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일/ 썰 by 스티븐킹 발닦개
(무료) 썰을 주시면 단편 소설로 써드립니다
https://idpaper.co.kr/counsel/advice/advice_view.html?adviceSeq=841


(썰 뒷내용은 소설 이어서 쓰면 업로드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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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3회 위반으로 1주일 동안 계정이 정지됩니다.]
또 신고당했다. 성준은 선정성을 이유로 홈페이지에 뜬 경고창을 끄며 이를 갈았다. 가뜩이나 밤 늦게까지 학원 뺑뺑이 돌고 와서 짜증이 났는데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머리를 쥐어뜯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짐작가는 사람은 있었다. 심호흡을 한 성준은 설정 페이지로 들어가 블로그 구독자 목록을 열었다. 목록이라고 해봐야 하나 밖에 없었지만.
'그래, 이 새끼.'
프로필 사진도 없이 닉네임에 점 하나 찍혀있는 이 미지의 구독자는 반 년 전 성준이 처음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었다. 하드코어 동성애 야설 밖에 올라오지 않는 성준의 블로그의 조회수를 책임지며 꼬박 꼬박 잘 읽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분명 이 새끼일 거야.'
확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성준의 블로그에 오는 사람은 그 미지의 구독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게재한 글들의 조회수는 늘 1이었고 1이 뜬 글에는 늘 그자식이 댓글을 달았었다. 최근 3개월 동안은 무슨 일인지 찾아오지 않아 조회수가 0이었지만 2주 전부터 다시 조회수 1이 뜨기 시작했다.
"시발 빡치네. 대체 왜 신고하는 거야?"
팬이 안티가 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자식은 도대체 뭐하는 새끼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성준은 구독자의 프로필 정보를 눌렀다.
닉네임(아이디): .(ruglw0309)
말이 되지 않는 영어는 한국어를 영타로 친 것이 틀림없었다. 겨힞0309. 뒤집어서 다시 쓰면 지혁0309. 누가 봐도 이름과 생일이었다.
'가만. 잘 하면 이거 누군지 찾을 수 있겠는데?'
성준은 열의에 불타면서 구글 검색창에 아이디를 쳤다. 검색 결과에는 요즘 유행하는 SNS 계정의 주소와 자잘한 글 몇 가지가 나왔다.
"좋았어."
성준은 먼저 SNS 계정 링크를 눌렀다. 닉네임에는 여전히 점 하나 찍혀있었다. 성준은 마우스 휠을 굴리며 계정을 구경했다. '그림 그립니다'라는 간결한 프로필 설명에 걸맞게 직접 그린듯한 그림을 찍은 사진으로 가득했다. 똑같이 신고를 먹여서 복수하고 싶어서 야한 그림이라도 있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없었다.
'뭐야 이새끼, 인싸였잖아?'
아무도 안 찾는 게이쎾스 소설 연재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하게 대부분의 게시글에 좋아요 수십개가 박혀있었다. 묘한 배신감을 느끼며 성준이 댓글창을 눌러보았다. 아마도 친구들일 사람들은 모두 그를 '류'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름이 류지혁인가보지?'
성준은 지혁의 이름과 아이디를 조합해서 검색을 계속했다. 차곡차곡 지혁에 대한 정보가 쌓이자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찾은 중고거래 글에서는 전화번호와 주소도 찾을 수 있었다. 성준의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예스!"
성준은 핸드폰에 번호를 입력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지금은 받을 수 없다는 음성 안내가 들렸다.
"시발 왜 안 받아."
몇번 더 걸었지만 걸자마자 끊기기를 반복했다.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타입인가 본데…….'
너 잘못 걸렸다 이 좆같은 새끼야. 성준은 지혁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나: 님 류지혁 맞죠?
잠시 후에 메세지 옆에 있던 1이 사라지면서 답장이 왔다.
-상대: 누구세요?
묻는 말에 대답은 안 하고 되묻는 모습에 성준은 피식 웃으며 타자를 쳤다.
-나: 야 이 좆같은 새끼야
-나: (링크)
-나: 나 이 블로그 운영자인데 니가 신고 먹였지?
-나: 씹새끼야 너 30분 뒤에 니네 집 앞에서 보자
-나: 안 나오면 뒤진다
곧바로 1이 사라지고 상대방이 입력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그러나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입력중이라는 문구도 사라졌다.
-나: 야 쫄?
-나: 대답 안 하냐?
성준의 말에 다시 상대방이 입력중이라는 문구가 뜨더니 이번에는 답장이 왔다.
-상대: 네. 이따 봬요.
예의바른 어투에 성준은 조금 기분이 누그러뜨러지는 걸 느꼈다. 벌써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되자 성준은 녹색 볼캡을 머리에 눌러쓰며 방 밖으로 나왔다. 외투 차림을 한 성준을 보더니 그의 어머니가 물었다.
"이 밤에 어디가니?"
"잠깐 편의점 갔다올게요."
성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자신에게 계속 엿을 먹이던 놈하고 현피 뜰 생각을 하니 유쾌했다.
지혁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한 성준은 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통화음이 가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성악을 해도 될 것 같이 깨끗한 미성이 들려왔다.
[네, 여보세요?]
"야, 너 어디야. 나 단지 입구인데."
[잠시만요, 이제 버스 내렸어요. 뛰어갈게요.]
"뭐야, 밖에서 오는 거야?"
[네. 저 검정색 롱패딩 입고 있어요.]
"어, 그래……."
성준은 저도 모르게 말 끝을 흐렸다. 지혁의 말투는 묘하게 현피가 아니라 친목을 위해 만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곧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자 지혁이 반갑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키 존나 크네.'
가만히 그림이나 그리는 얌생이일 줄 알았는데 상대는 멀리서 봐도 거의 2미터는 되어 보였다. 패딩 속에 가려졌어도 헬창인마냥 부푼 근육이 보였다. 그리고…….
"교복?"
"네, 저 고1이에요. 지금 학원에서 오는 길이에요."
지혁이 해사하게 웃으며 숨을 골랐다.
"형이 먼저 연락주셔서, 아, 형이라고 해도 되죠? 연락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제 이름도 알고 계시고,"
……기뻤다고? 성준은 어쩐지 지혁의 페이스에 말리는 기분이 들었다.
"큼, 아무튼 너 왜 자꾸 신고 때리냐? 내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빡치는지 알아?"
"죄송해요. 그냥 재밌어서 읽었는데 읽다보니까 자꾸 야한 꿈을 꿔서……."
"뭐?"
"너무 유해한 것 같아서 신고했어요."
성준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전의가 사라졌다.
"읽지를 마……. 안 읽으면 되잖아."
"너무 재밌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특히 처음 쓰셨던 문학교사 시리즈는 정말,"
"야, 야!"
블로그에 쓸 때는 괜찮았는데 현실에서 글이 언급되자 성준은 갑자기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지혁은 계속해서 해맑은 얼굴로 조잘거렸다.
"형도 어려보이시는데 형은 몇 살이에요?"
"19살."
"형도 고등학생이었구나. 가까이 살아요?"
"어."
자신이 왜 순순히 대답을 하는 건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성준은 급격하게 느껴지는 피로감에 눈을 감았다.
"앞으로는 신고 안 할게요."
"그래……."
"카페라도 가서 더 얘기해요, 형."
"됐다. 피곤해서 간다. 너도 들어가."
"아쉬운데."
지혁의 반짝거리는 눈을 뒤로 하고 성준은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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