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 칼로 찌르기

 

 

언제나 뚱뚱한 사람들을 칼로 찔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배부분이 꽉차게 부풀어오른 사람을. 그 중에도 팔다리가 짧고 똥똥한 사람을 보면 욕구가 터졌다. 저 두터운 살덩어리에 칼을 찔러 넣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쑤욱하고 밀려 들어가는 걸까. 빨려들어가듯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했다. 식칼을 준비해 몰래 바지에 끼웠다. 그리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개울가에 갔다. 산보 중이던 뚱땡이를 찔렀다.

 

열심히 준비했다. 처음 식칼을 쓰는 사람이 하는 실수가 있다고 한다. 사람 살덩이는 의외로 칼이 잘 안 들어간다고. 칼날을 아래로 오게 잡으면 자기 검지손가락이 상처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집에서 나름의 연습을 했다. 칼 손잡이를 쥐고, 왼손바닥으로 아랫부분을 밀어넣으며 

푹— 

찔러 넣는 연습.

 

느낌은 집에서 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어딘지 뻑뻑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푸슉하고 잘 들어가지 않았다. 내 칼이 예리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에서 뚱뚱한 몸뚱이가 경련을 일으키며 팔다리를 휘적이며 나를 노려볼 때, 나는 칼이 예리하지 않은 것인가 생각을 했다. 뚱땡이는 나를 잡아 공격하려고 했다. 도망보다 공격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키 173에 몸무게 54밖에 되지 않는 말라깽이니까. 뚱땡이는 족히 100키로는 되어 보였다. 키는 나랑 비슷하지만 몸무게가 거의 두 배 차이 나니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칼에 찔린 사람은 힘을 온전히 낼 수 없는 법이다. 사람이 칼에 찔리면 그 부분만 아픈 게 아니다. 온 신경이 마비되듯 얼어붙고 찌릿찌릿하다. 내가 찔려봐서 아는 건 아니고, 찾아보니 그렇다. 건달들이야 기합으로 어떻게든 발악하는데 일반인은 불가능하다.

 

이런 정도의 정보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수많은 책이 있고, 인터넷 글이 있고,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인터넷 사이트 하니까 말인데, 일반인이 접근하는 인터넷 정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허나 빙산을 본 사람은 안다. 빙산의 일각도 충분히 크다. 사람이 칼에 찔리는 장면 정도는 흔히 말하는 토르 브라우저 같은 것을 이용하지 않아도 찾을 수 있다. 이보다 더한 것을 볼 수도 있다. 누구나 방구석에서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말이다. 아무리 정부나 정보기관이나 그런 일을 하는, 규제를 하는 단체들이 노력을 해도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지금도 바다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칼에 찔리고 있겠지. 부질 없는 노력인 것 같기도 하다. 대대적으로 소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은 안 보고 싶기 때문에 안 찾고 있을 뿐이다. 보고 싶다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소라넷이 문제가 돼서, 수면 위로 올라와서 사라진 것처럼 문제가 되지 않으면 사라지지도 않을 거다. 또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소라넷이 사라졌다고 소라넷 사람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들은 또 어딘가에서, 더 은밀한 곳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놨다. 이들도 역시 다시 잡히겠지만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 않는다. 아니 그런 개념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개념을 없앨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을 차등대우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모든 인간에게 천부인권이 있다. 그러니 그런 범죄자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그렇다고 그런 범죄자 잡자고 모든 사람을 뒤질 수도 없다. 그렇다고 범죄자들을 얼굴만 보고 분류할 수도 없다. 모 미국 기업이 얼굴만으로 게이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고, 정확도가 98%를 웃돈다고 했다. 이 기술은 많은 공격을 받았다. 굳이 게이를 판별할 필요가 뭐가 있었으며, 그렇게 판별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관상에 범죄자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판별할 수만 있다면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유전자부터 판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 같은 사람을 말이다. 그러나 내가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사람이었던 만큼, 판별한다고 해서 아기들을 죽여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교화라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돈을 들여 교도소를 운영한다.

 

어쨌든 이렇게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하여 내가 뚱땡이를 찌른 것의 변명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선후관계를 분명히 한다. 뚱땡이를 찌르고 싶은 욕구가 우선이었고,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찾아봤다. 그렇다고 그런 정보를 인터넷에 풀어놓은 사람들은 옹호하고자 함도 아니다. 그런 것과 관련 없이 나는 찔렀을 것 같다.

 

다시 상황으로 돌아가겠다. 뚱땡이는 온몸을 떨었고, 나를 노려보며 힘이 빠져갔다. 뒤로 쓰러졌고, 나에게 손짓을 했다.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싸움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내려봤다. 더 찌르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잘 찔러볼 생각이었다. 뚱땡이는 주위를 살피며 소리를 지르려 했다. 본능적으로 목구멍에 칼을 찔렀다. 그리고 다시 배에 찔러 넣었다. 물컹한 감각과 함께 쑤욱하고 들어갔다. 거대한 푸딩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뚱땡이는 피를 토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주마등이 스쳐갔나 보다. 그리고 나는 주변을 살폈다.

 

죽이고 나니 죽인 것에 대한 감흥은 별로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간단했고, 아무것도 없었다. 뚱땡이를 찌른다고 하여 쾌감이 온 것도 아니다. 찌르는 순간에 그 감각을 집중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첫경험의 짜릿함에 한참을 못 미쳤다. 그러고 나니 뒷처리가 떠올랐다. 어떻게 뒷처리를 하지. 이 뚱땡이를 들고 옮기기도 버거웠다. 사람이 몸에 온 힘이 빠지면 몇 배는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왜 뒷처리를 생각하지 못했는가.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나. 실망 가득한 칼부림의 끝에는 실망보다 더 큰 부담이 생겼다. 

 

 

작품 등록일 : 2020-06-08
제목보고 너무 공감하며 들어옴ㅋㅋ
네다씹   
뚱땡이 무슨 죄...ㅋㅜㅋㅋ
고냥이체고   
ㅇㅇ
성능좋은찌...   
재밌군
로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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