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단편] 3층 카페와 천사

2022.01.29.토/ 썰 by 스티븐킹 발닦개

 

감정선 잡기 너무 힘들었는데 급전개나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제목 '3층 카페와 천사'가 나은지 '3층 카페와 치즈케이크'가 나은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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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챠!”


의욕에 찬 예성이 마법 주문기합을 외치자 대걸레 5개가 동시에 공중에 떴다. 


“제가 가게 바닥 다 깨끗하게 닦아 드릴게요.”

“야, 야! 잠깐만!”


그동안의 행적을 보고 불안해진 이준이 예성을 말렸지만 예성이 한 발 더 빨랐다. 대걸레를 향해 팔을 휘두르자 이준이 우려하던 대로 대걸레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하나는 카운터에 날아가 처박히고, 하나는 커피 머신에, 하나는 의자에, 하나는 창문으로, 하나는……. 

자기가 휘두른 대걸레를 머리에 맞고 기절한 예성을 보며 이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사라며…….’


이준은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자기가 쓰는 마법조차 콘트롤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이 똥개 같은 이 모지리 천사와 동거하게 된 것은 바로 2주 전의 일 때문이었다.


“아씨 노답인데.”


이준은 카페 내부를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반백수로 살며 빈둥거리던 이준은 얼마 전 삼촌이 운영하던 카페를 이어받았다. 취업 준비한다고 밥만 축내는 이준을 보다 못한 부모님이 카페라도 해보라고 마련해준 것이다. 

얼떨결에 사장이 되기는 했는데 총체적 난국이었다. 일단 3층에 있어서 접근성이 너무나도 떨어졌다. 20살까지 살던 동네여서 잘 아는데 이 근처에는 이렇다 할 상권도 없었다. 


‘계단도 너무 좁고 가팔라.’


인테리어도 예전에 한 번 뜯어고쳤다 던 데도 엉망이었다. 


‘하필 사주셔도 이런 걸…….’


사기꾼 기질이 있는 수전노 삼촌이 어리숙한 부모님에게 이준이 평생 빈대로 살수도 있다고 겁을 주며 싸게 팔아치운 게 분명했다.


‘하…… 일단 저 거슬리는 창문이라도 닦아야겠어.’ 


6개월 동안 매장이 비어있었다더니 그동안 매연이라도 직격으로 맞은 듯 까맣게 변해있었다. 이준은 걸레를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상체를 밖으로 뺀 채로 창틀에 걸터앉아 창문을 닦기 시작했다. 


딸랑.


아직 영업도 안 하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린 순간,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가 눈앞에 기어갔다.


“으악, 씨발!”


이준은 자신이 창틀에 걸터앉아 있다는 것도 잊고 상체를 뒤로 물리며 바퀴벌레를 향해 걸레를 휘둘렀다. 


“어, 어?”


순식간에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이준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첫 손님이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죽는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이딴 거지 같은 카페 사장 같은 거 하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 아버지, 죄송해요. 불효자는 갑니다. 짧은 시간 동안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다급하게 창틀로 고개를 내민 사람이 뭐라고 외치며 흰 지팡이 같은 것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이준이 눈을 감았다. 


“응?”


이대로 바닥에 떨어져 두개골이 깨진 채로 고통스럽게 죽어가거나 불구가 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몸이 두둥실 뜨더니 평온하게 바닥에 안착했다. 


‘뭐야.’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온 이준이 어리둥절한 채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아무 곳도 다친 데가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이준의 시야 속으로 누군가의 다리가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이준이 고개를 들자 햇빛이 그냥 투과될 정도로 밝은 갈색 고수머리를 한 청년이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와, 진짜 잘생기셨네요.”

“누, 누구세요?”

“저는 천사예요.”


카페 구경하러 왔다가 사고 장면을 보고 도와드리러 왔어요. 청년이 쾌활하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하얀 링을 가리켰다. 천사. 


“뭐, 뭐야 시발.”


이준이 놀라서 앉은 채로 뒷걸음질 쳤다.


“천사라니까요. 제가 생명의 은인이에요.”


청년이 눈웃음치며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생긴 건 멀쩡한데. 이준은 의심의 눈초리로 손을 노려보다가 혼자 일어서서 말없이 바지를 툭툭 털었다. 청년은 뻘쭘하게 내민 손을 거두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달라고요.”

“…….”


이준의 침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년은 계속해서 조잘거렸다. 


“아, 제 이름은 현예성이구요, 23살이에요.”

“…….”

“사실 마법 성공한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6년 전에 죽은 뒤로 천사가 됐는데 아직까지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이번에도 더 빨리 추락하게 하는 줄 알고 놀랐지 뭐예요. 이 미친놈이? 해사하게 웃는 죽음의 천사를 보며 이준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튼 곧 이제 저는 가볼게요. 사람들에게 천사의 존재가 알려지면 안 되니까 기억은 지울게요.” 

“뭐?”


강제로 기억을 지운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 이준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 이준에게 예성이 희고 긴 지팡이를 내밀며 외쳤다.


“잊어버려라, 뿅뿅얍!”


예성이 저렴한 주문을 외치자 순간적으로 지팡이에서 이준을 향해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이 부신 이준이 팔로 얼굴을 가렸다. 몇 초쯤 후에 빛이 잦아들자 이준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예성이 이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제 저 기억 안 나죠?”

“기억나는데.”


인상을 잔뜩 쓴 이준이 거슬리게 왔다 갔다 하는 예성의 손을 쳐냈다. 예성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어, 어……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원래 저랑 아는 사이였어요?”

“알았겠냐?”


예성이 다시 한번 이준에게 지팡이를 내밀며 주문을 외쳤다. 


“뿅뿅얍!” 


이번에는 지팡이에서 희미한 빛이 쪼글거리며 나왔다. 이준은 팔짱을 끼고 한심하다는 듯 예성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뭐하냐.”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예성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천사의 존재를 아는 인간이 있으면 가래떡같이 생긴 대천사님이 와서 제 엉덩이를 팡팡 때릴 거예요. 


“그냥 맞으면 되잖아.”

“그 인간도 같이 맞아요.”

“…….”


역시 머리에 총 맞은 놈이 맞았어. 더 이상 예성을 상대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이준이 미련 없이 예성을 지나쳐 카페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자 예성이 이준의 바짓가랑이를 꼭 붙들었다. 


“기억을 지울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 저 좀 데리고 살아주세요.”

“야, 야! 이거 놔.”


예성은 팬티까지 같이 벗길 기세로 바짓단을 붙잡고 잡아 내렸다. 이준이 식겁하며 허리춤을 붙잡았다. 


“그게 이준 씨한테도 좋아요. 천사를 기억하는 인간은 불행해진다고요…….”

“내 알 바냐.”

“제가 카페 일 도와드릴게요.” 


예성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까지는 미처 생각이 닿지 못하고 솔깃해진 이준이 발걸음을 멈췄다. 혼자 오픈 준비하기는 조금 버거웠다. 전부 직장에 다니거나 취업 준비 중이었기에 따로 도와달라고 할 친구도 없었다. 


“필요 없어.”

“아잉, 무급으로 일할게요. 3개월만 시간을 주세요.”


3개월 후에는 안 가고 싶어도 대천사가 알아채고 직접 데리러 올 거라며 예성이 매달렸다. ……당분간만 써볼까? 이준의 카페는 안 봐도 수입이 전혀 없을 게 뻔히 예상되었다. 알바비 주면 그나마도 다 날아가겠지. 인건비 걱정을 하던 차였던 이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밥, 빨래, 설거지, 청소도 다 해드릴게요. 제발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 예성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집안일 하는 게 가장 귀찮았던 이준은 그렇게 예성과의 동거를 승낙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오, 골때리네.”


이준은 바닥에 누워 기절한 예성을 내려다보고는 깊은 한숨을 쉬며 그를 소파 위로 옮겼다. 벌써 인테리어도 다 마치고 다음 주면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사고만 쳐대서야 원. 이준이 혀를 끌끌 차며 예성의 뺨을 톡톡 쳤다. 


“야, 일어나.”


무슨 꿈을 꾸기라도 하는지 예성이 헤실헤실 웃었다.


‘천사도 꿈을 꾸나 보네.’


하긴, 잠도 자고 밥도 먹는데. 의외로 예성이 해준 밥은 맛있었다. 오히려 맛있는 편에 속했다. 입이 짧은 이준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정도였으니. 덜떨어진 행동에 비해 요리에는 재능이 있었다. 


‘차라리 샷 내리는 법을 가르치는 게 나으려나.’


그동안은 못 미더워서 잡일만 시켰는데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좋은 꿈 꾸는 것 같은데 일어나면 각오 단단히 해라. 그리고 다시는 마법 쓰지 마.”


일주일 동안 특훈을 하겠다고 생각하며 이준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예성이 어지른 대걸레를 주우러 갔다. 


“너 카페에서 일했었어?”

“그랬나 봐요.”


이준은 예성이 내린 커피를 마시며 감탄했다. 예성은 프로 바리스타 못지않았다. 이준은 지난 2주 동안의 삽질을 떠올리며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살아있을 때 기억은 거의 없지만…… 왠지 그런 것 같아요. 카페 일을 하면 왠지 익숙하고 그리운 기분이 들어요.”

“청승 떠네.”


이준이 피식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이 카페의 가장 중요한,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인 딸기 파르페와 치즈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동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처음 한 달은 그야말로 파리가 날렸다. 그러나 우연히 이준의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SNS와 블로그에 게시물을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는지 언제부터인가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커피가 친절하고 사장님이랑 알바생이 맛있어요.]


한참 손님이 몰렸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자 이준이 허리를 폈다. 카페 이름을 검색하면 쏟아지는 게시물을 보며 실없이 웃었다. 조금 전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던 예성은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예성의 얼굴을 물들였다. 새삼 보니 이목구비가 곧고 선명했다. 


“뭐하냐?”

“그냥, 생각 좀요.”

“무슨 생각.”


평소 시끄러울 정도로 수다스럽던 예성이 답지 않게 천천히 입을 뗐다. 


“꿈에 자꾸 형이 나와요.”

“내가?”

“네. 카페 일을 하는데 손님으로 형이 자주 왔어요.”


인테리어는 다르지만 일하던 카페의 구조가 지금 이준의 카페와 똑같았다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형을 보면 설레서 서비스를 많이 줬어요.”

“꿈 내용이 왜 그래.”

“모르겠어요. 살아생전의 기억일까요?”

“글쎄, 나는 모르지.” 


이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예성은 그런 이준을 보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카페는 매일 성황리에 운영되었다. 연일 매출 최고조를 찍었고 오픈부터 마감까지 쉴 새 없이 바빴다. 평소 체력이 넘치던 이준조차도 슬슬 피로를 느낄 무렵. 


“형, 저 몸살인가 봐요.”

“천사도 아파?”

“천사도 휴먼이에요.”


이준을 볼 때마다 부정맥도 도진다며 예성이 중얼거렸다. 목이 부었는지 쉰 소리가 났다. 


“당분간 쉴래? 병원도 갔다 오고.”

“괜찮아요. 그리고 사망신고 돼서 병원 못 가요.”


예성이 콜록거리며 마스크를 썼다. 이준은 어쩐지 예성의 그 말에 연민을 느꼈다. 


“열나는 것 같은데.” 

“조금 자면 나아질 거예요.”


예성이 휴게실로 비적비적 들어갔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 거라는 예성의 말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가 좋지 못했다. 조금 가게를 일찍 닫고 정리하면서 대걸레를 드는 예성에게 카운터에 있던 이준이 말했다.


“그거 나 주고 고집부리지 말고 쉬어.”

“네…….”


예성이 기운 없이 대답했다. 이준이 불안한 눈빛으로 예성에게 다가갔다.


“형…….” 


예성의 부름에 이준은 황급히 그에게로 달려갔다. 6년 전의 그날처럼.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카페가 생겼다. 


‘지지리도 안 팔리는 자리에 열었네.’


아직 교복을 벗지 못한 이준의 취미는 아기자기한 카페에 가서 디저트를 맛보는 것이었다. 


‘의외로 저런 데가 숨은 맛집일지도?’


이준은 천천히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 주인은 조명에 반짝반짝 빛나는 엷은 갈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준을 본 남자는 눈을 잠시 크게 뜨더니 곧 어버어버하며 인사를 했다. 


“딸기 파르페, 먹고 갈게요.”


주문을 마치고 이준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매일 걸어서 지나가던 풍경인데도 3층에서 내려다보니 볼만했다. 자리에 앉은 이준에게 곧 남자가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치즈케이크는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입니다. 오픈 특별 이벤트예요.”


남자가 귀가 새빨개진 채로 말했다. 이준은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케이크를 우물거렸다. 


‘맛있다.’


이벤트는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그 뒤로 이준은 종종 들를 때마다 늘 딸기 파르페와 치즈케이크를 시켰고 남자는 매번 다른 쿠키와 도장을 잔뜩 찍은 쿠폰을 서비스로 챙겨주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이사를 앞둔 날 밤, 이준은 책상에서 쿠폰 뭉치를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그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가 먹고 싶었다. 


‘아직 열었을까?’


밤늦게 어디 가냐는 부모님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이준은 황급히 카페로 달려갔다. 음료와 케이크가 먹고 싶은 건지 남자가 보고 싶은 건지 헷갈렸다. 건물을 올려다 보자 다행히 불이 켜져 있었다. 


“아직 열어요?”


헉헉대는 숨을 내쉬며 이준이 문을 열자 카운터를 정리하던 남자가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원래는 안 되는데…… 단골이니까 해드릴게요. 파르페랑 케이크 드리면 될까요?”


마스크를 낀 남자가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이준은 잠깐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남자가 해주는 게 먹고 싶었다. 이준에게 쟁반을 갖다준 남자가 곧 대걸레를 들고 나타났다. 


“마감 중이라서, 저는 신경 쓰지 말고 드세요.”


신경 쓰지 말라지만 조금 미안해서 자꾸만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남자는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것 같았다. 


“이준 씨…….”


어떻게 알았는지 남자가 이준을 불러서 고개를 돌렸을 때는 남자가 이미 쓰러진 후였다. 


예성은 이마에 차가운 것이 닿아서 눈을 떴다. 이준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성아, 괜찮아?”


아직 조금 어지러웠지만 예성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준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걱정했어.”


이준의 말에 예성이 희미하게 웃었다.


“형, 우리 아는 사이였네요.”

“그러게.”


역시 그랬구나, 하고 예성이 중얼거렸다. 처음 만난 이준의 이름을 예성이 알고 있었던 이유. 카페에 오면 그리운 느낌이 들었던 이유. ……그리고 이준을 볼 때마다 부정맥이 오던 이유. 

예성은 뛰는 가슴을 느끼며 뒤통수에 손깍지를 끼며 베개에 기댔다. 자신이 마법을 잘 못 쓰는 덜떨어진 반푼이 천사였던 이유가 이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였다는 것도, 기억이 돌아온 이제는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형. 전에 제가 3개월 후에는 싫어도 가야 한다는 말 했던 거 기억해요?”

“그랬나?”

“네. 그랬어요.”


오늘이 딱 3개월 째 되는 날이에요. 예성의 말에 잠시 침묵이 돌았다. 


“……안 가면 안 돼?”


그때는 나도 조금은 너를 좋아했던 것 같아. 이준이 어렵게 입을 뗐다.


“이제 가야 해요.”


예성의 말에 이준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예성이 상체를 세우더니 이준을 꼭 안았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형.” 

“응…….”

“저 가도 카페는 잘 될 거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응…….”


잘 있어요. 예성의 말에 이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예성이 마지막으로 이준에게 입을 맞췄다. 잘 자요, 형. 귓가에 울리는 예성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이준은 정신을 잃었다. 이제는 저렴한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이준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예성은 후련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밖에는 대천사가 서 있었다.


“이제 이승에 미련을 버렸느냐.”

“……네. 그런 것 같아요.”


대답을 하며 예성이 대천사의 손을 잡았다. 둘은 예성의 성불을 위해 천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카페에서 파르페와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이준은 허전함을 느꼈다. 카페를 비싼 값에 넘기고 사기업에 입사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준은 이따금 퇴근 후에 자신이 예전에 혼자 운영하던 카페에 들르고는 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해 알바생이 천사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이준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쓸쓸한 겨울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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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카페사장일 때 예성이가 이준이 이름 아는 건 교복 명찰 봐서라는 설정인데 글에 마땅히 쓸 틈이 없더라.

작품 등록일 : 2022-01-29

▶ [BL단편] 귀여움 포비아

제목은 3층 카페와 천사에 한 표 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회상에 잠기는 모습이 좀 빠른 것 같음 마무리를 더 여운있게 끝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듦
고딩 공이 교복입고 카페 들어갔을 때 수가 (여기서 외모묘사 해주고) 수 시점으로 공 외모랑 명찰 보는 거 서술해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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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소재다ㅋㅋ 기억 못 지워서 이승에 남는 거 신선하다.
둘이 그런 관계였구나. 슬프네 ㅠㅠ 잘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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