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에 처음 자리잡은 남자는 밤톨군이다.
남자보다는 소년 밤톨군이 어울린다.
그와 나는 같은 9살이었다.
근데 어쩐지 밤톨군은 고학년 오빠같은 느낌. 그는 또래보다 키가 컸고 어른스러웠다.
새학년이 시작되자 학교 앞 문방구는 북적북적했다. 나도 준비물을 사려고 기웃거렸고 그러다 뭘 사야할지 까먹었다...
어쩌지... 하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데 밤톨군이
너는 왜 안 사?
나 뭐 살지 까먹었어..
너 몇반이야?
나 2학년 5반이야..
잠깐만.
하더니
그는 5반인 친구를 찾아서 내가 사야할 준비물을 알려줬다. 밤톨군의 리더쉽과 행동력 9살 테높 알파남! 운명의 종이 귓가에 울렸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큰 밤톨군에게 눈을 뗄수가 없다. 머리카락에 햇빛이 닿으면 연한 갈색을 띄고 조금 곱슬머리였는데 밤톨처럼 머리통에 단정하게 붙어있었다.
눈동자도 연한 갈색. 그렇다고 혼혈느낌은 아니다. 훈남들의 공통점인듯.
밤톨군은 4반.
바로 앞반이라니...! 역시 운명.
나는 4반 친구도 없는데 쉬는 시간마다 4반 뒷문에 서 있었다.
밤톨군은 인싸답게 반장이 되었고
그의 미소는 햇살같으면서도 류시원보다 덜 느끼하고 멋졌다. 소년소녀들이 밤톨군 주위를 애워싸서 한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러다 방과후에 밤톨군네 반에서 영어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음흉하게도 밤톨군에 자리에 앉아보려고 방과후 활동을 신청했다.
신은 우리의 앞날을 알고 있던걸까.
5명 신청했는데 그 중에 밤톨군이 있었다.
꺅.
부끄러워서 인사도 못하고 있는데
밤톨군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인사했다.
너무 먼 존재같던 그도 또래 소년이랑 다를바 없었다.
너는 왜 맨날 양갈래 머리만 해?
삐삐같아.
밤톨군이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당시 삐삐가 뭔지 몰랐다. 엄마가 귀엽다고 일자 앞머리에 양갈래 땋은 머리만 해줬기에.
삐삐가 뭐야?
잠깐만.
밤톨군은 공책에 삐삐를 그려줬다.
넘나리 못생긴 추녀. 그림도 못그림.
나는 울상이 되었고 속이 너무 상했다.
이렇게 못생겼다고?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데.
이..이건 내가 그림을 못그려서 그래.
삐삐는 귀여워!
헙.. 귀엽다굽쇼??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나지.
나는 활짝 웃었다.
내가 귀여워?
응응 귀여워!
이때부터 나는 그 앞에서 귀척이 쩔기 시작했다. 밤톨군이 내가 귀엽데 큭큭.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밤톨군이랑 같이 집에 갔다. 그러다 밤톨군이 라면먹고갈래...가 아닌 놀다갈래? 라고 물었다.
두...둘이서? 개신나...!
순수한 마음으로 밤톨군네 집에 들어간 순간.
남동생 한마리가 뛰쳐 나왔다.
내 인생 첫 브루마블은 밤톨군네서 시작되었다. 밤톨군이랑 나랑 밤동생이랑 셋이서 미친듯이 브루마블을 했다.
나랑 밤동생이랑 종종 다투었고 그럴때마다 9살 신사 밤톨군은 내편을 들어주는 듯 하면서 밤동생도 서운하지 않게 중재했다. 놀이가 끝나면 찬장에 숨겨둔 프랑스과자를 꺼내줬다. 울엄마는 비싼과자를 안사줘서 그 맛이 너무나 달콤했다. 내가 너무 맛있게 먹으니까 밤톨군이 밤동생 몰래 하나 더 주곤 했다. 입술에 손가락 대고 쉿. 하는데 안재욱보다 멋있었다.
몇시간을 전화로 수다떠시던 밤톨군네 엄마가 드디어 수화기를 내려놓고 저녁준비 하시면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항상 밤톨군이 집 앞까지 데려다 줬는데
나는 계단 위를 빠르게 뛰어 올라가 밤톨군이 어디까지 갔는지 내다봤다.
밤톨군은 기다란 팔을 허공에 휘적거리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나도 발딛꿈치를 들고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매일매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건만
어느 날 우리 둘 사이가 들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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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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