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

 

나는 감기에 걸렸고

콧물을 주르륵 흘리며 벽을 바라봤다.

반복되는 패턴이 일그러지며 누군가의 얼굴이 되고 

뭉크의 절규에 가까운 형상인데

"각인" 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절규 외에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지만

내 손가락은 그릴 줄 모르고 

손 끝에 거스러미나 뜯으며

초조하게 그림을 아주 잘 그리고 싶다고 계속 되뇌었다.

 

늘 먹던 아이스 바닐라 엑스트라 소이 라떼가 지겨워진다.

너는 우유를 먹으면 배탈이 나잖아?  

입술만 달싹이고 다른 선택은 하지 않는다.

 

옷걸이에 여름옷들이 차갑게 늘어서있다.

양 손으로 두 팔을 감싸며 고개를 처박고는 

어쩐지 그 자세로 있었다. 

 

중년의 여성들이 허전했던 목에 스카프 등을 둘러맸다.

그리고 열심히 열심히 나를 치고 지나간다.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은 그 표정이 너무나 부러웠다.

 

올려다 보면 빛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인데

문질러 놓은 듯 번져있다. 

아무도 그에 대해선 불만이 없는 듯 하다.

 

우에노 모리 미술관 고흐전을 보고 왔다.

고흐 말고도 다른 작가 작품들이 있었다. 

노인들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감탄하고는 돌아서서 잊어버렸다.

 

다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고흐가 살아있는 나무 한그루를 두고 갔는데

청록색으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내 사주가 열매를 맺는 가을 나무라는 말이 떠올랐다.

겨울이 오기전에 제 할일을 해야하지 않겠나.

 

겨울이 온다.

 

 

 

 

 

 

작품 등록일 : 2019-11-07
요즘 글이 더 그림같다고 생각해
개비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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