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으로 경포호수가 보이자 강릉에 왔음을 실감했다.

오전 11시 30분에 출발했는데, 오후 5시에 도착함. 너무 무계획으로 간거여서 만나기로 했던 강릉시민 조금 빡친듯했지만, 막상 만나니까 다 풀렸는지 서로 반가워했다. 루이식당이 5시 10분 오픈이라 경포 해변을 잠깐 걸었다.
이드 추천 루이식당. 튀김이 바삭해서 맛있었다. 역시 이드추천은 중~상타치 이상 보장해서 조음.
식당 옆으로 바다가 보이는 게 신기해서 찰칵
일행이 안드로이드면 사진을 찍고 찍은 화면에서 홈버튼을 꾹 누르면 식물 검색이 바로 된댔는데 내껀 안됐다. 여튼 신기하게 생긴 식물. 열매가 뭘까 궁금했다.
혼자가 아니라는게 신기해서 찰칵. 일행과 함께한 여행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꽤 한적했던 6월 초의 해변가
저 멀리 보이는 가옥이 유럽 느낌 난다고 일행이 말해서 찰칵. 큰 관심은 없었지만 찍어두길 잘했다. 이 다리 주변에 동전 던져서 넣는 곳 있음.
강문해변. 안내판에 그려진 저 밥은 뭘 상징하는걸까?
노을이 예쁘다고 했더니 여긴 동해라서 노을은 저기 경포호쪽에 진다며 일행이 타박했다. 꼭 자기가 다 아는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행..

머슬비치. 저 타이어로 떨어지면 쪽팔려서 난감할 것 같다고 말하며 혼자 웃던 일행. 정작 본인은 밤늦게 아무도 없을 때 와야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안했음.
무튼 한 10분 동안 서서 도전을 구경했는데 딱 한 명 왕복하는거 성공하는거 봤따. 직접 보면 절로 박수치게 됨. 슬리퍼 신고 웃으면서 아주 여유롭게 성공하던 어느 청년. 마지막엔 서비스로 억 소리 한 번 내줌. 별로 안힘들어 보였던 게 킬포. 
예쁜 수영복 입고 물놀이 하는 여성들이 건강해보여서 좋았다. 역시 매력은 자의식없이 스스로 즐길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구나.

제주도 온 줄 알았다. 일행도 강릉이 제주도 같다면서 좋아했다. 

제주도처럼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는데, 파도는 많이 안치는게 신기했다.
역시 동해는 겨울바다 파도보는게 제맛이지..
솔숲길을 걸었다. 일행이 내심 신발벗고 맨발로 걷기를 기대하는듯 했으나, 번거로운게 딱 질색인 나로서는 발 씻는 곳 있다고까지 들었지만 조금도 맘이 동하질 않았다. 정작 그렇게 말한 일행은 지혼자 크록스 신고 있어서 맘편히 맨발걷기 했음. ㅋ 슬리퍼 가져오라고 미리 알려라도 주던가~~~

나뭇잎 사이로 빼꼼 보이는 하늘을 보는 게 너무 좋다.
해지는 게 예뻤음. 나무 사이로 햇빛을 보면 뭔가 위안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

지금 보니 정말 노을은 경포호수에 있었구나. 일행과 헤어지고 혼자 구경하는 척 잠깐 사진 찍고,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일행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끝까지 보고서 곧장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숙소에서 혼자 회시켜먹고 강릉소주 먹어보고(편의점에서 파는 25도 증류주였는데 맛없어서 한잔만 먹고 다 세면대에 버림.) extra 레몬사와 9% 마시고 살짝 헤롱한 채로 혼자 밤 바다를 구경했다. 다시 혼자가 된 게 실감나서 또 찰칵. 다른 사람들은 다들 미친듯이 불꽃놀이하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와서 작은 캔 더 마시고 즉석 해장으로 컵라면 먹으면서 취해 있는데, 그제 밤 친한 여동생에게 마지막 선물로 보내준 글이 이렇게 프린트되어 동생 방에 걸려있었다. 내가 가진 걸 귀하게 보아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고 복이다. 
네가 나의 영감이었다.
다음날 아침 11시까지 딱 맞춰 체크아웃하고 한다솥 강릉점에서 고등어 한상을 시켜먹었다. 가격은 15,000원인데 정말 혜자다. 연근조림도 맛있었고 솥밥이 너무 맛있길래 어디 쌀 쓰시냐고 물어볼 뻔 했다. 여주쌀 이천쌀 뺨치는 맛이었다. (과장 있음) 집 가는 길에 진짜 여주에 가서 한정식 먹으려 했으나 3시간 넘게 운전하는 게 너무 빡세서 포기하고 스트레이트로 달려서 집에 왔다.

솥밥이랑 생선 구이 두둑히 먹고 나와서 본 풍경인데 일본 같아서 좋았다. 비행기값, 공항 오가는 시간 아낀 느낌?ㅎ
이번 여행의 또다른 목적. '명경지수'
나는 꼭 어떤 지역을 여행하면 북카페를 검색해서 간다. 이렇게 혼자 글쓰는 공간이 있으면 무조건 예약해서라도 간다.
오후 12시 30분에 예약을 했고, 이 문을 열었을 때..
오래 전 좋아했던 유튜브 채널 주인공들이 있었다. 이름도 까먹었었지만 방명록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현우님과 수수님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셨다. 이런 우연이 다 있나..

떨리는 맘을 가다듬으며 자리를 구경했다. 내가 예약한 시간대에 나 혼자밖에 없었다. 2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내고(이건 선택이다) 오롯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필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
중간에 예약하지 않은 몇몇이 수군거리며 공간을 둘러보았지만 공간지기 현우님이 지금은 사용하시는 분이 계시다고 잘 말씀해주셨다. 공간의 원래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가끙 에어비앤비 공간 사용 설명서를 읽다보면 너무 많은 규칙에 압도되어 혼미해질 때가 있는데, 명경지수 사용 설명서는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신기했다. 정말 자신들이 뭘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는지가 분명해서 좋았다. 사려깊은 단어 선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 상대방이 이를 배려로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차분히 읽어내려가는 시간이 오히려 힐링이었고 그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많은 글자들이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웠다.

저 작은 숨, 감각, 감정 욕구 사전은 6,000원.
그동안 언어를 너무 뭉뚱그려서 사용해왔다는 게 부끄러워서 사왔다. 자기 기만과 게으름을 반성해

문득 올려다보면 이런 풍경이 있다.
그래서 나른하게 고개를 세우고, 한 손으로 책을 가볍게 들고 집중하기 좋았다.
시선 한쪽엔 언제든 눈을 쉬게 해줄 푸른 수목과 하늘색 하늘이 있었으니까.
스마트폰 보관함도, 책상과 의자도, 심지어 발받침대와 가죽 실내화까지. 뭐 하나 그냥 준비된 게 없었다. 새삼 '단순한 진심'의 '단순함','진심' 이 두 단어의 의미를 몸으로 헤아릴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어 좋다. 도대체 나는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건지. 그러지 않기 위해 기행문을 처음 남겨 보는 거지만.

정말 날씨가 좋았다. 우연히 찍힌 저 커플에게 이 사진을 주고 싶었다. ㅎ
하늘까지 완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보다 예쁜 구름이 있는 하늘이 더 예쁘다.
예쁜 골목.







오르 그로브. 뭔가 인상적이어서 인스타 설명을 보니 이렇게 나와있다.
숲의 이야기, 창작자들…
무한한 잠재력으로 우리들만의 작은숲을 만들어갑니다.
어쨌든 포장을 해주셨는데 끈이 너무 예뻐서 너무 신나버렸고 곧장 사진을 찍었다.
집에 와서 사온 엽서들을 벽에 붙이기 위해 포장을 뜯어보았더니
엽서 하나가 더 들어있었다. 이 공간의 대표 엽서인듯, 모든 손님들에게 그냥 하나씩 끼워준거겠지만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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