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살기

 

 

 

 

 

말레이시아는 자원 부국이다. 지난 연말에 수도인 쿠알라룸푸르까지 차를 타고 이동한 적이 있는데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양 옆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야자나무가 심어져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런 대평원이 꽤 오랫동안 펼쳐지는 걸 보고 과연 팜유의 나라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과자나 라면 등 밀가루로 만든 식품에는 약간 과장해서 90% 이상이 말레이시아산 팜유가 들어 있는 것도 여기 살게 되면서 안 사실이다. 팜유가 넘쳐나서인지 말레이시아 자체 생산 과자나 초콜렛 등은 맛도 괜찮지만 가격도 저렴하다. 

 




 

산유국이라 기름값이 싸다. 리터당 2.05링깃이다. (참고로 품질 꽤 괜찮은 미네랄워터 1.25리터가 마트에서 2.4링깃. 물보다 싸다! ) 1링깃은 현재 환율로 280원 정도인데 간단히 계산하기엔 300원을 곱해서 계산한다. 즉 기름값이 리터당 600원도 안되는 것이다. 5인승 SUV에 풀로 가득 채우면 72링깃 정도로 한국돈 2만원 남짓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여기서 걸어다니는 사람은 여행객이거나 거지(!)라고. 그만큼 날씨도 덥고 걸어다닐 수 있는 인도의 여건도 좋지 않아서 현지인은 길거리를 잘 걸어다니지 않는다. 게다가 기름값이 싸니까 장기거주 할거라면 왠만하면 자차를 굴리는게 훨씬 낫다. 





 

다민족 국가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기타등등의 다민족으로 인구가 이뤄져 있어서 모든 인종과 종교에 맞춘 명절, 축제 때문에 퍼블릭 홀리데이가 많다. 대표적으로 (음력에 따라 시기가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대략 1월의 힌두교 축제 타이푸삼, 2월의 차이니즈뉴이어, 올해는 3월 12일부터 말레이계의 라마단, 그리고 4월 10일 그 끝을 알리는 하리라야푸아사, 10월 11월 경의 인도계 말레이시안의 대축제 디파발리. 그리고 서양 명절인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까지 생각외로 아주 아주 진심이라서 상점이나 몰의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계절 변화를 알 수 있고, 일년내내 축제가 연이어 진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이 명절에 따라 쇼핑몰 등에서도 할인도 많이 하니 그에 맞춰 여행오면 좋다. 

개인적으론 막대한 부를 축적한 화교들의 최대명절인 CNY의 몇 주에 걸친 매일 밤의 불꽃놀이가 모든 축제를 ‘다른’ 의미로 압도하는 것 같다. (잠을 못잠ㅋㅋ) 









 

국교는 이슬람교다. 매일 특정 시간이 되면 스피커로 기도 소리가 온 거리에 크게 울려 퍼진다. 아저씨가 부르는 타령같기도 하고 구성진 트로트 같기도 하고 하여간 처음 들었을때도 지금도 내귀엔 불쾌하게 들리진 않는다.  

만고불변 부동산 입지론이 여기서도 적용되는데 상대적으로 집세가 저렴한 동네일수록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이는 호텔도 마찬가지여서 여행을 온다면 너무 저렴한 가격이거나 맵에서 미리 보고 모스크가 가까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정확한 시간을 종잡을 수 없지만 하루 4번(오전, 오후, 늦은 오후, 저녁)의 텀으로 울려 퍼진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은 강제가 아니다. 신앙심의 발현이다.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이 더운 날씨에 히잡에 긴팔 긴바지에.. 억압받는 여성의 삶. ㅠ 잘 몰라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말레이시아의 여성들은 히잡만 쓰고 있을 뿐 남자들에게 큰소리도 치고 살고 남자들도 아내에게 잡혀 살기도 한다. 히잡을 쓰는건 그저 고유한 전통을 지키는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우연히 식당에서 본 노부부의 모습이다. 할머니가 먼저 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를 턱짓만으로 냉큼 일으켜서 자신이 원하는 안쪽 자리에 앉고 할아버지를 바깥쪽 자리로 치웠다. 고분고분한 할아버지의 모습에 웃음도 나오고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자들의 육아 참여도 또한 높고 이곳 남자들은 정말 가부장의 끝판왕일 거라 생각한 나의 생각이 여기서 마주치는 젊은 커플이나 가족들을 보며 달라졌다. 

 당연히 여성들이 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며 할거 다하고 자유롭게 산다. 결혼은 한국 대비 아주 일찍하는 편이긴 하다. 그리고 평균 자식을 최소 3명은 낳는 것 같다. 이는 어떤 종교든 독실한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긴 하지만. 

 




 

무슬림에 대해 잘 몰라서 실수를 저지른 적도 있다. 가령 마트에서 돼지고기나 돼지고기로 만든 제품은 술과 함께 특정 구역에 논할랄 코너로 따로 섹션을 나누어 그곳 안에서 파는데 계산도 완료 후 가지고 나와야 한다. (이 나라 특성상 반드시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켜주면 좋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다른 식재료와 같이 무슬림 캐셔 앞에 놓았더니 돼지고기에 손을 대지 않고 바코드만 멀찍이서 찍겠다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뭔가 실수했다 생각하고 황급히 들어서 바코드를 찍게 하고 직접 봉투에 넣었다. 그전에는 중국계 캐셔에게서만 계산을 했던터라 몰랐던 사실이었다. 

또 지인 가족을 초대했는데 한국 음식 좋아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논할랄 한국 과자를 내어놓기도 했다. 어쩐지 아이들이 처음 먹어보는 이국, 그리고 할랄이 아닌 속세의 맛에 가루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모르고 먹은건 괜찮다곤 했지만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저지른 실수라 이 나라에서 살려면 어느정도 나도 다문화 다민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한국인들이 살기 괜찮은 곳은 말레이시아 차이니즈가 많이 사는 지역이다. 치안도 좋고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더 갖춰져 있다. 이들 말차는 교육 수준도 높고 영어도 잘 구사하며 매너가 있고 배려심도 많다.  그래서 한국인들도 큰 불편함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살 수 있다.  이런 동네는 논할랄 식당도 도처에 널려있고 식재료를 구하기도 쉽다. 

 

자원 풍부하고 땅 넓고 성장 인구 넉넉하고, 날씨가 덥긴 하지만 일년내내 기온 변화없이 안정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이 여유롭고  온순한 나라라는 것이 이곳에 대한 내 감상이다.  

 

















 

  <간략히 써보는 한국과 다른 특이점> 

도로 체계가 심플하다. 그래서 운전이 익숙해지면 한국보다 운전하기 편하다 느껴진다. 

한국에선 욕먹을 운전을 모든 운전자가 하고 있어서 운전을 더럽게 해도 서로가 그러려니 하며 화도 잘 안낸다. ㅋ 이런 나라에서 뻑큐를 몇 번이나 얻어 먹은 당시 나의 운전실력이란…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욕 쳐먹을만 했다; 

식당에서 1인 1메뉴 강요 하지 않고, 인원수가 적어도 그냥 내가 앉고 싶은 넓은 자리에 앉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 

서비스업 직원들이 손님 없으면 당당히 누가 보던 말던 핸드폰을 보고 있다. 

QR의 나라며 터치앤고라는 결제 수단이 아주 유용하다. 재래시장에서도 사용 가능해서 정말 편리함. 

구글맵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건 우리나라 제외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긴 함) 

각박하지 않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순하다. 

남을 등쳐먹으려는 기색이 없다. 지금까지 다행히 운이 좋아서 이렇게 느끼는건지 모르겠지만 경계하고 살던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진다. (지금 사는 곳이 시골에 가까워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일본차에 대한 인식이 좋고 많이들 탄다. (외제차 중에선 세금이 낮아서ㅋ) 

쓰레기 분리수거, 종량제봉투 이딴거 안쓴다 

그냥 냅다 한번에 버려도 됨 한국에서 열심히 분리수거 하다 온 가닥이 있어서 첨엔 죄책감 좀 들었는데 이제는 너무너무 편하고 노답이란 생각 들면서도 걍 익숙해짐.. 

인건비 진짜 싸다. 로컬 지인이 여기 살다보면 니가 시간들여서 할 잡일을 남한테 돈내고 맡기고 그시간에 니가 돈 버는게 훨씬 남는거란 말을 했는데 살면서 더 느낌. 예를 들어 세차도 손세차에 실내까지 싹 깨끗하게 해주는게 17링깃. 한국돈 5,000원도 안됨. 


 























 

오기전에는 어떻게 살까 두렵기만 하고 걱정도 했는데 직접 살아보니 꽤 괜찮은 나라다. 다양한 인종들이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 나라라 서로가 배려하고 조심하면서 왠만한 일은 그냥 넘어간다.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물론 어느 정도는 내려놓고 살아야 할 것도 많다. 위생이나 당일배송, 관공서의 스피드, 잘 정돈된 아름다운 것들은 없지만 한국의 각박함과 번잡함을 여기선 잠시 잊고 살 수 있다.

 

나의 말레이시아는 이렇지 않아! 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 의견 충분히 존중하고요..

 

큰 틀에서 어떤 나라인지 느낀 점을 써보았는데 앞으론 이방인으로서 여기서 살아가며 직접 겪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필요할 지도 모를 소소한 팁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작품 등록일 : 2024-03-14
최종 수정일 : 2024-04-10
좋은글 재밌게 봤습니다
젤리냠   
오옹.. 잘 봤슴미더
Hoi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유익하고 재밌어요
여우만만   
오오 동남아 간지 조타
mo****   
사진개좋앙
밍밍   
재밋져
Asher...   
굿
카누   
재밌게 읽었습니다
gl***   
맞아 말레이시아 애들 느긋하고 착하더라

싱가폴 싸가지들이랑은 달랐음
모자 쓴 ...   
글도 차분하고 말레이시아 느낌입니다.
너를 많이...   
말레이시아 친구가 거기서 살다와서 들은 이야기들도 재밌었는데 ㅎㅎ 계속 글 써줭
상파뉴의 ...   
재밌읍니다
조야   
사진과 함께보니 더더욱 재밌다!! ㅋㅋㅋ턱짓할매가 인상깊네
시리즈로 연재해주세요 넘재밌게 잘봤습니다
꿀주먹   
참고로 말레이지아가 싱가폴 제외 동남아 제일 잘 사는 국가임. 유일하게 국민소득 1만 달라 넘는 나라. 태국이 7천달라길래 태국이 제일 부자 나라인 줄.

다음엔 관광지와 음식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관리자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