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개

 

 

 

 

 

 

 

 

 흰 개 

 

 

 1) 

 더는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고 오늘 

 네가 말했다 

 모든 시간대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온 얼굴 위로

 낡은 햇빛이 도착해 있었다 

 

 - 과거가 이력일 때는 질문을 기다리는 심정이었지

 - 빈칸이 많았고 

 - 종이를 접으면 배나 비행기, 때론 별이 되었다 

 

 빳빳한 기억을 쥐고 손목을 흔들면 

 어둑어둑한 창가 앞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과거라는 불행이 겉면을 포장하면, 네게는 그게 

 선물처럼 보이니? 

 

 수화기로 감싼 뺨이 얼얼해지며 저녁이 내렸다

 

 헌 지갑 속에 남은 사진의 새하얀 뒷면처럼 

 어떤 얼굴도 더는 옮기지 않겠다고  

 그렇게 선언한 너는 내겐 아직 

 현상액 가득한 암실이 필요하다 믿는 듯했다 

 

 

 2) 

 그렇게 믿으므로, 나는 지금 기억을 쓴다 E야 내가 처음으로 

 너희 집에 놀러 간 날 기억나니 우린 오래된 영화를 보고 녹슨

 자전거를 탔지 마당에는 무수한 꽃봉오리가 달린 꽃나무들이 있었어 나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지 입 다문 꽃나무의 이름을 친구에게서 듣는 일 바로 그날 있었던 그 일을 혹시 기억하고 있니 

  우리는 정원 뒤로 커다랗게 펼쳐진 양어장 둑길을 걸었다 양어장은 검푸른 사각형 물의 나열이었다 수면 아래 물고기는 그림자로도 없고 개 한마리만이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찰방이는 여름 물장구 소리 속에서 개는 힘껏 고개를 치켜들고 작게 물결치며 

  E와 나는 개의 양 발을 한쪽씩 잡고 끌어당겼다 개의 발톱이 손바닥을 얇고 길게 그었다 물결이 그물 마냥 개를 칭칭 감았다 우리는 교복 안으로 뜨거운 땀을 흘리며 거의 엉덩방아를 찧었다 초록빛 물냄새가 코밑에서 일렁였다 그 순간, 우리가 궁금했던 것은 알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개를 발견했던 발견할 수 있었던 그런 일들의 의미 흰 종이배가 물살에 잠겨들기까기 따라 뛰는 아이들처럼

 

  둑에 오른 개가 푸드드 온 몸을 떨 때 물방울이 비처럼 쏟아졌다 개의 손톱이 그은 선이 발갛게 부풀어 오르고......햇빛이 이마와 팔 위로 펼쳐져 빛 이외의 것을 막아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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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읽고 싶은 분 있나요? 

 

 

  

 

 

 
 

작품 등록일 : 2023-06-14
좋아요
안뇽하세요   
아 이언니 너무 좋네..
화요   
개그림 좋당
sweg   
개그림이 젤 조타
장코   
그림좋다
no********   
Asher...   
나 그림 존나 맘에들어서 누름
근손실미어...   
시 너무 좋아요 그림도
마음이 아파와... ㅠㅠ
안드로메다   
그림 멋지다!!!! 하려고했는데 소장이 댓달았네.
시는 내가 마음이 말랑말랑하지 않은가봐....
익구   
나는 왜이렇게 이게 어렵지?수준이 낮은가보다
  
범상치 않은 그림인데 이드녀들이 아직 못 알아 본듯.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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