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인류 최후의 날

인간 세상은 사실 아무런 계획 없이 절대적인 우주의 누군가가 생각없이 지 좆대로 만든 것이었는데 까먹어서 엄청 긴 세월동안 잊고 있었다가 다시 놀이를 시작했다. 

 

우선 그는(그or그녀. 자웅동체임. 성평등 지향.)자연재해를 일으키기 위해 바다에 회오리를 여러개 만들었다. 

 

 

그냥 꼴리는대로 간격을 두고 뿅뿅뿅 만들었더니 인간들은 난리가 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자기들끼리 해석하고 또 소설을 썼다. 토네이도를 일으켰는데 이제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바다 위로 돌고래들을 존나 많이 띄웠다. 

 

 

 

고래는 너무 커서 징그럽기에 귀여운 돌고래들을 띄운 것이다. 사람들은 또 난리가 났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리고 돌고래도 너무 여러마리가 동시에 바다 밖으로 번갈아가며 대가리를 내밀고 있으니까 징그러웠다. 

 

 

과거부터 틀어지게 해서 인간들의 역사를 크게 바꾸기 위해 지구의 과거로 이동했다. 

원래는 헤어졌어야 할 아주 높은 신분의 연인 두명을 맺어지게 했다. 그런데 미래에 아무 일도 없길래 화풀이로 그들을 더욱 잔혹하게 죽이고 엉망으로 만들었다. 

 

여자는 먼 곳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 말을 타고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목이 180도 꺾여서 죽게했고 남자네 집도 멸족당하게 했다. 

그래도 당연히 미래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지구의 마지막 날인데 최소한의 "최후의 심판"쯤은 구색을 갖추고 싶어서 집행자로 선녀들(동서양 미인이 다 있음),신화 속에 나올 법한 짐승 모양의 신들, 천사들을 예전에 만들어놓은 게임카드에서 랜덤으로 배치했다. 

걔네들은 가지고 있는 스토리도 다 제각각인데 자기들끼리 관계의 접점이 만들어지게 또 랜덤으로 섞었다. 이러면 일을 하며 또 새로운 재밌는 스토리까지 만드니까 구경만 하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 심판을 시작되게 할지 생각하다 그냥 지상의 인간들 전체를 전부 영화관에 앉혔다. 

여기서 내가 만든 심판 과정을 지켜보게 하고 느끼는 양심의 가책과 동정심의 유,무에 따라 천국이나 지옥, 환생 세가지 중에서 확률만 바뀐 추첨으로 보내려고 했다.

(착한 인간일수록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갈 확률이 높아짐. 100%의 확률이 나올 정도로 완전무결한 인간은 평생을 장애인 취급 혹은 위대한 성인 취급 받으며 살 터인데 다행히 그 많은 인간들중에도 없었다.) 

 

 

 

나는 즉석에서 제작을 함과 동시에 영화 상영을 시작했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미남,미녀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그건 그냥 보기좋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에는 아이돌 연습생이나 이미 연예인인 사람이 많았다. 

여자팀을 먼저 했는데 얼마나 성실히 정직하게 살았느냐에 따라 한명씩 심판을 받게했다. 

순서는 지상의 인간들이 외모가 꼴리는대로 인기투표로 정했다. 남자팀은 이 과정을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심판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 다들 덜덜 떨기만하고 치열하지가 못해서 시간을 조작해서 남자팀 순서가 빨리 오게했다. 남자팀도 비슷한 과정으로 해놓고 구경했다. 

 

고등학생 간지대회에 출연 중인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000군과 프로듀스 101 2에 출연한 걸 계기로 데뷔한 안형섭, 사기캐로 유명한 잘생긴 연예인 차은우도 그중에 섞여있었다. 심판이 시작되고 다들 자기 자리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의견을 교환했다.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애들은 대충 스킵하다보니 남은 애들은 3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중에 위에 말한 3명이 있어서 재밌을 거 같았다. 형섭이의 차례였다. 자기는 일생동안 꿈을 이뤄서 아이돌로 살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99%확률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몰래 조작한 다음 그의 순서를 끝냈다. 

 

 

 

차은우는 남의 순서를 보면서도 긴장한거처럼 보이지 않았고 딴 생각만 하고 있는 거처럼 보이길래 그의 현재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은우는 사실 고등학교 때 사귀고 헤어지고 반복하던 일반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데뷔 후 애매한 사이로 지내다가 최근에 다시 불이 붙어 사귀기로 한 상태였는데 여자친구랑 정말 어렵게 펜션을 잡아서 둘이 놀러가기로 했는데 여기에 붙잡혀왔다. 

 

은우 여자친구는 예쁘긴 했으나 연예인급은 아니어서 여자팀 순서에는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은우는 더욱 애가 탔다. 아마 다른 데서 심판을 받고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관에서 은우 보고있음.)

 

 

자기 순서가 곧 오는데 답답하고 여자친구 생각만 났다. 

 

그런데 그들을 감시하는 선녀 중의 한명은 얼빠라서 은우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따로 빼내서 여자친구와 펜션에서 마지막으로 운우지정을 나눌 수 있도록 잠시 보내줬다. 너무 늦으면 안된다고 당부하고. 

 

 

은우 여자친구는 예상대로 멘붕이 되어 은우에게 울고불고 매달렸다. 

이제 완전히 이별한단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지금이라도 우리 둘이서 자살해서 우리끼리 삶을 끝내는 건 안되냐고 했다. 

은우는 고통이 겁나기도 했지만 자살을 해도 어차피 고통만 느낄 뿐 다시 심판 장소로 영혼이 소환된다는 걸 지나가면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둘은 별 쓸데없는 얘기만 하면서 울면서 껴안고 있다가 시간이 촉박해져서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운 나쁘게도 은우는 본인의 차례가 시작되고나서 도착해서 지상에 내려갔다온 걸 들키고 말았다.

분위기가 매우 싸해졌고 재판하는 신들의 표정이 썩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잘생겼기에 형섭이처럼 말만 잘하면 동정심을 사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너무 긴장하고 겁먹은 나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신들은 최후변론을 하라고 하고 가슴 속에 있는 십자가를 꺼내라고 했다. 

 

 

십자가란 모든 영혼이 갖고있는 것인데 그들이 살면서 종교나 신의 뜻을 생각하며 경건하게 선하게 살려고 노력한 세월들의 총합이 그 나무로 된 십자가 안에 들어있었다. 

 

그것이 튼튼할수록 잘 산 것이고 쉽게 부서질수록 신들 기준에서 병신같이 산 것이었다. 그런데 은우는 십자가가 없었다. 

 

아까 여친과의 만남에서 여친이 울면서 난리를 칠 때 은우의 십자가를 꺼내서 이딴 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면서 홧김에 부서버렸기 때문이다.(은우는 대접만 받고 살고 별로 스스로 경건하게 산 적은 없었기에 십자가는 여친의 힘으로도 부서질 수 있을 정도로 약했다.) 

 

은우가 십자가까지 없자 분위기는 더 좆같이 다운됐다. 그는 울면서 최후변론을 했다. 잘생긴 사람이 울면서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고백하고 무서워서 겁에 질려 덜덜 떠는 모습을 보이자 심판하는 모든 신들의 마음이 약해져서 그에게 특별히 지상에서의 영원한 시간을 허락했다.

 

 

 

그는 놀러가기로 했던 펜션 안에서 여자친구의 영혼과 함께 영원히 지속되는 시간 안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 (섹스는 할 수 있는데 새 생명은 잉태할 수 없다. 권태기는 알아서들 극복하라고 하고..)

 

다른 애들도 순서가 거의 다 끝나가는데 갑자기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예인들을 빈자리에 잔뜩 채워놓고 예능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원래 남아있던 애들의 심판은 분량을 줄이거나 편집했다.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자 00이(고딩간지대회)는 화가 나서 최후변론 때 한마디만 던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일반인들 자리는 없고 연예인들이 다 해처먹네요." 

나머지 애들도 자포자기해서 그런 비슷한 감상만 남긴 후 소멸했다. 

작품 등록일 :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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