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의 삶 1화 섬집아기1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나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이웃의 수저가 몇 개인지, 밤마다 뒷집의 아줌마가 술 취한 아저씨한테 맞으며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소리까지 들리는 아주 작은 동네였다.

"여보 그만해. 아파." "이년아 니가 안 맞으니까 말을 안 듣지?" "여보. 제발." 

퍽- 퍽-, 쿠당탕탕. 애애애액- (애기 우는 소리)

 

뒷집 아줌마가 맞는 걸 생중계로 들었을 때 나는 "아빠, 저 아저씨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무서워."라고 했고, 

아빠는 "아줌마가 잘못했으니까 맞는 거야. 남의 가족 일에 신경 쓰면 안돼. 얼른 자자." 대답했다. 

나는 무서워서 귀를 막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다. 마치 이불이 그 상황에서 방패가 되어줄 거라고 믿으며.

 

다음날, 작은 바닷가 마을의 수평선에 빨갛게 타는 태양이 뜨면 나는 어제의 비명은 싹 잊고 활기찬 꼬마의 일상을 보냈다.

동네 친구들과 물수제비를 뜨고, 엄마가 삶아주는 고동을 이쑤시개로 파서 초장에 찍어 먹었다.

모래사장의 모래로 "두꺼바, 두꺼바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두꺼비집을 만들어 친구에게 헌 집을 주면 친구가 새 집을 밀어서 주었고 난 받은 집을 허물며 까르르 좋아했다.

그땐 집이라는 게 두꺼비한테 말하면 주는 건 줄 알았다. 

 

 

유치원이 되었을 때 나는 귀엽고 하얀 남자아이를 좋아한 것 같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먼저 맡아두고 그 아이가 오면 장난감을 주었다. 

그 아이가 배시시 웃으면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 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꼬마의 사랑이 얼마나 가겠냐만은 그 남자아이는 내게 큰 관심이 없어보였고, 나도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잊어버렸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동네에 새로운 아이가 이사를 왔다. 그 아이는 큰 주택에 살았고 동네 아줌마는 그 아이의 부모가 부자라고 했다.

내가 살던 집과 걸어서 불과 3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던 그 집, 우리집을 나오면 바로 그 아이의 큰 집이 보였다.

우리집에 그 아이의 부모님이 떡을 돌리러 왔다. 형식적인 말이 오고 가고 나를 보더니, 아줌마가 자기 딸과 또래인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나이를 묻더니 동갑이었다. 아줌마 뒤를 보니 그 아이가 웃으며 "안녕."하고 인사했다. 예뻤다. 도시에서 왔다고 한 것처럼 얼굴이 새하얬다.

문득 내 모습이 부끄러워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고 대답했다.


그 후부터 그 아이는 주말마다 교회 가자고 우리 집 앞으로 찾아왔다. 나는 이상하리만치 부끄러워서 괜히 숨고 없는 척도 해보았지만, 그 아이는 날 발견하고 씩 웃으며 교회로 데려갔다.

교회 목사님의 설교는 잠이 왔지만, 달란트와 그 아이는 좋았다.

교회에 갔다온 그 날은 기분이 들떴고 뒷집도 평화로워서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작품 등록일 : 2020-05-10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문의: idpaper.kr@gmail.com

도움말 페이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이용약관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