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 키운지 8개월차

작년 10월 말 웬일로 오전에 눈이 떠진 나는 집 앞 편의점에 털레털레 걸어갔다 오는 길이었다. 

그 당시 나는 동틀 때 쯤 잠들고 오후 느지막히 일어나는 게으름뱅이의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전에 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편의점이랑 집은 1분 거리. 

금방 돌아오는데 그날은 집 앞에 쓰레기 버리는 곳 근처에 새하얀 야옹이가 보였다. 애매하게 큰 걸로 보였다. 완전 새끼는 아니었다.

 

"야옹아~"

하고 불렀는데 낯도 가리지 않고 다가와서 몸을 비볐다.

이 근처 냥이들은 사람만 보면 보통의 길냥이들이 그러듯이 일정한 거리를 두며 경계하고 도망가기 바쁘거나

정어리 하나 던져주면(횟집도 많고 어촌임)뒤도 안 돌아보고 물고 튀는데 이 녀석은 웬일로 붙임성이 좋은 것이었다.

사랑스러움에 쓰다듬다가 안아 들었는데 그건 좀 선을 넘었다 싶었는지 냥이가 "니양-" 가늘게 울더니 바닥에 내려달라고 버둥거렸다. 

냥이를 내려놓고 우리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문을 여는 순간 뒤를 돌아보니 또 쫓아와서 내 바로 뒤에 와있었다.

 

내가 문을 연 채로 바라보고 서있자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렇게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파트 화단과 여기저기 동네를 돌아다녔는지 마른 풀들이 하얀 털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예상치못한 냥아치 손님의 방문에 물을 대령했다.

냥이는 목말랐는지 허겁지겁 물을 마셨다.

 



밥을 먹이고 싶단 생각에 편의점에 가서 천원짜리 습식 캔을 사왔다.

편의점 점주한테 물어보니 이 근처를 돌아다닌지 한달 정도 된 냥이인데 사람을 잘 따라다녀서 이것저것 잘 얻어먹고 다닌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주인은 없는거 같다고 했지만 스트릿 생활을 한거치곤 발바닥도 깔끔하고 집에 너무나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 의심스러워서 원래 집냥이가 아닐까 싶었다.

 



 

냥이는 소파 위에서도 자고 이불 위에서도 자고 개어놓은 빨래 위에서도 잠을 잤다.

푹신한 곳에 자리만 잡으면 곧바로 선잠이 드는 거 같았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카카오톡에 "냥줍"으로 검색을 했다. 

40명 정도의 인원이 있는 고양이 오픈채팅방이 있었다. 친절한 집사들에게 도움을 받아 포인핸드라는 어플에 사진을 올리고 임시보호 중이라고 공고를 올렸다.

 



자세히 보니 한쪽 뺨에 핑크색 볼터치도 되어있었다.

살살 문지르니 조금씩 지워지긴 했다.

누가 길냥이에게 친히 메이크업을..?

 

냥이가 밥에 정신이 팔려있는동안 털에 붙어있던 풀들은 하나씩 떼줬다.

풀이 떨어지면서 털도 같이 붙어서 떨어졌다. 

한번 쓰다듬을 때마다 털이 우수수하고 손바닥에 붙었다.

...탈모인가?

했는데 냥이는 원래 털이 이렇게 많이 빠지는 동물이라고 한다...

깔끔한 내 남편은 이 털복숭이를 반가워하지 않을 거 같았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예상대로 "야 안돼! 하루만 재우고 밖으로 보내!"라고 했다. 

 



급하게 만들어준 다이소표 리빙박스 화장실.

화장실이 만들어지자마자 들어가서 사용했다. 

개밖에 안 키워본 내가 보기엔 참으로 신묘하고 똑똑한 동물 같았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냥이는 하루종일 껌딱지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보면 볼수록 누가 키우던 녀석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지났다.

포인핸드에 번호랑 지역을 올려놨었는데 곧바로 같은 지역에 사는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11살 짜리 초딩. 주인은 아니지만 본인이 키우고 싶다며.

고양이 돌보는 봉사(?)를 한 적 있고 아깽이 한마리를 키워봤다고 했다.

부모님한테 허락 받았는지 물어봤더니 받았다고 했다.

 

오픈채팅방에 얘기하니 선량한 집사들이 흥분하며 그전에 키우던 아깽이는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들이 시킨대로 "부모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하고 물어보니 "통화는 어려울 거 같아요."라고하고 잼민이는 사라졌다.. 

허락 받았다면서..왜 통화 안되는데 ㅠ...

 



이 녀석을 어찌할까 고뇌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막상 내가 고양이를 갑자기 보낼까봐 걱정된 것이었다.

 

"원래 키우던 주인이 찾아가라고 올려놓은거야. 근데 주인이 안 나타나서.. 얘는 털도 많이 빠지고 털 많이 빠지면 오빠가 잔소리 할거고 좋은 주인 찾을 때까지만 우리가 잘 돌보고..어쩌구저쩌구"

 

남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나 괜찮다니까?? 난 괜찮아!"

 

전날 똥오줌을 잘 가리는 모습이 점수를 딴 거 같았다.

모래를 적당히 파고 실례를 한 후 솜방망이같은 손으로 여러번 덮어서 묻는 모습을 남편은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쟤는 저런걸 안 가르쳐줘도 다 알아서 하나보다..기본(?)은 있네.."라고 하며.

 



"난 괜찮으니까 너가 키우고 싶으면 키워."

라고 남편은 못이기는 척 허락해줬다. 

 

임시보호가 길어지려나.

 

그는 다음날 횟집에서 팔다가 남은 회를 냥이 준다고 싸왔다.

집에 고양이가 있다니까 가게 사람들이 줬다면서.. 

"야, 스스로 집 안으로 들어온 동물은 함부로 내치는게 아니래."

 




...얼마후 냥이는 중성화수술을 했다.

아직 1살도 안됐지만 발정은 계속 올거고 임신할 수 있다며.

암컷인데 첫 발정이 오고 집을 나왔을 확률이 높은데 이미 임신했을 수도 있다고 수의사가 얘기했다.

 

임신을 했다해도 수술은 할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고하자 남편은 "뭐야, 그럼 뱃속에 있는 새끼들 다 죽이라고?"... 잠시 부들거렸다.. 

 

다행히 냥이는 아직 임신하지 않았고 무사히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캣폴이란 것도 사서 조립했다.

고양이는 높은 공간이 필요하대..

 



냥이는 남편의 스킨쉽을 좋아한다.

두꺼운 손으로 안그래도 올라간 냥이 눈꼬리가 정수리까지 올라갈 기세로 얼굴가죽을 쓰다듬는데 저게 좋은가싶고 안쓰럽다;

그런데도 냥이는 남편을 좋아한다.

 




잃어버릴 수 있으니 이름표도 달아주자고 해서 바로 쿠팡에서 주문제작을 했다.





이 녀석은 8개월동안 2.7키로에서 4키로가 되었다.

"고양이 뚱뚱해졌어."라고 놀리면 남편은 "?너나 잘해."라고 한다..

 



최근엔 털갈이 시즌이 되어 털이 감당 안될 정도로 빠지자 휴일에 동물용 바리깡을 사서 털을 밀어줬다.

 

무마취 미용하는 곳 번호를 알려줬는데 왜 직접 밀었냐고 하니까 고양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직접 밀었다고 한다.

 

"봐봐, 안 뚱뚱하잖아. 날씬하다니까?"

 







하튼 그렇게 생각보다 훨씬 사이좋게 공존하게 되었다.

고영희는 정말 알 수 없는 존재다.

 


마무리 어케하냐..

우리 냥이 사진으로 마무리..

 



놀란 냥이..
 

 

 

 

 

작품 등록일 : 2021-06-06
귀여우,,뽀양뽀양하다 ㅠㅠ
마멜   
아유 이뻐라 좋은 집사 만나서 애가 편안한가보다 글 잘 읽었어 돈드림 ❤️
mi*******   
아니 이뿌놐ㅋㅋㅋㅋ
ai*****   
이긍..너무 이뿌다 남편분도 츤데레ㅋㅋㅋㅋ 모두 사랑스럽군요
동물유튜브...   
하얀털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다던데 얘는 포레바 집사를 알아봤나봐 넘 귀여운 간택 후기 잘봤어
초콜릿스프   
너무 예뿌다 ㅠㅠ
크림   
나 괜찮다니까!! ㅋㅋㅋㅋ 냥이야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
ha*****   
❤️
❤️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
th*******   
요정이다
참새   
나 괜찮다니까? 괜차나!!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당ㅎㅎㅎ넘나 사랑스런 가족이네요❤️
mc**   
겁나 귀여워
남편 말하는거 훈훈하다 ㅋㅋㅋ
나무늘버   
사진이랑 글 더 주새요 넘 기여버 ㅜㅜ흑흑
al*********   
글 너무 잘 읽었어 요정이다
as***   
냥이가 천사 집사를 알아보고 제 발로 들어왔네
Le***   
이뿌다 잘키워줘
성능좋은찌...   
남편 츤데레
따뜻한 남자였어 ㅋㅋㅋ
개웃김
먼가 한개씩 늘어나고 있어
푸드덕   
털도 디게 잘 깎았다 ㅎㅎ 두번째 보는중
treasure   
나도 진짜 몇번째 정독하는지.
미묘에 반해 들어왔다가 글에 반해서 나갑니다.
myicesmile   
와 미친미묘.. 너무 미묩니다 근황도 기다릴게요~!
au*******   
너무너무 예쁘네
우시   
너무 이쁘다
사진 자주 올려줘
treasure   
남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oadcf   
냥이 근황이 궁금함미다
도라지   
남푠님 착하당... ㅠ
셋다 귀여버 죽것수
쿄쿄   
아 너무예쁘다 ㅠㅠ 글도 좋구 ㅠㅠㅠㅠㅠㅠ 언니야 고양이랑 행복해라,,,,
joo   
어엉ㅇ 어엉ㅇ ㅠㅠㅠ
좋은남편과 귀여운야옹이.. 다가진여자...
  
이뻐 미찼다
참새   
고양이도 너무 예쁘고 글도 너무 귀여워서 10번째 다시 읽으러 들어왔다....ㅜㅠ
ka****   
미모냥에게 간택을 당하셨군요 ㅠㅠ 언니도,남편도 미묘냥에게 홀렸다냥 ㅋㅋㅋ
yo******   
냥아 ㅠㅠㅠ
마녀   
와 냐옹이도 너무 이쁘고 남편도 좋은 분 같다
고양이는 워낙 길냥이가 많아선지 이렇게 우연히 연이 닿아서 얼떨결에 가족이 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더라 신기해
행복하시길
마루   
좋다
냥이사랑   
?그래,, 언니나 잘해,,


♥ ♥ ♥ ♥ ♥
룰루랄러   
남편분 츤데레 크앙
두분다 복받으이소 이런이런 예쁜사람들같으니
그나저나 얜 이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원래 여기살던 애같았네 ㅋㅋㅋㅋ
mo****   
정말 인연이네.... 묘연.... 너어무 미묩니다..... 행쇼!!
사쿠라쿠라   
남편의 변화과정이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냥이 너무 예쁘다 행복하게 살길!
se*****   
예뻐 ㅠㅠㅠㅠㅠㅠ
Mori   
너무 미묩니다...
집사님들은 너무 천삽니다..
Mim   
아유 너무 이쁘다.
언니 가족들 다 복받아.
가지   
ㅋㅋㅋㅋㅋㅋ남편분 츤데레 아잉교ㅋㅋ
가나**   
넘 따땃한 글이다.. 언니도 남편분도 냥이님도 다 행복해라~~
au*******   
얘 너무 이쁘다
er****   
아오 이쁘다
꽉꽉   
곱다 고와
Ahorita   
하잉 귀욥

자고로 긴이 있어야 먹고살기 편한듯..
에고..
츄릅   
언니 글 읽는내내 미소가...
결혼 너무 잘해따 나두 이런 따스한 남편 만날래
냥이두 너무 이쁘그 ㅜㅜ
jk****   
요정입니까,,
파리   
세상에 걸어들어 오다니 묘연이다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린   
너무 이쁘다 행복하게 살아!
초록색   
남편 츤데레 ㅋㅋㅋ
고양이 진짜 이쁘다
도라지   
힝 너무 이쁘다 ㅜㅜ 행복하게 오래살길
푸푸   
넘모 이쁘당
me*******   
남편 너무 좋은 사람이다~ 좋남이넹
디우지   
넘 이쁘당
Mount...   
마징가귀 ㅋㅋㅋㅋㅋ
넘 이쁘고 귀티나서 스트릿 출신이라는 게 안믿겨져 쓰니네 집에 복덩어리가 들어왔네
오손도손 백년해로 하소서
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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