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실 분 있나요?
지난 번에 올린 [흰 개] 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 읽으셨다면 https://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18492 읽어봐 주세요.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제법 재밌습니다.
시가 아리까리 하면 어쩐지 핫해진 그림도 구경하세요.
그럼 다음 시를 적어보겠습니다. 제목은 [습득]입니다.
(시와 그림은 딱히 연결성은 없습니다. 대표 이미지가 허전해서...)
습득
천사를 하나 주웠어 들판에 떨어져 있더군 하얀 바탕에 흙먼지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지
세면대에서 천사를 빨았어 항균 비누 거품으로 깨끗하게 알다시피 천사에게 어떤 기생충이 붙어있을는지 모르는 일이잖아 젖은 천사는 젖은 것들이 그렇듯 다소 어둡고 초라해 보였어 깃털은 가시 뼈처럼 얄따래졌지 그렇지만 천사는 방수가 되니까
모양이 잘 잡히라고 책 사이에 끼워 뒀어 압화처럼 보존해뒀다가 하얗게 부활한 천사가 피루엣을 돌며 책상 위로 착륙하면 깃털 펜대로 써야지
「하얀 천사가 검은 잉크를 흘리며 몸을 떤다 손끝에 묻은 잉크는 단박에 지워낼 수 없다 그러한 성분과 성질을 지녔으므로 희미해지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는지 가늠할 수 없다」
희디흰 깃털 사이로 쏟아지는 천사 여러 겹의 희뿌연 비늘로 만들어진 천사 벗겨내는 천사 꺾어낸 천사 뽑아낸 천사 솎아낸 천사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서 잠든 천사가 잠꼬대를 하는군 꿈의 말 검은 피 머리카락 수만큼 무수한 깃털 펜대 천사 한 마리에 저렇게나 많은 펜대라니 하긴 어떤 천사도 단 한 개의 깃털로 날아다니지 않는데
그 어떤 하나도 하나일 수 없었군
잉크 물든 손가락이 열 개 스무 개 백 개 천 개 얼룩처럼 무수해지는 손가락 손가락마다 깃털 펜대 하나씩 ‘천사는 워터 프루프 지워지지 않았어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니 무언가 내게 옮긴 게 분명해 풍성한 거품으로 연신 닦아낸 다음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이제는 희미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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