ…..남의 아픔을 쓴 글이 내겐 행복이라니. 작가님 글 계속 써주세요ㅜㅜ
ti*********   
아 제목 ㅋㅋ 유부녀라니 ㅜㅜ
na*****   
문학이었다...
닉네임을 ...   
연재해주세욧..!!
따봉   
글 개잘쓴다.. 언니 책 많이 읽어?
KF   
와 나 정독함...언니 마음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네ㅠ
pa*****   
언니 글을 너무 잘쓴다 진짜 .... 넘 좋아...
그나저나 그 팀장 진짜 여우네 ㅋㅋ
아노미   
애절하구만
하지만 회사 옮길 수 있으면 옮겨 마음 더 깊어지기 전에
ya****   
언니 재밌다
친절한년   
연재 앙망
내 팀장은 일못하고 뻘짓만하는 개병신 개꼰대인데..ㅆㅂ부럽
ci****   
스킨십을 해봐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약간 오래...
남자가 입질오면, 그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회사 다닐맛 200프로 상승.
로켓   
남자가 끼부리네 쓰니 마음 아는거같음
dewdr...   
이런 글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감정이 짙어지네 재밌다
cola   
재밌다 일본소설같아
스티븐킹발닦개   
나도야
어화둥둥   
보통회사 남자얼굴 더 낙지탕탕이해물파전 아사리판인데 어케안조아하냐
roadcf   
지금 이대로 이 감정이 좋다.
그녀에 관...   
글 잘쓴다
wp*********   
재밌네 나 일하는 곳은 영감들밖에 없어서 부럽다 즐겨!
ph*****   
ㅋㅋㅋㅋㅋㅋㅋㅋ
al*********   
키엽읍니다
율운롬   
에효 잘생겼구만ㅋㅋㅋㅋㅋㅋㅋ 넘 재밌어
Asher...   
이야.. 내가 짝사랑했을때의 마음이랑 글이 똑같네
ㅁㅏ   
상대도 알까? 이런 마음을?
나도 비슷한 적 있었어서 한줄 한줄 애틋하다
잠만보   
문학관 글중 가장 흥미롭네요
닭갈비   
ㅋㅋ 회사 가는 재미를 찾았구먼
예비임원   
욕심쟁이 우후후
아침 잠이...   
한번 해야겠네
뭉끼   
그냥 박아
차챠   
위험하네요.....
so******   
재밌다 또 써줭
et****   
어떤기분인지 알 것 같음
1초안에 ...   
머리를 헝크는게 말이되나 ㅋㅋㅋ
ia****   
재밌다
살치살 꽃살   
재밌어요
no****   
굿
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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