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과 역사의 주인공 베티나 폰 아르님의 사기꾼 패턴(5)
km***** 2019-06-30
독일 지폐에도 들어갔던 여자 베티나 폰 아르님의 사기꾼 패턴을 들고 와 봄. 이 여자는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문예인으로 알려져 있음. 독일 낭만주의의 대모쯤으로 여겨짐. 18세기 당시 동시대에서도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던 괴테와 서신을 교환한 뮤즈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괴테와 어느 아이와의 서신 교환>이라는 책을 출판을 했고 낭만파 시인 아르님과 결혼해서 성을 받았고 또 낭만주의 태동기엔 늘 계몽주의를 끼고 있어서 문예계 뿐만 아니라 음악계, 계몽주의(진보)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과도 다양하게 교류했고 이들의 지지를 받았어.

즉 詩聖인 괴테를 필두로 낭만파가 주류로 자리매김 할 때 인싸였던 여성이었지.

여기서 괴테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영국인들의 셰익스피어 부심 만큼이나 독일인들은 괴테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어. 괴테는 그야말로 낭만주의=천재/특별한 존재/메시아적 존재의 현신이었지. 서너살 때부터 시를 쓰고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에 있어서도 방대한 저작을 남겼고 그가 쓴 글은 모두 불멸이 되었고 한편으로 인생사에 있어서도 당대 평균 사망 연령보다 훨씬 웃도는 80대에 죽었으니까 죽을때까지 왕성히 천재로 추앙받고 돈, 명예, 권력 모두 복을 누리다 삶을 마감했어. 동시대와 후대 양대에서 추앙을 받는 천재는 흔치 않은데 괴테는 그런 천재였던 셈.

괴테는 그의 인생사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그와 관계 되었던 여성들, 특히 뮤즈들은 지금까지도 ㅅ혜교 열애설 리스트처럼 전세계인들에게 회자되고 있어. 80대까지 대충 8명 정도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고 그 중 80대 다 되어서 16살 소녀한테 청혼해서 결혼하게 된 건 너무나 유명한 에피중 하나.

아무튼 그 여인들 중에서는 베티나 폰 아르님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다른 여성들과 다르게 굉장히 수사학적이고 플라토닉하게 교류했던 교양있는 여인으로 묘사됨.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은 이런 괴테와 베티나 폰 아르님의 관계의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진짜 베티나는 괴테의 뮤즈였는가? 베티나는 진짜 괴테와 서신을 교류한 순수한 '아이'였던가? 그를 정말 매혹시켰고 둘은 사랑했는가? 등등

소설 분량은 방대한데 결국 밀란 쿤데라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 같음.

"거짓말쟁이 베티나 폰 아르님은 괴테 이름값에 기생충처럼 빌붙어 역사이자 불멸이 되었고 ㅅㅂ 불멸 그까이꺼 아무 것도 아닌데 낭만주의자 병쉰 새키들은 의미부여 오지게 하고 자빠졌다"

소설 내용을 보면 베티나가 진짜 사랑한 건 괴테가 아니라 괴테가 걷는 '불멸의 길'이었으며 그 '불멸'을 향해 그녀가 조작한 모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런 불멸에 대한 사랑을 가진 현대인의 모습을 팩트폭력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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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너무 길었음. 그럼 불멸하고 싶었던 베티나는 어떻게 사람을 속이고 집단을 속이고 사회를 속이고 더 나아가서 시대까지 속이면서 독일 지폐에 남을 만한 불멸자가 되었을까?

1.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록한 것이 사건이 되었다.
대단치 않은 만남을 대단하게 보이도록 기록 했고 그 기록은 남아서 대단한 것이 되었다. 이를테면 베티나는 베토벤이 자신을 추종하던 한 1인이라 소개 하였고 괴테와 그를 중간에서 이어준 뮤즈 중에 뮤즈로 기록을 했지만 쿤데라가 추적한 결과 이것도 별일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 즉 그냥 일상적 일인데 괜히 자기한테 매료된 것처럼 기록을 남겨 놓았고 또 기록이 되게 해놓았으니 동시대, 후대 사람들이 볼 때 "여윽시 인싸!" 이랬던 경우라고 쿤데라는 생각한 것 같어

2. 자신의 편은 적극적으로 끌어 들어 역사가 되게 하였다.
남편도 유명한 문장가 가문 출신에 낭만파였기 때문에 계몽주의 낭만파 진보 정치인들과도 친했어. 이들에게 괴테와 가장 진실한 사랑, 플라토닉하면서 깊은 사랑을 나눈 건 자신 뿐이라는 식으로 말했고 믿고 싶어하는 걸 믿는 사람들은 "여윽시 낭만파 인싸!"하면서 따랐어. 그런쪽으로 카리스마가 있었던 것 같음. 쿤데라가 쓴 문장 중에 이런 것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주먹을 들게 하고, 총을 잡게 하고, 정당한 혹은 부당한 명분을 옹호하도록 자극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팽창된 영혼이다. 바로 이것이 '역사'의 모터를 돌아가게 할 수 있었던 연료요, 이것이 없었다면 유럽은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을 권태롭게 바라만 보았을 것이다."

3. 상대가 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베티나는 괴테가 안다는 사실을 알았다."라고 소설에 적힌 것처럼 베티나는 괴테라는 목표물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아챈 걸 알았어. 그의 이름 옆에 붙은 불멸, 풀어쓰면 '명예'지. 베티나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소설에서 괴테는 베티나를 쇠파리처럼 생각하면서도 끝끝내 뿌리치진 못하는데 그 이유는 베티나가 관계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야. 바로 아는 걸 안다는 사실. 그런데 그걸 말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자. 곁을 맴도는 자.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의 성욕을 잘 알고 있었고 이걸 이용했지. 기록에는 수사학적인 그들의 사랑에 유일하게 에로틱한 부분이 바로 괴테가 베티나의 가슴을 만졌다는 것인데 이 뒤엔 별다른 일이 없었을 거라는게 쿤데라의 관점. 아무튼 베티나는 (1)상대방이 눈치챈 걸 알았고(관계우위), (2)상대방의 성욕을 알았기 때문에 시대적 사기를 거하게 칠 수 있었다고 봄.

그리고 소설 속 괴테는 직감했다고 함. 베티나가 "후세인들에게 전시될 그의 장례 수의를 재단할 사람이 바로 그녀임을" 알았다고...그래서 베티나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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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베티나는 약간 자의식 정병 환자처럼 묘사된 부분이 없진 않은데 아무튼 밀란 쿤데라는 이런 '낭만주의자'들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부터 '키치'라고 명명하면서 까왔던 포스트 모더니즘 작가라서 완전히 그의 관점이 옳다할 수는 없음. 어쨌건 저 시대에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세 권이나 냈던 건 대단하다고 보고 물론 거짓말과 과장과 조작이 뒤섞여 있더라도 괴테와 아주 연관이 없던 여성은 아니었고 정치인들 및 베토벤, 브람스 같은 예술가들과도 교류했고 그 증거가 다양한 기록에 남았으니 불멸이 될 사람, 특히 남성과 연이 되는 '스카우터(scouter)'의 역할은 톡톡히 했다고 봄.

괴테는 이런 베티나를 쇠파리라고 생각했을지는 몰라도 그녀를 떨쳐내지 못한 건 그 역시 똑같은 류의 '낭만주의자'이기 때문일듯 해. 역사의 모터를 돌게 하고 인생을 작품으로 만들려고 하고 자신을 특별하다고 믿는 '천재'의 자의식 ㅎㅎㅎ

아무튼 밀란 쿤데라가 좋게 보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일상을 사는 사람들, 역사의 모터에 관심이 없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게 글을 보면 느껴진다. 역사 따위 개나줘, 의미부여 꺼졎 하는 포스트 모더니스트인데....

그 역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단 한 줄로 자신을 미니멀하게 표현해도 이미 불멸자가 되었지. 아마 괴테처럼 불멸의 길을 걷겠지...그리고 역사로 남겠지

딜레마 오브 쿤데라

끗.

두시간 동안 썼다 봐죠라(ㅠㅠ)
km***** 2019-06-30
답글쓴이 돈주기   
오오 이거 소설 재밌게 읽었는데 유럽역사를 전혀 몰라서 그런지 이런 뜻인지 정확히 몰랐네 넘나 재밌당! 언니 쿤데라 전문가야? 쿤데라 잘 알면 사소한 거라도 써주라. 돈 쪼메씩 줌세.
sy***** 2019-07-01
답글쓴이 돈주기   
오 불멸이 이런 내용이군
mu*** 2019-07-31
답글쓴이 돈주기   
쿤데라가 이런 소설도 썼구나
wj**** 2019-07-31
답글쓴이 돈주기   
재미있었어!!!!! 불멸이 이런 내용이었구나.
an**** 2019-07-31
답글쓴이 돈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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