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의 이유 인터뷰

예전에 에세이 준비할 때 병동환자들 인터뷰한 거야

가명이고 허락받음!

 

SAISAI STATION

자해

-연탄의 자해

저는 주사기를 이용해 팔오금정맥에서 채혈하는 방식의 자해를 합니다. 숱한 기절과 악몽 때문에 현실 구분을 하는 게 어려워져 채혈 시의 통증으로 현실 자각을 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스트레스 상황마다 ‘지금 살아있다는 게 현실이 아니라 차라리 꿈이기를. 또는 이미 죽었기를’ 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채혈하며 혈액이 나오지 않길 기대하는 식으로 자해 이유가 변질되었습니다. 질환 특성상, 온몸의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일부러 팔에 멍을 만들기도 합니다. 둔한 감각을 조금이라도 깨우기 위해 항상 통증을 느끼는 거죠. ‘이렇게 불행하게 밖에 못살고 있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스스로에게 벌을 줘야 한다.’ 는 명목 하에 자해를 하기도 하며, 혼자 있는 공간에 있을 때 자유를 만끽하거나 외로움을 잊기 위해 하기도 합니다. 하다 보니 습관성이 된 것 같아요. 윤리적으로는 자해를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말 그대로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는 건데 저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삶의 유지를 위해 스스로 필요하다면, 담당의든 옆집 아저씨든 말릴 수 없어요.

 

-상연의 자해

저는 목 조르기, 그리고 연탄과 같은 채혈 자해를 합니다. 자해를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저도 어릴 때는 손목 안쪽에 자해로 추정되는 흉이 있는 또래들을 보고 기겁했던 것 같은데 제가 이렇게 됐네요. 자해 이유로는 두 가지 정도를 추렸어요. 먼저 ‘환자’라는 방패를 만들기 위해서예요. 외부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우울감이 심해서 자괴감이 들 때 스스로를 해치면서, 나는 ‘이런 환자’니까 못나도 괜찮다고 자위하는 거죠. 그리고 관심을 얻기 위해서예요. 이제는 그만뒀지만, 예전에는 가까운 지인에게 자해 사진을 보내며 관심을 구걸하기도 했어요. 관계에 독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주체하지 못 했으니, 그런 행위도 정신적인 자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남의 시선 때문이에요. 내가 허락한 사람에게만 나의 자해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 흉터가 있으면 누구나 알게 되잖아요. 숨긴다면 숨기겠지만, 남 눈치 보자고 그러고 싶지는 않고. 가장 흉이 적게 남는 방법을 찾은 거죠. 보통 옷걸이를 꼬아서 베란다 행거에 매달면 좋은 올가미가 돼요. 발이 닿는 높이에 두는 게 규칙이에요. 살려고 하는 거지,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개방병동에 입원했을 때는 철사 옷걸이가 없어 블라인드 줄로 목을 맨 적이 있어요. 적당히 하다가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자 정신이 멍해지면서 몸에 힘이 빠지더라고요. 플라스틱 손잡이가 깨져 쓰러지고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정신차렸죠. 간호사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것 봐요, 전 폐쇄병동 갔어야 한다니까요? 후에 담당의에게 말했지만, 교수와 상의하더니 폐쇄로는 옮기지 않더라고요. 또다시 원치 않는 자유를 얻었던 순간입니다.
메디키넷 프리스틱 자나팜 페니드와 펜타민

작품 등록일 : 2020-03-31
글도 잘써
조이   
흥미로운 이야기. 산우님 오랫만이네 잘 지내시는지! 에세이도 기대하겠습니다!
뭏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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