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 주의. 불편한 내용이 있을 수 있음***
지영이 도착한 압.로 라운지바 00 2층
지영은 좀전 회장과 나눈 농밀한 스킨십에 아래를 푹 적신 상태였다.
뽀얀 얼굴에 흥분한 듯 홍조가 올라와 있었고,
다른 수컷이 한껏 침범하고 물고 빨았던 20대 초반의 여성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색기와
호르몬을 방출하고 있었다.
최한별이 오라고 한 프라이빗 룸을 여는 순간,
구석인 듯 보이는 메인 자리에서 지난번 미팅때 보았던 의대생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의대생과 단둘이 있던 것으로 보이는 최한별은 지영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오빠, 됐지?
앞으로 계속 나 모임에 껴줘야 해."
말하고는, 서 있는 지영을 스쳐 지나갔다.
간절했던 문자 내용과는 달리 싸한 표정으로 지영을 훑은 최한별은 조용히 속삭였다.
"잘 해. 너한테 과분한 남자니까."
쾅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최한별은 가방을 챙겨 나가버렸고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가 싶은 지영은 이미 많이 취한 듯한 의대생과, 이 공간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무슨..."
"김지영...?
내가 너 불렀어. 이리 와 앉아"
아버지가 강남 큰 건물에서 병원하고 있다던 놈이던가. 딱 봐도 지영이가 연락을 받지 않자, 최한별이란 루트를 통해 지영을 불러낸 것이다.
이 거지 같은 상황에 나는 당장이라도 지영의 몸에 빙의하고 싶었지만, 일단 많이 달라진 지영이었기에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지영의 무의식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전 한별언니가 취한 줄 알고 챙겨주러 온 건데요"
"취한 건 난데... 나 챙겨줄래 그럼?"
의대생은 지영을 반쯤 풀린 눈으로 쳐다봤다.
뭔 염병인지 드라마 속 실연 당한 남주마냥 촉촉히 젖은 소눈깔이다.
딱 봐도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지영의 자켓.
손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헐렁한 것으로 봐서 남자는 상당히 덩치가 있는 놈일 거다.
의대생은 짜증이 났다.
안 봐도 그냥 허우대만 멀쩡한 새끼겠지
큰 쟈켓 아래로 살짝 보이는 지영의 치마.
그리고 뽀얀 다리,
자신을 경멸하듯 바라보는 지영의 눈빛
그리고 다른 수컷이 실컷 물고 빨았을 입술
이 모든 것이 너무너무 탐이 나고 범하고 싶어 미칠 것 같다.
한 번도 원하는 여자를 가져보지 못했던 적이 없었다.
이 여자는 꿈에 그리던 완벽한 이상형이다.
비록 첫 만남에 센 척을 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까지는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해도 모든 여자들이 다 받아주었기 때문에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도 없었다.
".....저 가볼게요. 그쪽에게 볼 일 없어요"
잘한다 우리 지영이!
지영이 경멸의 시선을 던지고 돌아서려던 차에
의대생이 지영의 손을 잡았다.
"5분만
5분만 있다 가면 안돼? 말 좀 하자, 제발..."
"싫은대요 이거 놓으세요"
"제발, 5분만 내 이야기 들어줘.마지막으로.."
처음부터 고압적이고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오만하게 굴었던 남자였기에, 지영은 남자의 한 풀 꺾인 자존심이 안됐기도 하고, 마지막이란 단어에 마음이 흔들렸다.
"다음부턴 연락도 안 하고 불러내지도 않을게
이런 식으로 불러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방법이 없었어"
".....
알겠어요. 5분이에요"
ㅠㅜㅠㅜㅠㅜㅠㅠㅜ안돼 지영아!!!!!!!!!!!!!!!!!!!!!!라고 울부짖는 나의 포효는 지영에겐 들리지 않았고, 지영은 비록 조금 전, 최한별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마음이 약한.. 세상 경험 많지 않은 20살 여대생이었다.
지영은 의대생 옆에 거리를 좀 둔 채로 앉았고,
남자는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한 잔 ?"
"아니요. 말씀하세요"
남자는 다시 술잔을 쭈욱 들이켰다.
"솔직히.....나 너 보고 첫눈에 반했거든.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
지영은 의대생의 말이, 자신이 좋아해왔던 회장의 말과는 다르게
드라마 속 클리셰 덩어리 남주의 대사처럼 뻔하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무례하게 굴어서 미안해.
그 이후로 너 생각이 많이 났는데 연락이 없어서....."
의대생은 지영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귀만 붉히고 있었다.
"당장 뭐 어쩌자는 건 아니고... 그냥 몇 번만 만나주면 안될까?
나 진짜 잘해줄 자신 있거든"
"저 남자친구 있어요"
의대생이 지영의 말에 지영을 돌아 보았고, 커다란 블루종을 다시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알아"
"그래도 나한테도 기회를 줘보면 안돼?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하게 해줄게.
너 그 친한 언니, 최한별도 널 부러워할 수 있게"
지영은 나름 의대생의 진심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고백의 내용이 황당하게 들렸다.
"아니요. 저 지금 남자친구 엄청 많이 좋아해요"
그래 지영아! 당장 문 박차고 나가! 저새끼 말 들어줄 필요도 없어!! ㅠㅜㅠㅜㅠㅜ 하며 옆에서 소리치려던 찰나,
"씨발 어떤 새끼길래."
갑자기 의대생이 지영을 끌어안고 입술을 덮쳐왔다.
아니 시발?
지영은 너무 놀라 몸이 굳었고, 의대생은 지영을 강하게 압박해오면서
지영의 입술을 벌리며 혀를 집어 넣었다.
이 입술 남친 새끼가 존나게 빨았겠지
이 혀도 존나게 맛봤겠지 씨발
의대생은 이성을 잃은 듯 지영을 움직이지 못하게 끌어 안았고,
지영은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회장보다 덩치도 작고 힘도 없어보였다 생각했는데, 곱게 큰 도련님치고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영은 불쾌감과 수치심이 한꺼번에 올라옴을 느꼈다.
남자 경험이라곤, 최근 빙의 영혼에 의해 회장과 사귀게 된 이후 몇 번 소심한 스킨십을 나눈 것이 고작이었고,
이렇게 강제로 범해지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폐쇄된 룸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감, 이성을 잃고 강한 힘으로 자신을 누르는 수컷의 무서움에 몸을 떨었다.
"웁 읍읍,ㅡ!"
지영이 소리를 지르며 밀쳐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의대생은 이성을 잃고 입을 막았고
자켓을 거칠게 풀어 지영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씨발"
의대생은 본능만이 남지 않은 듯 했고 지영은 갑작스런 움켜쥠에 몹시 고통스러웠다.
나쁜년. 가슴도 개크네 씨발
시발 새끼. 존나 물고 빨고 만졌겠지 씨발씨발씨발
이미 눈빛이 돌아버린 수컷을 제지할 수가 없어 버둥대던 지영은
가까스로 손을 뻗어 의대생의 술잔을 톡, 톡톡 건들여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쨍그랑!
유리가 대리석에 부딪히는 심한 마찰음에 의대생이 잠시 멈칫 했고
그 순간 지영은 벌떡 일어나 옆에 둔 가방을 의대생 머리에 후려쳤다.
"이거 성추행이에요"
그리고 얼른 그 룸을 빠져나왔다.
내가 빙의한 상태였음 저 새끼 면상을 후려갈겨주는 건데!!!
너무 놀란 마음에 지영은 눈물이 터져나왔다
룸이 있던 2층에서 1층으로, 계단으로 뛰쳐내려오며,
시끄러운 음악과, 수많은 인파 사이를 헤집고 나오며, 좀전의 심한 공포감과 수치심, 불안감으로
울음이 끄윽끄윽 터져나왔다.
라운지 출구로 빠져나왔다.
허억허억헉헉
전속력으로 달린 탓에 참아왔던 숨부터 내뱉었다.
밖은 어두웠다. 새벽쯤 됐으려나, 1시.. 2시?
이게 무슨 꼴인가.
이제껏 늘 의뭉스럽긴 했어도 그래도 한결같이 나를 본인의 그룹에 넣어주던 최한별이
나를 팔아 넘겼다.
1년 가까이 좋아하던 남자친구와 연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스킨십 진도를 뺀 오늘, 어쩌면 끝까지 갈 수도 있었던 오늘.
다른 남자에게 강제로 더렵혀진 것 같은 불쾌함이 전신을 휘감았다.
바보 같이 최한별에게 농락당한 자신이 비참했고
1년 가까이 그래도 친한 여사친쯤 된다 생각했던 본인의 의리와 정이 한심했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강제로 범해졌단 것이 수치스러웠으며,
그 와중에 본인은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했단 무력감에 눈물만 줄줄줄 흘러내렸다.
어쩌지 신고해야 하나?
증거가 있나?
증인은? 날 팔아넘긴 최한별이 날 위해 증언을 해줄까?
이런 경우가 낯설고 모든 것이 불편한 지영이 혼란스러워할 때쯤
빵빵 익숙한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헤드라이트가 지영을 비추었고, 자세히 보니 회장의 차였다.
지영을 남자들이 많은 라운지바에 올려 보내고 과연 잘 한 짓인가 생각하며
운전대에 얼굴을 파묻고 한숨 쉬며 생각 좀 정리하려 했던 회장이 마침 혼자 뛰쳐나온 지영을 발견한 것이었다.
왜 혼자 있는 거지?
최한별은?
자세히 보니 울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회장은 급히 정차를 하고 얼른 운전석에서 내려 지영에게로 뛰쳐갔다.
"오빠..!"
"지영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빠 일단 나 차 좀....차에 탈래요"
불안한 듯 뒤를 돌아보며 지영은 몸을 떨고 있었다.
회장은 지영을 바로 조수석에 태워 일단 정차하기 편한 곳을 찾으며 지영의 안색을 살폈다.
"우읍, 웁 흑흑 으흑흑"
지영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만 아래로 뚝뚝 흘려댔고
회장은 일단 진정할 때까지 초조하게 지켜보며, 정차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인근 어두운 상가에 주차를 한 뒤 회장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영을 살피기 시작했다.
"왜그래 지영아, 무슨 일 있었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얼마 전 미팅에서 만난 남자가 나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고 가슴을 만졌어요
이렇게 말할 순 없었다.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별....최한별 언니가 ......절 배신 했어요"
가까스로 쥐어짜내 대답을 했다.
운 이유가 그것 떄문만은 아니지만 사실이기도 하니까.
"최한별이? 어떻게? 걘 지금 어딨어?"
"..........."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지영이 걱정 되기도 하면서 지금 상태를 보아하니
더 추궁해봤자 지영이 마음만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마음을 추스리게 해준 다음, 안정이 되고 나면 그때 다시 물어보자.
"지영아 우선, 기숙사 데려다 줄게.
우선 가서 푹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할까?"
도리도리
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기분 풀릴 때까지 내가 여기서 기다려줄까?
밤새 여기 앉아서 너 이야기 들어줄 수 있어"
다시 도리도리
"그럼...."
"오빠 오늘 나랑 같이 있어줘요"
"?
그래 여기서 너 이야기 들어줄 수 있"
"아니요 우리 함께
잘 수 있는 곳으로 가요"
내뱉는 순간, 지영도 놀랐고 회장은 귀를 의심했다.
"무슨 소리야....."
"오늘 나 오빠랑 함께 있을래요. 여기서 말고 좀 더 편한 곳...
편하게 오빠 안을 수 있는 곳........."
일단 내뱉고 다니 대담해진 지영은 과감하게 한 마디 한 마디 지르기 시작했다.
의대생의 흔적을 오늘 당장 좋아하는 사람의 것으로 지우고 싶었다.
강남 00호텔
겨우 남은 방이 있었다.
회장은 몇 번이고 지영에게 괜찮겠냐는 말을 물어보았고,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너무 힘들어 하니까 원하는대로 지영을 데리고 호텔로 왔다.
어쨌든 따뜻한 물에 씻게 하고, 푹 재울 것이다.
나는 소파베드에서 좀 쉬고...
그리고 다음날 자초지종을 물어봐야지. 이야기를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 계획을 갖고 온 회장이긴 했지만, 본인이 정말 그럴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진 않았다.
카드키를 찍고 방에 들어선 순간 그 확신은 미친듯이 흔들렸다.
천장과 지붕이 있는 사각형의 공간, 그 속에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여자.
성적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에서 그 여자와 오로지 단 둘.....
안돼 이성을 차려야지. 소중한 내 여자친군데 짐승도 아니고.
그렇지만 자꾸 오늘 차 안에서 있었던 찐한 스킨십이 생각나 자꾸만 텐트가 쳐질 것 같다.
다행인 건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서기까지 지영은 더 이상 울지 않았고,
기분도 많이 풀린 것 같은 점 이었다.
무슨 생각이라도 골똘히 하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크흠! 흠흠,, 우선 좀 씻을래 지영아?"
흘긋 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영은 무언 결심이라도 한 듯 시종일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회장을 돌아보며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오빠 우리 같이 씻어요"
작가 돈주기
|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