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빠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동네의 자랑이자 희망이던 아버지는 신림의 고시촌 원룸 차디찬 바닥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

뫼르소처럼 아무감정 들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전혀 친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비보를 경찰에게 전해듣자

이럴리 없을텐데 아빠한테는 아무감정 없을텐데

슬픔에 가득차 속이 울렁거렸다

 

사업이 망했던 아빠는 13살때부터 엄마와 따로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아빠를 만난적은 많지 않았다

만날때마다 커피와 담배에 찌든 퀭한 눈을하고

나라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빨갱이들이 얼마나 나라를 좀먹고있는지

자신이 1년후에 얼마나 큰돈을 벌지에 대해 말하셨다

 

당연히 그럴리가 없었다

만날때마다 아버지의 핑계는 바뀌었다

정권때문에 대통령때문에 후배때문에

만날때마다 늘어나는건 핑계와 남탓 거짓말

이루지 못할 약속의 남발뿐이었다

아빠는 세상 최악의 아빠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아빠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빠는 부친으로서 많은것이 결여되어있었고

나는 그를 존중할수없었다

 

몇년전 신림의 겨울, 나는 우연히 아빠를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아빠는 도망가려 했었다

다급해진 그를 잡아 멈춰세운건 아빠보다 커진 나의 손이었다

몇년동안 못본 아빠는 그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져있었다

여기서 도대체 뭐하느냐 뭘하는것이냐 묻자 아빠는

엄마를 탓하고 대통령을 탓하고 세상을 탓했다

아빠는 바뀌지않았다 엄마와 있었던일은 오해인걸

알고있었지만 아빠에게는 알려주지않았다.

괘씸했기 때문이었다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왜 매번 남탓만해요? 

왜 책임못질 말만하고 남탓만해요?

이 모든게 아빠책임인걸 모르시겠어요?

제발 정신좀 차리세요

모든게 아빠탓이고 앞으로 아빠가 무슨선택을 하던

아무것도 바뀌는건 없을거에요 이젠 너무 늦어버렸어요

아빠는 축 늘어진채로 돌아갔고

나는 그게 아빠와의 마지막 대화일줄은 꿈에도 알지못했다

 

의사선생님은 아빠가  밥을 먹지않아 쇠약해진 상태로 

쓰러진것같다고 소견했다. 다만 사망원인에는 아사를 쓸수없으니

돌아가시기 한달전에 수술한 장천공을 사인으로 써주셨다

나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수술한걸 알고도 병문안을 가지않았다

거북하고 불편하고 또 변명을 듣기 싫었다

세상탓이고 빨갱이탓이고 대통령탓이라는 헛소리도 듣기 싫었다.

동시에 어느정도 쌤통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와 입이 솜으로 가득차있는 아버지의 얼굴을보며

내가 달리말했다면 이렇게 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이라도 벌어 왜 우리곁에 있지 않으신거에요? 힘들지만 화목했을거에요

아빠 그래도 응원할게요 항상 우리를 생각하며 힘내세요

아빠 엄마랑 있었던 사건은 오해일 뿐이에요

아빠 그래도 도망치지말고 자식들과 최대한 연락 많이하려고 하셔야죠

이런 말들 대신 아빠가 들었던 나의 마지막말은

모든게 아빠탓이야 였다

 

아빠의 핸드폰에는 그 누구의 연락처도 없었다

그의 친구들중 그 누구도 불러모을 수 없었기에

고모부는 나에게 나지막히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보내드리는것도 방법이라고 하셨다

장례식없이는 350만원 장례식 있는건 700만원

내가 죽어도 해야겠다고 고집부린것은 이렇게라도 안하면

아빠가 350만원도 안되는 사람이 되는것 같았기 때문이었을것이다

그리고 바보같은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싶은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종교를 믿지 않았던 나는 기도를 했다.

전해지지 못한 말들이 전해지도록 기도하고 빌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여정이 끝났다

아빠 고생했어요! 사랑해요!

 

 

 

 

 

 

 

 

 

작품 등록일 : 2024-01-15
돈줬다 빨리 잊고 재밌게 지내
sh***   
고생했어. 여러가지 생각이 나도 둥둥나네.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길.
베지밀그린   
애썼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허니듀듀   
에휴.
뿌카츄   
먹먹하네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전하지 못한 마음 다 느끼고 계실거야
ya****   
좋은 곳 가셨을 거임.
언니도 고생했어.
앞으로 좋은 일이 더 많이 있을거야
과메기   
아버님 좋은 곳에 가시기를.
쓰니도 최선을 다했다.
rh****   
마지막 말 분명이 들으셨을꺼야!
할만큼 했으니 훌훌 털어버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또 새롭게 살아가면됨
CS******   
애썼다
누구라도 그랬을거야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엔 웃는 날이 가득하길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한다 토닥토닥
ji*******   
실화야?
mo****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식 치루느라 언니도 고생 많았어
냠냠댄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추   
조금씩이라도 벌어 우리곁에...
나도 이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왜 쓰니같이 멋진 딸을 둔 아버지가 이걸 모르셨을까...
mo****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green   
고생했어. 쓰니 행복하게 살어
아빠도 그걸 좋아하실 거야
생갈치1호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야. 고인의 명복을 빌어
착한 사람이라 사업이 안 됐을거고,아빠 닮아 쓰니도 착한 거고
장례식 잘 했어, 영혼은 있어
알퍄고   
나도 울었다.. 좋은 곳 가셨기를..이드도 힘내
cu******   
조금씩이라도 벌어 우리 곁에…
가심이 아프다
이 글을 보고 귀한 걸 얻었어…
은빛   
딸이 최고네 ㅠ (아..아들인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m   
그래도 딸이 최고구만
by****   
저정도면 좋은 아빠네
no********   
좋은 곳 가셨길 바랍니다
하딛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e*****   
똥싸다가 읽고 광광울었다 돈드리고 감
ci********   
❤️
슬리피캣   
참 착하다 장례식까지 치뤄주고. 착하단 소리 욕이야.
실화 아닐것 같애. 내가 비슷한 상황이었거든. 버리고 나아가야 살 길을 찾는다.
th*****   
마지막 문단이 마음에 든다
작가님의 여정도 응원합니다
an****   
이거 실화입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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