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단편] 헤어진 커플과 눈물 젖은 캐러멜 팝콘

2022.01.26./ by 스티븐킹 발닦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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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싫다…….'

 

도하는 최근 며칠 동안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주인공을 떠올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강의 시간 직전이라 교수가 들어왔나 싶었는지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도하에게 쏠렸다가 흩어졌다. 주목받고 싶지 않았지만 문이 앞에 하나밖에 없는 강의실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쳐다보지도 않네.'

 

도하는 원망하듯 맨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은 남자를 슬쩍 흘겨보았다. 누군가와 연락이라도 하는지 우현은 핸드폰으로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었다. 도하는 잠시 문 앞에 서서 앉을 만한 자리가 있는지 살폈다.

 

'피하고만 싶었지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네.'

 

낭패감을 느끼며 도하는 빈자리로 향했다. 가급적 우현을 피해서 앉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바로 뒷줄 밖에 자리가 남지 않았다. 도하가 우현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핸드폰에 코를 박고 있었다.

 

"도하, 안녕."

"안녕."

 

어색하게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며 도하는 책상 위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한 학번 선배인 우현과 썸을 타고 사귀면서 1년이 넘도록 둘이서만 같이 다녔기 때문에 갑자기 동기들 사이에 끼기려니 조금 무안했다.

 

"도하, 중간고사 잘 봤어?"

"이번에도 과탑?"

 

다행히 동기들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도하에게 인사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 들은 건데 무시하는 건지 우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늘 도하가 차지하던 우현의 오른편 자리에는 우현의 동기인 선재가 앉아있었다. 그가 우현의 팔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예쁘냐?"

"뭐가."

"에이, 알면서."

"뭔 소리야."

 

우현이 선재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뭐지?'

 

도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 않았다. 몇 마디 더 주고받는 것 같더니 선재의 말이 도하의 귀에 박혔다.

 

"니 새 여친."

 

그 말만은 마치 도하의 귓가에 속삭이듯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선재의 입 모양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하는 순간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선재와 우현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지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친구? 나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우현과 헤어진 건 고작 2주 전이었다. 충격에 휩싸인 도하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놓쳤다. 여자친구. 여자친구……. 여자친구라는 단어만 속으로 계속 백치처럼 중얼거렸다.

 

"사진 있냐?"

"뭐래."

"나도 여친 만들게 영화관에서 알바할까."

"앞에나 봐."

 

대화를 따라 퍼뜩 고개를 들었을 때는 교수가 도착한 후였다.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자 선재도 더는 우현에게 말 걸지 않았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도하는 기운 없이 생각에 잠겼다.

흔한 이유였다. 너무 흔하고 하찮아서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싸우고 결말이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날 우현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성도하. 우리 이제 그만 만날 때가 된 것 같아.'

 

싸우고 나서도 늘 다정했던 우현이기에 그렇게 차갑게 헤어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우현이 없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별을 고하는 우현의 말에 도하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날 때가 된 것 같아. 귓가에 우현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성도하."

", ?"

"강의 끝났어.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해?"

", 아무것도 아니야."

 

동기의 부름에 도하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우현과 선재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밥 같이 먹을래?"

", 아니 입맛이 없네."

"그럼 우리 간다."

"."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텅 빈 강의실 속에서 도하는 추위를 느꼈다. 10월인데도 그의 황량한 마음에는 눈이 내렸다. 도하는 고개를 숙였다. 그제서야 눈물이 나왔다.

 

처음으로 무단결석을 했다. 도하는 우현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 이후로 며칠 내내 자취방에 누워서 흐느끼며 시간을 죽였다. 자신과 그렇게 죽고 못 살았는데 고작 2주가 안 되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아닐 거야, 하지만 정말이라면? 같은 생각이 계속 빙빙 돌았다.

배가 고파 퀭한 눈으로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는 벌써 5일이나 지나 일요일이었다. 우현에게서는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문득 선재의 말이 도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도 여친 만들게 영화관에서 알바할까.'

 

도하는 군 생활 중 생활관에 누워있는데 대대장이 갑자기 방문이라도 한 듯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 직접 가서 확인하자.'

 

우현 형도 자취하니까 아마 학교 바로 앞 지점에서 일하겠지. 학교 앞에 영화관은 하나밖에 없다. 도하는 곧바로 옷을 주워입고 현관 손잡이를 붙잡고 열다가 멈췄다.

 

'혹시라도 들켰는데 새 여친 앞에서 이렇게 꼬질꼬질한 모습 보이면 개쪽이다.'

 

도하는 화장실로 들어가 후다닥 샤워를 하고 최대한 평소처럼 잘살고 있는 듯이 보이는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나갈까.'

 

처음 일어났을 때는 이른 저녁이었는데 어느덧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도하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약간 떨었다. 5일 사이에 밖이 많이 쌀쌀해져 있었다. 호기롭게 나선 것과는 달리 건너편에 있는 영화관을 보며 도하는 돌아갈까, 말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스토킹이라도 하듯 이렇게 전남친의 근황을 캐러 가는 자신이 찌질하게 느껴졌다.

 

'들어가면 일단 기둥에 숨어야지.'

 

시뮬레이션을 할 새도 없이 신호등 신호가 금방 들어왔다. 지각했을 때는 5분 넘게 기다리던 것 같던 시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도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발짝 내밀었다.

 

영화관에 들어가자마자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낯선 유니폼 차림을 하고 있고 뒷모습이었지만 도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현은 스낵 코너에서 일하고 있었다. 숨으려고 했던 것도 잊고 도하는 저도 모르게 우현에게로 걸어갔다. 우현의 옆에는 밝은 갈색 머리를 한 여자 알바생이 꼭 붙어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유니폼 차림에 머리를 묶고 있어도 예쁘장해 보였다. 도하와는 전혀 다르게 이목구비가 화려했다.

 

'저 사람인가.'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아닐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애인의 존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은은한 미소까지 띠며 여자와 대화를 하던 우현이 몸을 돌렸다. 도하는 피하지도 못하고 발이 묶인 듯이 우두커니 매대 앞에 서 있었다. 우현이 천천히 카운터로 걸어왔다.

 

"혼자 영화 보러 왔어?"

 

우현이 평소처럼 상냥하게 물었다. 그는 이미 도하를 대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도하는 눈가가 시큰거리는 것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앞에 있는 팝콘 기계가 흐리게 보였다.

 

"캐러멜 팝콘, 살게."

 

뭐라도 시켜야만 할 것 같아서 도하는 입에 걸리는 아무거나 주문했다. 팝콘을 받아들고 나서야 자신이 시킨 게 팝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팝콘 싫어하는데…….'

 

버릴까 말까 고민하며 도하는 우현과 그의 새 여자친구의 동태를 살폈다. 여자는 일을 잘 못 하는지 실수를 자주 했고 그때마다 우현이 수습하고 다정하게 가르쳐줬다. 도하 쪽으로는 잠깐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나한테만 다정한 게 아니었구나.'

 

우현은 그냥 애인에게는 전부 다정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도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열 받기도 했다.

 

'2주도 안 돼서 새로 사귄 거면 사실 바람 피고 있다가 환승한 거 아니야?'

 

그럴듯한 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쁜 새끼. 슬픔과 빡침의 경계 사이에 잠긴 채 도하는 팝콘을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전광판에 3분 후 영화가 시작한다는 글씨가 지나갔다.

 

'이렇게 된 거 영화나 보고 가자. 난 절대 황우현을 보러 여기 온 게 아니야. 영화 보러 온 거지.'

 

도하는 매표 기계 앞으로 갔다. 곧 상영될 영화는 신작 로맨틱 코미디였다. 마지막으로 우현 커플을 흘끗 본 도하가 상영관 안으로 들어섰다.

 

영화는 그냥 그랬다. 아니 오히려 허접했다. 하지만 일상 속 평범한 장면에서 우현과의 추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따금 웃는 관객 틈에서 훌쩍훌쩍 울다가 눈물범벅으로 출구로 향했다. 도하는 어느새 다 먹은 팝콘 용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았다.

 

", 울었어?"

 

쓰레기통을 정리하던 우현이 도하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새 다시 나온 눈물에 시야가 흐려서 우현인지 알아보지 못했나 보다. 우현이 도하의 볼에 난 눈물 자국을 문질렀다. 도하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 저리 가."

 

나한테 다정하게 대하지 마. 도하는 후다닥 쓰레기를 버리고 밖으로 달려가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눈물을 쏟아내던 도하는 이내 씩씩거리며 세수를 했다.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도하는 입술을 짓씹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게 두 달 전이었는데.'

 

도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이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날 이후로 도하는 매일 수업이 끝나면 영화관으로 향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대하는 우현에게 캐러멜 팝콘을 시키고, 똑같은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봤다.

 

'같은 영화 여러 번 본 사람한테 경품 주는 이벤트 같은 거 없나.'

 

도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상영관을 나왔다. 벌써 밤 1150. 우현이 다음 알바와 교대할 시간이었다. 우현은 이미 유니폼을 벗고 매대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다들 연휴 잘 보내고 다음 주에 보자."

 

우현이 모자에 눌린 머리를 털어내며 뒤를 돌았다. 도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 보이고 지나쳤다.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속상함에 눈물이 고였다. 도하는 영혼이 빠진 채 둘을 멀찍이 따라 나갔다.

 

'저 여자도 집까지 데려다주겠지.'

 

도하는 다시 한번 우현의 다정함을 떠올렸다. 그땐 왜 몰랐을까. 우현이 자신에게 맞춰주는 게 늘 당연한지 알았다.

 

'그래, 난 형 없이는 안 돼.'

 

도하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여자친구 앞이어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둘은 회전문을 지나고 있었다. 우현의 여자친구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들어가고 우현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에는 문으로 들어갈 타이밍을 찾는 듯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대로 우현을 놓칠까 봐 마음이 급해진 도하가 뛰기 시작했다.

 

"우현 형!"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우현이 멈춰서서 도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친구도 도하 쪽으로 잠깐 눈길을 주더니 이내 회전문 바로 앞에 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포옹하고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

 

도하는 당황해서 달리던 것도 잊고 멈춰 섰다. 문밖에서 여자가 우현에게 손으로 인사하고 아마도 남자친구인 사람과 함께 떠났다. 우현이 완전히 도하에게로 뒤돌아섰다.

 

"도하야, 왜 불렀어?"

", , 그게……."

"어떻게 된 거냐고?"

 

영문을 모르는 채로 도하가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도하에게 다가와 도하의 손을 붙잡았다. 우현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여자친구 아니고 그냥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야."

 

속상했어? 우현이 사르르 웃으며 물었다.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우현이 손을 들어 도하의 눈가를 문질러주었다.

 

"우리 다시 사귈까?"

 

도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현이 도하를 꼭 안아주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우현과 손을 붙잡고 걸었다. 고작 2개월인데도 우현과 함께 걷고 있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우현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도 도하는 간간히 훌쩍였다.

 

"그래서, 왜 그런 거야?"

"뭐가?"

"나 맨날 영화관으로 찾아오는 거 모른 척 했잖아."

 

도하가 억울한 듯이 말했다. 우현이 놀리듯 웃으면서 도하의 볼을 꼬집었다.

 

"귀여워서."

"이씨,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하."

 

도하가 실없이 웃는 우현을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우현이 조금 맞아주다가 도하의 양 손목을 붙잡고 고개를 내렸다.

 

","

 

뜨거운 혀가 질척하게 얽혔다. 오랜만의 입맞춤에 입안이 불타는 것 같았다. 우현이 잡았던 손을 놓으며 도하의 뒤통수를 감싸 안았다.

 

"으응,"

 

도하가 신음하며 우현을 끌어안았다. 한참 동안 이어지던 입맞춤이 끝나고 둘은 이마를 맞댄 채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새삼 우현의 오똑한 코와 얇고 긴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도하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해, ."

 

도하의 말에 우현이 눈을 크게 뜨더니 입을 맞춰왔다.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원래 다시 사귈까? 하고 눈 내리고 있었다 - 여기서 끝내려고 했는데 뒷이야기 더 쓴게 나은지 여기서 끝내는 게 나은지 피드백 해주시면 감사.
 

우리 다시 사귈까?” 

도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현이 도하를 꼭 안아주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부분에서 끝내는 게 나은지. 궁금해.

 

작품 등록일 :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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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외모 묘사좀 더 해줘
비엘 안보는데 은근 재밌네?
의뢰자 텍스트 "공은~~ 수는~~"이렇게 진지하게 쓴거 왜케 웃기지 ㅋㅋㅋㅋㅋㅋ
난 이렇게 끝내는게 더 좋은거같애
RMB 버...   
완전 설렌다 둘이 깨볶는 거 써조
여기서 끝내도 여운이 남는 것 같고 외전 st 로 더 써도 좋을 것 같고 그래 잘 읽었어
Id***   
우현♥도하
재밌고 따듯하다.
너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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