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 안에 있었다. 벽이 희고, 형광등이 밝게 빛났다. 실험실 같았다.
어떤 여자가 실험실로 들어왔다. 여자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왔으며 약간 곱슬이었다. 머리카락이 보랏빛이 감도는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속눈썹이 길었다. 흰색 가운을 걸친 것으로 보아 과학자나 의사 같았다.
그때 나는 내가 누군지 기억이 났다. 나는 어머니를 찾는 자였다. 꽤 어린 시절 부터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정확히 모른채, 어렴풋한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여자와 어머니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가 말하는 어머니는 한 개인이 아니라 집단 혹은 초월적인 무언가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나는 여자에게 그것이 말이 안된다고 따졌다. 긴 속눈썹을 가진 그 눈이 나를 잠시 쳐다보았다.
"어머니가 반드시 신체기관을 가지는 생명체일 필요는 없어."
시간이 잠시 멈추었다 다시 진행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 여자와 말을 나누기 이전부터 이 현상이 꾸준히 발생했던 것 같다. 시간이 멈춘 동안에도 의식은 아주 또렸하게 세상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빈도가 갈수록 잦아진다고 느꼈다.
나는 이 현상이 내가 속한 건물에서만 일어나는 것인지 우주 전체에 일어나는 일인지 궁금해졌다. 나는 계단을 통해 아래 층에 내려갔다. 아래 층에서 계단으로 향하는 문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나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 튕겨나듯 건물 밖으로 나가졌다. 나는 그곳에서도 시간이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마 이 현상은 우주 전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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