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 본 마케팅 책] 마켓컬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마켓컬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무신사나 스타일난다, 월향은 또 어떻게 성공했을까?


공자 왈 맹자 왈 할 때부터 성공론은 있어왔지만,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성공스토리가 많은 시절을 살고 있다. 

“맞벌이 워킹맘에서 수백억대 CEO로 변신", “패션 산업의 리더가 된 평범한 고등학생.”

인스타그램, 페북, 브런치, 유튜브, 온갖 곳에 온갖 성공 콘텐츠가 있고, 온갖 카드 뉴스들이 온갖 성공의 비밀들을 파헤친다. 이들에 따르면, 새벽 배송으로 아침을 기쁘게 해주는 마켓컬리도, 1020의 패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무신사도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노력' 끝에 만들었다.


| 어떻게 성공하셨나요?


성공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자신이 얼마나 평범했는지, 재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노력은 얼마나 치열했는지.

"저의 성공 뒤에는 노력보다도, 재능보다도, 될 때까지 밀어주셨던 아버지의 재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성공 콘텐츠는 드물다.

"저는 족집게로 콕찝어 알려주는 선행학습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입시 코디네이터 덕분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성공 콘텐츠도 드물다.


대개의 성공 스토리는 평범을 강조한 후, 언제나 이런 암시로 끝맺는다.


 “당신도 나처럼 될 수 있어요!”


우리는 “교과서대로 열심히 공부하니까 됐다”는 말에 분개하면서도 내심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성공에 공식이나 법칙이 존재한다는 말에는 기분 좋은 여지가 있다. 내가 지금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저들의 성공 공식을 몰랐기 때문이다. 저들보다 노력을 덜했기 때문이며, 내가 잠을 4시간 자지 않고 5시간 자서다. 그리하여, 언젠가 만화 속 주인공처럼 [각성]을 하거나, 음악 영화의 주인공처럼 [몰입]만 하면 완전히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이 희박한 가능성에 영혼을 기대어 성공을 기도한다. 나는 내가 쥘 수도 있는 성공을,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살고 싶진 않아서 쥐지 않은 것 뿐이다. 이렇게 믿을 때 나는 현실의 나보다 조금 더 유능해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면, 왜 우리나라의 신생 기업 100곳 중 70곳은 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할까? 창업 1년만에 문을 닫는 회사는 30%에 달한다. 이런 세상에서 마켓 컬리나 월향, 무신사, 스타일난다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성공 신화의 또다른 예일까.

책 <멀티팩터>는 성공함수에 대한 우리의 오류를 파고 든다.


“야! 왜 자꾸 나만 따라와”
“난 한 놈만 패!”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김수로만 잡아패며, 유오성은 말한다. 나는 한 놈만 팬다고. 확실히 하나만 패는 게 여럿을 상대하는 것보다 쉽다. 성공도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세상에 그토록 성공론이 많은 것이다. 습관 바꾸면, 운 따라오면, 노력 더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우리가 믿는 성공의 함수는 이런 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강력한 변수를 조정해 성공의 답을 구하려 한다.


f(x)=y

f(노력)=성공

f(재능)=성공


그 결과, 성공에서 더 멀어진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확률의 세계’이며 변수를 셀 수 없는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성공에는 단일 변수가 없다. 성공에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


“성공에는 모든 요소가 다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여 성공하고 더 성공해야 한다.”

- <멀티팩터> 중











| 평범한 아줌마, 340억 공차 성공을 이끌다


세상 평범했던 아줌마가, 남편을 따라 살게 된 나라에서 자기가 맛있게 먹던 아이템을 한국에 들여와 대박이 났다 -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던 프랜차이즈를 들여와, 340억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공차의 성공은 종종 이렇게 설명된다. 이런 기사를 읽고 나면 사람들은 때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공차 마실 줄이나 알았지,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한 번 상상해보자. 당신이 정말 평범한 아줌마다. 우연히 대만에서 공차를 맛보고 한국에 들여오면 대박을 치겠다고 생각한다. 공차 본사와 컨택을 하고, 심혈을 기울여 온갖 노력을 다 했다. 과연 그러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본사와 운 좋게 이야기가 잘 되어도, 평범한 아줌마가 어느 날 어디서 수많은 자본을 구할 것인가.


공차 신화의 주인공인 김여진 대표가 처음 공차 본사에 접촉했을 때, 국내의 대기업들도 공차의 프랜차이즈 계약권을 따기 위해 함께 경쟁했다. 마침 공차 본사는 해외에서 지나치게 세를 불리는 것을 경계했고, 그러자면 대기업보다는 개인 쪽이 유리했다. 거기다 김여진 대표는 그때까지 별다른 이력이 없었음에도 이 프로젝트를 감당할 자본을 끌어올 수 있었다. 이 과정에 남편의 조력이 있었다. 남편은 유명 글로벌 은행을 오래 다닌 금융 전문가였다. 공차가 한국 1호점을 연 시점도, 남편이 스탠다드 차타드의 한국 전무로 최연소 발령을 받은 시점과 일치한다.


즉, 공차의 신화는 단순히 ‘평범한 아줌마가 어느날 우연히 시장의 잠재력을 깨달아, 밤낮으로 매달려 이뤄낸 성공’이 아니다. 물론 김여진 대표는 실제로 부단히 노력했다. 공차를 설득하기 위해 수십차례 본사를 방문하고, 한국에 매장을 연 뒤에도 끊임없이 사업에 몰두했다. 그녀의 탁월한 사업감각은 실내 점핑장 ‘바운스’를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에 없던 실내 트램폴린 체육관을 들여온 것도 그녀다. 하지만 그녀의 성공을 사업 감각 하나와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남편이자 공차 공동 설립자였던 마틴 베리는 공차를 매각해서 받은 돈으로 싱가폴에 투자 회사를 세웠다. 사업 감각이 좋은 아내와 캐피탈 전문가 남편. 이들이 과연 감만으로 투자를 결정했을까? 아마도 공차는, 경제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성공 확률’을 가장 높여 설계된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그러니 공차의 성공을 앞에 두고, 똑같이 평범한데 왜 나는 저런 걸 못했는가는 자책은 민망하다.


지독한 리얼리스트로서 맥락을 읽자.

- <멀티팩터> 중



저자는 세상에 퍼진 성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성공을 파악해야 성공 근처에라도 가볼텐데, 사람들은 ‘평범한’, ‘맨손’ 등 낭만적인 수식어에 쉽게 홀렸다. 그래서 경쟁자보다 훨씬 못한 조건을 가졌음에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언젠간 성공하겠지” 막연히 믿거나, “지금은 00가 대세니까 나도 괜찮을거야”허황된 공상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허비했다.


경쟁은 내가 가진 모든 자원을 걸고 벌이는 ‘총력전’이다그러고도 실패할 수 있다. 성공은 노력, 실력, 재능, 자본, 인적 네트워크, 외모 등 확보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투입하고도, 시대와 시장 상황까지 잘 만났을 때 얻게 되는 사회적 결과물이다. 게다가 실패는 또 얼마나 위험한가. 잘못 맞은 실패 한 방에 인생 자체가 무너지기도 한다. 이토록 작은 확률에 기대어 싸움을 시작하는데, 굳이 핸디캡을 지고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노력이나 재능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재능만 있고 정보가 없다면, 노력은 하는데 자금이 없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의 함수는 성공을 위해 더 많은 우위를 결합할수록 더 강력해진다. 


f(a,b,c,d,e,f,g…x,y,z) = 성공


그러니 진짜 성공의 함수는 이런 모양에 가까울 것이다.


“노력 만능주의가 나쁜 것은 다른 요소를 배제한 환상에 빠지게 하여
결과적으로 성공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 <멀티팩터> 중


인간의 인지 능력은 위대하지만, 우리가 매번 위대하게 인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려운 것에 약하다. 연산 능력은 구구단 정도면 족하고, 대개의 정보는 만화로 알려 줄 때 더 잘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선명한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성공 스토리도 더 선명하게 다듬어진다. 듣기 좋은 부분들이 강조되고 그 밖의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진짜’ 평범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만한 요소들, 성공한 사람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내지 않은 외적 요소들, 예를 들면 부모님의 재력, 인맥, 외모 등은 이 스토리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황제의 아들로 태어난 황태자가 모두의 예상대로 황위를 이어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건 뒷골목의 꼬마가 어떤 계기로 어느 날부터 위대해지는 이야기다. 어떤 일의 가치는 확률에 반비례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사랑에 쉽게 빠지지 않아서 우리는 사랑의 가치를 높게 산다. 만약 로또가 누구나 당첨되는 거라면 로또라는 말은 힘을 잃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의 성공에 시니컬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타인의 성공을 본으로 삼아 나의 성공을 만드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래야 한다. 당신의 성공 자금을 당신이 아닌 타인에게 빌려준다고 생각해보라. ‘저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열정도 있습니다’라는 말로는 수 억의 자본을 보증해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성공에 대한 태도는 그래야 한다. 가장 비관적인 면까지 확인한 이후에, 그럼에도 모종의 가능성이 있겠다, 이렇게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겠다 싶을 때에,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이토록 단순하고 거칠게 성공을 인식한다. 그런데 이 거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도전을 부추긴다. 창업을 해보라고, 당신도 할 수 있다며 퇴직을 부추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는 성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처럼.

작품 등록일 : 2023-10-04
또 써주세요
up   
비빌언덕 같은거군
gu******   
마켓컬리 적자 심각하던데..
Claire   
저도 사랑합니다
어피치   
좋은 글 잘 봤어
로레인   
사랑합니다
A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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