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게 바보같아서 싫다
왜 입은 그렇게 벌리고
코는 더럽게 벌름거리니
앞니는 누래가지고 
그니까 내 앞에서 웃지마라.

난 우디향을 맡으면 토할 거 같아.
네 향수냄세 역겨워.
뿌리지 말라는 소리야?
뿌리지 말라는 소리 아니지
우리는 아무사이도 아닌데 
내가 뿌리라 마라 하겠냐

왜 그렇게 빤히 봐?
아. 너가 참 못생겨서 
너는 대부분 한남처럼 못생겼어.
아. 대부분 한남은 못생겻어.
네가 더 유난히 못생긴건 아니고 평균 못생김이야.
걱정 마
내 친구들이 나 비위 좋은걸로 일등이래.

영화볼때마다 팝콘을 잘 처먹더라.
다리 떨면서.
나는 누가 뒤에서 발로 나를 차는 줄 알았잖아.
덕분에 영화볼때마다 너 팝콘 처먹는거 구경 잘했어.
네가 다 처먹으면 영화 시작하더라.

앞서 걸어가는 너를 보면서 
이대로 도망치면 어떨까.
어떤 얼굴일까.
너무 궁금했어.
그래서 집에 갔어.
장난이야.
어떤 표정이었는지 다시 보여보라니까
눈썹을 치켜세우고 싫다고
네가 뭔데 싫어
근데 딱 그런 표정일거 같네.

꼭 연인이 되어야 할까.
인생은 혼자 와서 혼자 가잖아.
만나면 즐거운 사이.
오해 마.
나 어장관리는 질색이야
하는것도 당하는 것도 싫다.
체력도 없고 나눠줄 감정도 없어.

카톡은 일주일에 한번
문자는 한달에 한번
전화는 일년에 한번 
이 이상하면 차단할거야.

수박바 내꺼 뜯어주느라 너꺼 수박바 떨어뜨리고
왜 그러고 사니.

한달 동안 멈추지 않는 기침 때문에
힘들었어. 
너가 준 도라지청도 살아볼려고 다 먹긴 했는데
낫지를 않아. 거봐 쓸데없이 사오지 말랬잖아.
차라리 너가 옮아서 나았으면 좋겠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너가 뒈지던지 말던지
기침만 멈추면 좋겠어.

미안하지만 불감증이야.
너가 꼬옥 껴안아줘도 하나도 안 설레.
역겨운 우디향이 안나서 다행이지.
아프지 말라고.
그런 느끼한 말은 나를 더 아프게 해.

다 이해한다고
더 노력하겠다고
너가 하겠다니까 안 말린다만.



그 사람은 죽었다.
불의의 사고로.
슬펐고 하지만 어쩐지 잘 살고 있다.
죽으려고도 살려고도 하지 않으니
지금이 되버린거 같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람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아.
안경이 잘 어울렸고 
첫눈에 나를 보고 긴장하며 시선을 피하는 게
귀여웠다.
매일 매일 그 사람을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다 잊어버렸는데.
그 날만은 늘 새로운 것처럼 선명하다.
앞서 걸어가는 그의 뒷 모습만 봐도 가슴이 설레여 
오래도록 가만히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다 나를 돌아보고 멋쩍은 듯 멈춰 서서 기다렸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 그 옆에 서서 올려다보면
그 사람은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아무말도 안하고 걸었는데.
헤어져야 하는 길목에 금새 다다랐다.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아쉬워야 하는 법이니까
괜찮은 척 산뜻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냥 돌아보고 싶었서.
설마 하고 돌아보니.
그 자리에 멈춰서서 계속 나를 보고 있었다.
또 멋쩍은 듯 하더니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나는 왜 눈도 나쁘면서 안경을 안 썼는지.
도대체 그사람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아무도 몰라.
이상한 후회를 하고 있어.

그래도 걱정마.
나는 그냥 그러고 살아. 
그 날을 기억하며.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웃을때 바보 같았어.
바보 같다고 놀렸던거 같아.
그래서 싫다고 했던거 같고.

다 괜찮다고.
그래. 모든 게 다 괜찮아져.
무튼, 그 바보 같은 웃음은 다른데가서 웃어라. 
작품 등록일 : 2020-01-24
웃기다가 울리네...
당근테러범   
슬프고 담담하다 ㅠㅠ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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