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으로 고통받는 유부녀의 수기 2

1년이 지났다. 

 

불륜 드라마 같은 진전은 없다. 오고 가는 욕망 속에 허벅지를 찌르며 수절을 한 건 아니다. 그와 나 사이엔 애초에 오고 갈 게 없다. 완벽한 일방통행. 아무도 모르는. 애기 엄마도 아닌 애어멈이란 말이 어울리는 나의 낯짝과 돌격대장과 선머슴 사이를 오가는, 도무지 수줍음과 청초함이라고는 모르는 나의 호방한 태도가 이루어낸 성과. 다행이지.

 

유효기간 3개월. 이전에도 때로 친해지고 싶은 이성은 생겼다. 재미있다고 하는 책들을 따라 읽고, 좋았다고 하는 음악을 따라 듣고, 밤새 봤다고 하는 미드를 따라 보고. 그런 밤들도 3개월이면 묽어졌다. 3개월이 4번 지났다. 나는 여전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살며시 친구와의 카톡에 끼워넣는다. 

 

자주 술을 마셨다. 다른 사람 하나를 더 끼워서. 그런 때도 끈적함은 없다. 팀장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다. 그의 생각이 웃기다. 친해진걸까. 부쩍 알려주는 그의 옛날이 소소하게 기쁘다. 

 

워크샵을 다녀왔다. 

 

버스에서 같이 앉는다거나 식사 자리를 같이 앉는다거나 하는 일들은 없다. 산책 코스의 어느 끝에서 그를 마주친다. 그도 혼자다. 자연스럽게 함께 걷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동료들을 보며 농담 따먹기를 한다. 누군가 다같이 사진 찍자고 한다. 찍는다. 모두가 흩어지고 또 둘이서만 걷는다. 낙오 인원이 있을까 돌아보고 오는 나를, 그는 더 느릿한 걸음으로 기다린다. 다시 둘이다. 버스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누군가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 속에 우리는 뭔가 되게 웃겼나보다. 그렇게 웃고 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팀장님 자리는 멀다. 카톡이 온다. 말해? 워크샵 끝나고 회식하자는 말을 모두에게 할지 말지 이야기다. 당연히 고다. 그렇게 몇번 우리는 회식을 만들었다. 0과장 보내자. 어른들 분위기 띄우자. 0주임 닥치게 하자. 딱 몇초간의 눈빛 교환. 옆자리가 아니어도 신호를 주고 받는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우리가 만든 깨끗하고 건강한 회식자리가 몇번인지.

 

어느 회식 자리, 옆팀 팀장에게 말같지 않은 소리를 들었던 날. 술도 오르고, 피곤도 해서 혼자 나와 앉았다. 눈물이 툭 떨어지는데 그가 지나갔다. 옆에 앉는다. 왜 그래? 난 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 듣지마. 그 큰 눈이 나를 본다. 그럼 난 정말 잘하는 사람 같다. 그렇게 나는 또 3시까지 달린다. 

 

퇴근한다고 나온 팀장님이 탕비실에서 나를 마주치는 날이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1시간이 훌쩍이다. 아이 00팀장, 아까 퇴근한다더니 여태 있어? 지나가던 상무님이 핀잔을 준다. 둘다 말이 많아서일까. 사라진 시간 때문에 곤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술 뿐이다. 당당하게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둘이 만나기는 어색한 사이라 언제나 셋이. 지난 주 술자리에선 한명이 먼저 빠졌다. 이제 가야죠? 내가 물으니 그가 말했다. 둘이 마시자. 집에 오니 또 새벽 세시. 난 도대체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회사 안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각별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많이 슬플 것 같다. 

 

 

 

 

 

 

 

 

 

 

작품 등록일 : 2024-05-25
최종 수정일 : 2024-05-25
세상에 왜 지금 봤지
ti*********   
쌍방아니뇨
Oo123   
팀장 알고있는듯
여기서언니가선넘으면 갈때까지갈듯.
리진   
아 언니ㅜㅜ
그 팀장은 유부에요? 아님 총각?
암튼 오늘글도 잘읽었어요
나였으면 어땠을까 싶네ㅎ
난 그냥 고~했을거같어ㅋㅋ
no********   
그세끼도 멋있는척하는거야
너가좋아하니까!
cola   
팀장님도 알 듯ㅋ
ou*******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는 이드가 위너다 네가 부럽다
ap********   
꿀잼ㅋㅋㅋ
ye********   
재밌다. 근데 실화야?ㅋㅋㅋ
지하철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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