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할 수 없는 자)의 고통-
예전에 인스타에 그런 글 올린 적 있다.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다. 그저 똥 만드는 기계일 뿐." 잘난 척 이 글 올리면서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니 자기소개나 다름없어졌다. 인생이 허무하고 덧없다는 건 지금까지 많은 시인들이 찬미(?)해왔지만 나는 지금껏 살면서 최악의 병신 상태를 느끼고 있다. 손가락도 병신이고 대갈쓰도 병신이다. 그나마 지루하지 않은 건 내가 향유할 수 있는 예술적인 것들이 세상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서 내놓은 것들 말이다. 꼭 예술적인 가치가 없더라도 실용적인 것들, 그 수많은 발명품들, 가치들. 나는 한개도 내가 만든 게 없다. 앞으로도 만들 수 없을 거 같다. 그나마 내가 독보적으로 "나"만이 취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고 여기는 건 내가 쓴 일기장 뿐이다. 남편한테 나란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엄마한테 내가 어릴 때 부터 쓴 일기장을 분명 "전부" 보내 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검열해서 자기가 보내고 싶은 것만 보내서 화가 났다. 하여튼 부모는 자기가 보고싶은 자식의 모습만 보는 거 같다. 부족한 것도 한심한 것도 악한 것도 결국은 전부 나인데 말이다. 

손이 병신이 된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헷갈리는 이유를 왜인지 알 거같다. 원래 정상적으로 기능을 할 때도 딱히 만들 수 있는 건 없었지 않나. 비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무기력과 무능력에 대한 핑계도 댈 수 있어서 더 잘 된거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그래도 내가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는 건 일기 뿐이다. "수필"이나 "글"이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일기라고 칭하는 게 더 허접스러워 보이고 마음이 편하다. 

재밌는 것, 예쁜 것들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때 난 진심으로 슬프다. 애석하다. 자살한 연예인들이 그렇고 더이상 글을 쓰거나 작품을 할 수 없는 수많은 죽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건 몇가지 되지 않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나를 못견디게 만들려는 건지 신이 있다면 정말 개새끼이다. 없어서 다행이다. 

다시- 내가 만들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그림, 소설, 영화, 게임, 수없이 많은 수공예품들, 앞으로 발명될 새로운 것들~ 전부 다 내거 아니다. 한개도 없다 한개도. 음악은 목록에 감히 포함시킬 수도 없다. 어떤 사람은 "시인"을 가장 존경한다는데 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일 신기하다. "시"에 대한 환상이나 벽은 마광수 교수의 책 덕분에 와장창 깨져버렸으니 말이다. 교수님이 남기고 간 작품이 얼마나 나같은 루저에게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이렇게 자조적인 글 쓰면서도 이것도 예술이겠지, 남는 거겠지-하고 위안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부 교수님의 공은 아니겠지. 하지만 세상에 저질적인 것을 저질적이라고 변태적이라고 규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알려준 것 만으로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소심해서 교수님처럼 과감하게 글 싸지르진 못하지만 가감없이 글을 싼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해방감을 느꼈다. 

아무리 사람마다 능력치에 차이가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다. 나는 평생 남들이 만들어놓은 거만 즐기고 보고 그래야 해? 아니, 그러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이고 괜찮은 소시민적인 삶이지. 문제는 언제까지 부러워하고 열등감에 시달려야 하냐. 이것이다. 

그래서 나는 끝냈다. 자살했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글로 "자살했다"고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이제야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죽는 이유는 이거다. 배가 처불러서 예술을 할 수 없었던 풍족한 돼지, 여기서 죽다. 사후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며 비웃으며 죽는다. 마광수 교수처럼. 안녕. 당연히 진짜 죽는 건 아니지. 씨발놈들이 소설과 현실을 헷갈려서 교수님을 죽음으로 내몬 것처럼 나는 누구에게도 죽임당하지 않는다. 유명하지 않고 어떠한 권세도 없기에. 나 죽고나면 주변 사람들은 안 불쌍할까. 내 생각엔 아무리 그래도 죽은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 그 고통이 당사자만 할까. 못 이기면 너도 죽던가..  아니면 죽지말고 계속 살던가. 

작품 등록일 : 2020-03-08
창작 못한다는 제목에 헉하고 끌려서 들어왔다가 마교수님 때문에 운다 8ㅅ8
ny******   
교수님.. ㅠㅠ
re*******   
좋다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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