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 본 마케팅 책] 팔다에서 팔리다로

 

자기소개서를 써본 사람은 안다. 할 말 드럽게 없이 꽉 막힌 기분을. 겨드랑이에 날개 달고 태어난 아기 장수도 아니고, 이전 생이 동물이었던 건국 시조도 아닌데 평범한 인간의 자기소개가 뭐 얼마나 인상적이겠는가. 1분 1초 곱씹어봐도 과거는 범상하고, 무엇을 약속해도 미래는 허황되다. 대관절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자기소개가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 이름 그대로 ‘소개’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의 목표는 나라는 인력의 판매다. 바로 이 부분이 괴롭다. 나를 팔기 위해, 나는 나에 대해 사기꾼처럼 굴어야 한다. 나는 나에 대한 취소/환불 사유를 수백 가지도 넘게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하자 많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 어떻게 팔까?

 

그렇다면 이 책이 도움 될 것이다.

일본의 유명 마케터인 미즈노 마나부가 쓴 <팔다에서 팔리다로>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616763

 

그는 팔기 위해 고민하는 수많은 중생들에게 온갖 꿀팁을 알려준다. 책은 가볍고, 술술 읽힌다. 그는 질문을 바꾸어 쉽게 실마리를 풀어간다. 우리의 고민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팔리게 만들까?


 

애플이나 나이키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알아서 팔린다. 우악스럽게 할인 전단지를 날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팔아준다. 브랜드 파워가 강력하니까. 최고의 장사는 파는 게 아니라 팔리게 만드는 것이다. 가만 둬도 알아서 사가게 하는 기술. 박터지는 시장 속에서도 당신의 물건만은 팔리게 하는 비법. 브랜드가 가진 힘을 극대화 해, 궁극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가장 우아한 수단. 이것을 한 단어로 줄인 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드란 보이는 방식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을 기업에 이상적인 상태가 되도록 컨트롤한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팔다'에서 '팔리다'로> 중

 

지금 가장 성공한 브랜드를 꼽아보라면, 애/어른 동/서양 할 것 없이 백에 구십은 애플을 말할 것이다. 애플에겐 안티팬을 포함한 두터운 팬 층이 있다. 제품에 부침이 있어도, 경쟁 브랜드가 더 스펙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들은 요지 부동이다. 사람들은 애플을 사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이 근사해 보이니까.

 

애플은 모든 것이 근사하다. 제품의 디테일, 패키지는 물론이고, 광고, 쇼케이스, 웹사이트, 애플 스토어, 지니어스들까지, 하다 못해 4대 보험에 가입된 일터로 놓고 봐도 멋지다. 애플은 세상과 연결된 모든 채널에서 자신들을 가장 멋지게 보여줄 줄 안다. 아이폰의 디테일을 보면 애플이 보이는 것을 어디까지 통제하는지 볼 수 있다. 샌딩 마감의 기분 좋은 촉감, 글라스와 바디의 유려한 이음새, 각종 포트 내부까지 깨끗하게 정리된 디자인. 이 철저한 통제에서 그들의 타협하지 않는 미의식이 느껴지고, 이것이 곧 (때론 희화화되지만) 그들만의 감성이 된다.

 

브랜딩은 당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에 대한 문제다. 흔히들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한다. 따뜻하게는 들리지만, 인간의 본성을 애써 무시하는 말이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비용은 최소화하며 이득을 최대화하는 의사 결정을 할 것이다.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안전한 선택을 할 때,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확실한 기준이 된다. 당신은 한눈에 보기에도 근사해 보여야 한다. 그래서 성공적이고 안전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만약 당신의 브랜드가 (혹은 아이디어가) ‘본질적인 면’에서 충분히 완성이 되었다면,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시간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 필요하다. 여기서 본질적인 면은 제품 디자인으로 치면 ‘기능 디자인’에 해당한다. 청소기로 예를 들면 흡입력을 더 세게 해주는 디자인이다. 한편,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장식 디자인’의 몫이다. 청소기의 기능과는 상관없이 육감적으로 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개의 브랜드가 이 두 요소 중 하나는 그 중요성을 축소해서 반영한다. 그래서 '스펙만 좋고 매력 없거나', '보기 좋은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애플은 다르다. 첫째, 기능이 흠잡을 데 없고 둘째, 맥북 뒤에 앉아 일을 할 때도 폼이 난다. 새 제품을 출시하면 (실제와 상관없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란 기대감을 안겨준다. 이런 정신이 애플다움으로 구축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이미지를 높이고 싶다" "인상을 좋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옷을 입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해 입겠지요.

아무리 유행하는 것이라 해도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팔다'에서 '팔리다'로> 중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다워지는 것이다. 구직 자소서든, 프리랜서의 포트폴리오든, 러닝화든 노트북이든 업종 불문, 장르 상관없다. 필요한 것은 ‘신박한 이야기’가 아니다. 달라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의욕만 앞서 둔 무리수는, 무리수로 끝나기 마련이다. ‘팔리려면’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청바지를 사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바지를 기대한다. 신박한 청바지를 사기 위해 청치마를 사는 사람은 없다. 청바지는 어디까지나 청바지다워야 한다. 파격적인 생각이 브랜드의 본질을 파괴하면 안 된다. 브랜딩을 시작하는 사람이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은, 지금 종이에 쓰이는 무언가가 과연 그것'다운'가이다. 브랜딩은 가장 그것다운 메시지를,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면 되는 것이니까. 

 

그럼 도대체 어떻게 그것‘다움’을 찾을까.

 


그중 하나는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움'을 찾을 때는 시간을 정해두고 하라는 것.
예를 들면 30분에 30개든 100개든 얼마라도 괜찮습니다만,
반드시 시간과 목표를 정해놓고 이미지를 찾으세요.

예를 들어 일요일의 다움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늦잠 자는 것', '월요일 준비', ‘전국 노래자랑’… 세 가지에 1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들었을 때 바로 알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맥주'이미지로 '거품, 황금색'을 말했더니 '어째서 그런 건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 <'팔다'에서 '팔리다'로> 중

 

어떤 대상을 생각할 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시간을 정해놓고 쭉 나열해보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축은 한 가지가 될 수도 있고 두, 세 가지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소서를 쓰는 중이라면 한 축에는 지원하는 회사를 쓰고, 다른 한 축에는 나에 대해 적는다. 만약 건설사에 지원한다면, 그 건설사를 들었을 때 누구나 떠올릴 만한 것들을 모두 적는다. 다른 한 축에는 나와 집(건축물) 등에 얽힌 기억들, 대학시절의 대표 기억, 아르바이트했을 때의 경험 등을 적는다. 그렇게 나온 키워드들을 서로 교차 연결시킨다. 이 연결 속에서 지원 회사’ 다움’과 나’ 다움’이 멋지게 콜라보된 자소서 한 꼭지가 시작될 수 있다.

 

미즈노 마나부의 마인드 맵은 두 가지 축으로 만들어 키워드 조합에 쓰면 아이데이션에 큰 도움이 된다

 

브랜딩 기획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브랜드가 아이스크림이라면, 한쪽엔 아이스크림에 대해 듣자마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모두 적는다. 그리고 중간에는 우리 브랜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마지막 한쪽에는 브랜드의 타깃들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모두 적어보자. 모두 툭치면 나올 정도로 쉬운 것이어야 한다. 그런 뒤에 세 축의 키워드들을 무작위로 엮어보자. 한 번에 완성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더라도, 좋은 출발은 될 수 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지 말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에 구애받아선 안됩니다.

-<'팔다'에서 '팔리다'로> 중

 

목표는 사람들이 다들 알고는 있지만, 아직 주목받지 못한 것을 찾아 새롭게 ‘연결’하는 데 있다.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조금’ 새로우면 될 뿐이다.

 

1인 1계정의 시대. 우리는 언제고 한 번은 브랜딩을 해야 한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사장이든 마찬가지다. 나의 아이디어, 내가 팔 음식이나 제품, 혹은 나 자신 -  자본주의 사회에선 거의 모든 것을 수익화할 수 있는데, 결국 우리의 자산은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을 한답시고 공연히 힘주어 꾸미라는 말이 아니다. 가진 것 이상으로 보이려고 할 때 사람은 긴장하기 마련이고, 긴장하면 평소 잘하던 이야기도 버벅거리게 된다. 그러면 전달될 것도 전달되지 못한다.

 

어떤 사람에게나, 어떤 아이디어에나 그것을 그것답게 만드는 고유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이런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다 매력적으로 드러낼 방법을 찾는 것이다. 브랜딩은 결국 세상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답해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보다 능동적으로, 보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디자인하는 과정이 곧 브랜딩이다.

 

텅 빈 기획서 앞에서 자살 충동이 일고 있다면, 일단 다 집어치우고 이 책부터 읽어보시기를. 그리고 당신의 가장 멋진 면을 가장 멋지게 어필할 방법을 멋지게 찾아내기를.

 

 

 

*옛날에 써 둔 글인데 혹시 도움 되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올려 봐

 

 

작품 등록일 : 2023-06-25
우왕굿
티퐈니   
감사합니다!
zl******   
굿
an***   
감사합니다!
노릇노릇   
화이트 짬뽕   
굿굿
원하는대로...   
와 언니 너무 알차다 고마워! 다음에 또 써줘
pe   
❤️
Asher...   
감샤링
엉셩떼   
좋다. 고마워. 책 읽어봐야지.
ssimp...   
너무좋다 책 읽어볼래
Deep   
와 너무 감사합미다
ce******   
너무 좋다! 더 보고싶어!
la*****   
고마워! 비슷한 마케팅 주제로 꾸준히 연재해주면 좋겠따
4s****   
우와! 잘읽었어
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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