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룡남 나폴레옹에겐 형제자매가 아주 웬수였어
어쩌면 그렇게 무능한지 하나같이 욕심만 드글드글해서
죄다 무용지물 쓰레기들이었는데
나폴레옹이 출세하니까 거기다 전부 빨대를 꽂았어
애미도 아주 작정을 했더라고
어렸을 때 보니까 뭐 줘팬거 밖에는 해준게 없더만
돈만 뜯어간게 아니야
나폴레옹이 5남3녀중 둘짼데 그렇게 부담을 줬대
니가 책임지고 형제 자매들 ‘전부 비슷비슷하게’ 출세시켜야 한다고
어거지로 걔네들을 높은 자리에 앉혀 놓긴 했는데
돈만 밝히다 결국은 뒷통수를 치더란 말이지
도무지 근본이라곤 없는 놈들이었는데
그런 주제에 조제핀을 엄청 미워했어
글쎄 자기네(!) 돈을
써서 그렇다는거야!
조제핀은 나폴레옹보다 여섯살 연상에 이혼녀였어
전남편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고
(조제핀도 감옥에 갇혔는데 처형되기 하루전에 풀려남)
애들도 둘이나 있는데 살길이 막막하잖아
그래도 타고난 매력이 있어서 바라스(총재정부 총재 중 한명)의 정부가 되었어
근데 꼴 보니까 바라스가 꿀 다 빨았다고 슬슬 싫증을 내는거야
조제핀은 냉정하고 계산적인 사람이었어
필요한건 보호자와 돈인데 바라스는 이미 텄잖아?
그럼 갈아타야지
마침 나폴레옹이 폭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네
바라스도 잘되었다 싶어서 은근슬쩍 둘을 연결시켜줬어
당연한 말이지만 조제핀은 촌스러운 나폴레옹을 처음부터 그닥
좋아하지 않았어
좋다고 하도 난리를 치니까 결혼도 해주긴 했는데
나폴레옹이 전장에 나가자마자 바람을 피워
그때는 조제핀이 완전히 관계 우위였지
보고싶은데 왜 안오냐고
당신 없이는 전쟁이고 뭐고 때려치고
싶다고
제발 편지라도 한번 보내달라고 난리를 치는데
답장을 한번도 안해줘(연하남과
즐기느라 너무 바빴음)
읽씹도 있었고 안읽씹도 허다했어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은 다 옛일이 되고
나폴레옹은
숨쉬듯 바람을 피우게 되지
그 때문에 부부싸움도 종종 하긴 했지만
조제핀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남편의 불륜에 원한을 품지 않았고
뒤끝도 없었대
심지어 남편이 여자들과의 관계를 상담해오면
조언을 해주기도
했어
그깟 관계는 한낱 신기루 같은 거고
중요한건 삶의 복지니까
가끔 싫은 소리 하긴 했지만
나폴레옹은 결과적으로
조제핀이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해줬대
그렇게 말메종 성에 세계최초 장미정원을 가꾸고
르두테라는 화가를 후원해서 수백종의 장미를 모두 그림으로
기록하게 해
원래는 학술적 목적으로 제작한건데 너무 예뻐서 다들 소장용으로
구입했대
똑같이 돈을 펑펑 써도 이쯤되면 예술이지
그러던 어느날
조제핀 말고도 나폴레옹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 여인이 나타나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를 박살내고 오는 길에
나폴레옹은 폴란드에 들르는데
(폴란드는 위 세나라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 당했기에
걔네들을 한대씩 때려준 나폴레옹이 슈퍼스타였음)
호위장교 한명이 미어터지는 환영인파 속에서
아름다운 귀족
여인을 한명 데리고 왔어
너무 미녑니다…인데
프랑스어도 너무 잘하는 거야
그날은 정신없어서 그렇게 헤어졌지만
나폴레옹은 바르샤바에
들어가자마자
이 여인을 찾아오라고 시켜
마리아 발레프스카,
77세의
백작남편이 있는 20세의 유부녀였어
폴란드 남자 빨갱이들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어
나폴레옹이 마리아에게 완전히 폭 빠져있었거든
마리아를 이용하면 혹시...
나폴레옹이 이참에 폴란드를 독립시켜줄지도
모르잖아?
마리아는 그렇게까지 하기는 싫었어
근데 늙은 남편놈이 니까짓게 뭔데 대의를 거역하냐며
가스라이팅을
하는거야
떠밀리듯 마리아는 나폴레옹의 애인이 되었어
하지만 폴란드는 독립할 수 없었어
나폴레옹은 폴란드를 독립시킬 마음이 전혀 없었거든
바르샤바 공국이라고 이름뿐인 나라를 세워주곤
병참기지로
쓰고 채권깡까지 했어
마리아 보내는데 앞장섰던
포니아토프스키(폴란드 전국왕 친조카, 새 공국의 공작이 되지는 못함)는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 군의 원수까지 오르는데
허망하게도...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물고기 밥이 되고 말아
비록 처음엔 억지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나중엔 마리아도 나폴레옹을 사랑하게 되었어
둘이는 잘 맞았었나봐
평민으로 변장하고
여인숙에서 서민체험하며 낄낄거리기도 했대
아들도 하나 낳았지
그런데 여기서 부터 비극이 싹터
나폴레옹은 그동안 자기가 고자인줄 알았거든
수많은 애인들로부터 자식을 얻긴 했지만
그 애인들은 한결같이
동다남을 했어
그래서 그 애가 정말 자기 애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던거야
자기만 바라보는 애인은 마리아가 처음이었는데
그녀가 임신을 하자 그제서야 알게 된거야
자기가 고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불똥이 엉뚱하게 조제핀에게 튀었어
나폴레옹은 이제 황실가문과 혼인해서
자신의 후사를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해
조제핀과의 이혼은 필연적이었지
그렇지만 나폴레옹은 조제핀과 육체적 관계만 맺지 않을 뿐이지
정서적으로는 그녀에게 엄청 의지하는 상태였거든
나폴레옹은 의외로 징크스도 많고 운명충 사주충이었는데
조제핀을 마치 행운의 여신처럼 여기고 있었어
그리고 자기 성격이 개떡같은것도 잘 알아
그걸 정면에서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조제핀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그런 조제핀과 헤어지면
‘웬지
모르지만 좆망할거 같은’ 기분 이라
(똑똑한 조제핀도 나폴레옹의 그런 심리를 잘 이용함)
쉽사리 이혼을 강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더 미룰
수가 없었어
대신 조제핀에게 말메종 성이랑
200만프랑(우리 돈으로 200억원
정도) 위자료를 주고
황후의 지위랑 의전 다 보장하고
평생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마리아는 폴란드 늙은 남편에게 돌려보내지고 아들도 나폴레옹이 아닌 남편 성을 따르게 함)
나폴레옹은 처음에 러시아 황제의 여동생이랑 혼인을 하려고
했어
근데 황실에선 도무지 그집안이랑 사돈 맺고 싶지가 않은거야
솔직히 뭐가 좋겠냐고
황제는 거절의 뜻으로
혼담이 나오자마자 황녀를 다른 귀족과 혼인시켜 버렸어
이쯤되면 그만 둘만 한데
나폴레옹은 황제의 다른 여동생에게도
청혼해
황제가 즉답을 못하고 고민하는 동안
(또 거절하면 이번엔 전쟁이니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실이 대안으로 치고 올라왔어
역사와 전통하면 합스부르크지
뼈대있는 황실가문하면 사실 합스부르크가 윗길이라 이기
그렇게 마리 루이즈 황녀와 재혼을 하게 되는데
원래 미천한 집안일수록 남들 눈에 보이는거에 집착하잖아
나폴레옹도 그랬어
미신 숭배자가 어떻게 그건 또 이겨내고 따라했나 몰라
마리앙투아네트가 시집올때랑 세세한 부분까지
아주 똑~~~~~~~~~같이 따라했대
(공교롭게도 축하연에서 불이 나 사람 죽은 것까지 존똑)
어쨌거나 두 사람은 그래도 사이가 좋았지
조제핀과 나폴레옹 사이도 여전했어
조제핀은 말메종에서 동물 키우기에 빠졌고
여전히 사고 싶은 건 다 샀고 다니고 싶은데도 다 다녔어. 딸 오르탕스와 함께
나폴레옹이 강제 퇴위된 후에도 러시아 황제는 조제핀을 끝까지
황후대접 해줬대
러시아가 남편 원수지 내 원수는 아니잖아?
조제핀은 남편 애인들과도 싸우지 않고 잘 지냈던 사람이거든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전남편이 엘바섬으로 쫓겨난건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결혼한 이듬해 마리 루이즈 황녀는 후계자(로마왕)를 낳았고
나폴레옹은
원하던 것을 얻었으니 다시 마리아도 파리로 데려왔어
그와중에 보나파르트 일가는 마리 루이즈에게도 시짜노릇을
했나봐
안 그래도 자기 고모 할머니(마리
앙투아네트) 죽인 나라라 마뜩치 않은데
웬 거지 같은 것들이 시집살이까지 시키니 정이 붙을리가
없지
그래도 나폴레옹 몰락 직전까지 끝까지 그를 지지해 준건 마리 루이즈였어.
연이은 원정실패로 나폴레옹은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마는데
마리 루이즈는 “당신과 함께 운명을 나누고
좌절을 겪은 당신을 위로하고 싶다”며
엘바섬까지도 따라갈 뜻을 밝혔는데
당시 나폴레옹은 파리 함락+퇴위 당한 충격으로
무기력+우울증에
빠져서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말아
자신을 불러 달라는 마리 루이즈의 편지에 성의없이 답장을
해
“오고 싶으면 오시오…아니면 거기 있어도 되고”
“금고에서 돈 꺼내서 형제자매들에게 나눠 주시오”
(돈 챙기자마자 형제자매들은 다 내뺌)
아아니 이런 말 들으려고 기다린게 아니잖아?
나폴레옹이 주저하는 동안 마리 루이즈는 나름대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어
친정 오스트리아로 돌아갔지
그것으로 그들의 인연은 끝났어
나중에 혹시라도 마리 루이즈가 돌아 올까봐 엄청 기다렸다는데
이미 그녀는 나폴레옹을 잊고 딴 살림을 차린지 오래였어
충직한 마리아는 엘바섬까지도 따라갔는데
나폴레옹은 혹시라도
마리가 올지 모른다고
마리아는 집으로 돌려보냈대
2년뒤에 마리아는 오랫동안 자길 뒷바라지 해주던 도르나노 백작이랑 재혼을 하는데
나폴레옹은 엄청난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화를 내고 난리쳤다는구만ㅋㅋㅋㅋㅋ
나폴레옹은 온 생을 바쳐(수많은
피를 뿌려서라도!)
대대손손 황실가문의 뿌리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승리한 건 조제핀의 유전자였어
나폴레옹과의 사이에선 자식이 없었지만
조제핀에겐 외젠과 오르탕스라는 두 자식이 있었는데
외젠의 딸은 스웨덴의 왕비가 되었고
오르탕스의 아들은 나폴레옹 3세가 되었어
그리고 그 후손들이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왕실의
직계 조상이래
조제핀이 마담 드 빅투아르(승리의 부인)이라는 말은
결국 사실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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